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친 기회의 땅… 짐 싸는 韓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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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의 중국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 진출 기업들이 잇달아 현지 사업 정리에 나섰고, 반도체 등 신규 대중국 투자도 메말랐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이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한 2000년대부터 앞다퉈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
연구원은 "기존 전통 산업의 구조조정에 미·중 갈등으로 한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장기 침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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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車·철강 등 전방위 확산
대중 신규 투자 1년새 78% 급감
국내 산업계의 중국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 진출 기업들이 잇달아 현지 사업 정리에 나섰고, 반도체 등 신규 대중국 투자도 메말랐다. 미·중 갈등 장기화에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산업 패권을 둘러싼 한·중 경쟁이 가열되면서 대중국 투자가 장기 침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자동차·디스플레이 등 주요 산업의 중국 철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중국 기업과 합작해 2009년부터 운영해 온 라텍스 합작공장 지분 50%를 최근 중국 기업에 전부 팔았다. 업계 1, 2위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각각 편광판 소재 사업과 중국 합작법인을 중국에 팔고 철수했다. 철강업계도 중국에서 짐을 쌌다. 2022년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중국 법인 지분을 매각했고, 지난해엔 현대제철이 베이징과 충칭 법인을 모두 팔았다.
탈중국 행렬은 산업 전방위로 번지는 양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에 있는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 검토에 나섰다. 현대차는 2021년 베이징 1공장, 지난해 말 충칭 공장 매각에 이어 연내 창저우 공장도 매각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7년간 중국 현지 반도체 판매를 담당해 온 상하이 판매법인에 대한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이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한 2000년대부터 앞다퉈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 내 인건비가 오르고 현지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2~3년 전부터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증설 및 덤핑(저가 공세)에 나서며 출혈경쟁도 과열됐다. 중국 범용 플라스틱에 밀린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13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완성차 업체의 공세에 현대차 중국법인 베이징현대 매출은 2016년 20조1287억원에서 지난해 4조9003억원으로 75.7% 급감했다.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도 빠르게 줄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신규 투자는 18억6700만 달러로 전년(87억4000만 달러) 대비 78.1% 급감했다. 중국 내수시장이 열린 2003년(19억4500만 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투자는 1년 새 56억6100만 달러 쪼그라들며 전체 대중국 투자 감소분의 85%를 차지했다. 연구원은 “기존 전통 산업의 구조조정에 미·중 갈등으로 한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장기 침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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