[뉴스룸에서] 한국의 인공지능 랭킹

김경택,산업1부 2024. 5. 13.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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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이 세계 몇 위쯤 될까.

최근 국내 정보기술업계에서 이 문제를 놓고 한국 차별론이 불거졌다.

'글로벌 AI 생태계 조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국 중국 같은 특정 국가 모델은 과소 보고될 수 있다.' 이는 한국 모델을 누락했을 가능성이나 오류를 보고서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정보기술업계 한 전문가는 "라인이 일본에 넘어가는 수순을 밟게 되면서 라인에 국내 AI 기술을 접목하려던 아시아 지역 사업까지 타격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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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산업1부 차장


한국의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이 세계 몇 위쯤 될까. 최근 국내 정보기술업계에서 이 문제를 놓고 한국 차별론이 불거졌다. 발단은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지난달 펴낸 ‘AI 지수 2024’ 보고서였다. 전 세계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나열한 이 보고서에 국내 모델이 하나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 논란을 일으켰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다양한 맞춤형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기본 도구다. 예컨대 파운데이션 모델에 판례와 법학 지식을 심화학습시키는 작업을 거쳐 법률 상담용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대표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이 바로 GPT-4, 클로드 3, 제미나이 등이다.

국내 AI 전문가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이퍼클로바X, 엑사원 2.0 같은 이른바 토종 파운데이션 모델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만 쏙 빼놓은 것 같은 보고서는 미국 중심주의가 반영된 것으로도 여겨졌다. 일부 전문가는 보고서의 한계를 지적했다. 근거는 보고서 한쪽에 주석으로 들어간 다음과 같은 문장이었다. ‘글로벌 AI 생태계 조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국 중국 같은 특정 국가 모델은 과소 보고될 수 있다.’ 이는 한국 모델을 누락했을 가능성이나 오류를 보고서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이 문장은 보고서 작성자들이 이미 누락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는 뜻도 된다. 한국 모델이 보고서에서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이를 찾아 넣을 만한 이유도 찾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 발표된 보고서에는 한국과 중국 모델이 표기돼 있었다는 점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과 중국을 동급이라고 볼 수는 없다. 보고서는 2023년 전 세계 파운데이션 모델 대부분이 미국(109개)에서 개발됐으며, 그다음은 중국(20개), 영국(8개) 등 순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2019년부터 줄곧 큰 격차로 선두를 유지하는 미국을 뒤쫓는 몇몇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은 보고서에서 주목할 만한(notable) 머신러닝 모델 사례에도 집계되지 않았다. 이 순위에서 중국(15개)은 미국(61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 파운데이션 모델이 보고서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의견을 스탠퍼드대 측에 전달했는데, 좀 과한 대응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제축구연맹에 민원을 넣는다고 해서 한국 팀 피파 랭킹이 갑자기 오를 리 없다. 국가대표팀 축구 경기 응원하듯 실속 없는 순위에 매달려서는 세계 3위권 AI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한국어 잘하는 국산 모델 띄우기 식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정작 발 빠른 대처를 해야 할 일에선 정부가 보이지 않는 점이 문제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서로 손발을 맞춰 메신저 ‘라인’을 일본 플랫폼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국내 기업 기술로 만든 일본 메신저 서비스가 헐값에 일본 기업으로 넘어갈지 모르는 이례적 상황에 몰릴 때까지 일본 정부의 원론적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른바 국가대표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외교전에 밀려 국내 기업이 부당한 피해를 보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규제가 확립되지 않은 첨단산업 분야에선 정부의 외교적 역할이 더 중요하다. 정보기술업계 한 전문가는 “라인이 일본에 넘어가는 수순을 밟게 되면서 라인에 국내 AI 기술을 접목하려던 아시아 지역 사업까지 타격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김경택 산업1부 차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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