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돌진하는 호주, 민간과 함께 '죽음의 계곡' 건넌다
[유창재 기자]
▲ 호주 NSW주 시드니에 있는 '시카다 이노베이션즈(Cicada Innovations)'의 내부 모습. 과거 증기기관차를 만들던 철도공장을 '스타트업 허브'로 탈바꿈해 기초과학기술의 상업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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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광물자원의 40% 이상을 공급하는 '자원 부국' 호주는 2030년까지 우주산업을 규모를 2022년 40억 호주달러(약 3조 6200억 원)의 3배 이상인 120억 호주달러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관련 일자리 역시 2만여 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우주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그동안 호주는 풍부한 핵심광물 자원을 개발하는 광업기업들이 이룩한 탄탄한 성장을 토대로 '기초과학' 분야에 집중 지원과 투자를 해왔다. 세계 인구에서 호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0.33%에 불과하지만, 이런 노력이 세계 연구 생산량의 약 3.71%를 담당하는 것에서 나아가 노벨상 수상자를 15명이나 배출하는 등 호주를 과학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호주에게도 도전과제가 있었다. 지난 4월 13일부터 24일까지 호주에서 진행된 '한국-호주 언론인 교류 프로그램' 당시 만난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 NSW)주와 빅토리아(Victoria)주, 서호주(Western Australian, WA)주 정부 관계자들은 기초과학 연구의 '상업화'를 고민하고 있엇다.
알려졌다시피, 호주는 블랙박스, 전자심박조율기, 와이파이(WiFi), 초음파스캐너, 전기드릴, 페니실린 등 인류에게 혁신을 가져다준 발명품을 만들어낸 나라다. 기초과학은 탄탄하지만, 과학연구의 상업화(WIPO 기준)는 전 세계 14위로, 한국(3위)에 비해 크게 뒤진다.
▲ 대니 알렉산더(Dani Alexander) 에너지연구소(Energy Institute)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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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5일(아래 현지시각), NSW 주도인 시드니에 있는 UNSW 대학교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만난 대니 알렉산더(Dani Alexander) 에너지연구소(Energy Institute) 대표는 기초연구의 상업화 과정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처음 자본 출자부터 수익 창출까지 기간)'이라고 표현했다. UNSW는 올해(2024년) 전 세계 대학순위 19위로, 청정 에너지 및 탄소저배출 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선두 대학이다.
"한 번 입증, 확증된 기술에는 펀딩이 있는데, 그 기술을 입증하기까지 과정에서 펀딩이 없다보니 '죽음의 계곡'이 있다. 특히 에너지 분야의 기술 전환과정에서 많은 장비 등 초기 자본 투자가 많이 드는데, 죽음의 계곡을 통과하기 참 힘들다."
이는 대부분의 호주 대학들이 가진 도전 과제다. 대니 대표는 "(대학 연구자들이) 굉장히 훌륭한 아이디어가 있지만, 그 아이디어를 갖고 시장에 가고 싶어하는 이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면서 "죽음의 계곡을 넘는 과정에서 펀딩을 많이 받는 게 필요하고, 일론 머스크처럼 창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키워내는 것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상용화'라는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산업체·대학이 협업한 '트레일블레이저 대학 프로그램(Trailblazer Universities Program)'이 있다. 13억 호주달러를 투자해 호주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우주, 국방, 첨단제조, 식량, 청정에너지 등 전략 분야의 기초연구와 상업화를 지원한다. 또 죽음의 계곡을 넘기 위한 지원책으로 '경제적 가속 프로그램(Economic Accelerator Program)'도 도입하고 있다.
▲ 시카다 이노베이션즈(Cicada Innovations) 내 스타트업 회사 대표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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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구의 상업화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현장을 다음날인 16일 방문했다. 시드니에 있는 딥테크(Deep Tech) 육성기관인 '시카다 이노베이션즈(Cicada Innovations)'로, 과거 증기기관차를 만들던 철도공장을 '스타트업 허브'로 탈바꿈시켜 미래산업의 장소로 활용하는 곳이었다.
▲ 알렉스 샤필스키(Alex Shapilsky) 국가우주산업허브(NSIH) 책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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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샤필스키(Alex Shapilsky) 국가우주산업허브(NSIH) 책임자에 따르면, 이곳에서 25년간 350개 이상의 딥테크 벤처기업이 탄생했고, 1000개 이상의 특허가 나왔으며, 20억 호주달러(약 1조8020억 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보했다. NSIH는 2022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위성 추진체와 위성 블랙박스, 탐사 로봇, 우주 통신, 위성항법, 우주방사선 측정기 등 우주 분야 스타트업을 중점 육성에 전념하고 있다.
알렉스는 "시카다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전 세계가 당면한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이를 상업화하려는 딥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호주의 대표적 기관으로 NSW와 많이 협력하고 긴밀하게 일하고 있다"면서 "한국 역시 위성항법 시스템 구축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카다에 입주한 위성 관련 기업들과 한국의 협업을 기대하고 있고, 한국기업이나 항공우주청(KASA)가 협력을 원한다면 충분히 우리와 같이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어로 '매미'를 뜻하는 시카다는 기업이 가진 영향력을 전파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아이디어 수준의 기술을 구체화하고, 상업화하는 과정을 지원한다. 지분을 투자해 성공하면, 투자한 지분을 뽑아내거나 투자금 회수에 목적을 두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알렉스는 "투자금 회수를 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으며,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기업과 직원들의 성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 스타트업 허브인 Cicada 내 벤처업체들이 만들어내는 상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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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지는 기사 : [호주 기초과학 파워①-하] "우주, 갤럭시... 과학이 가장 중요, 기술의 원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호주 워클리재단(Walkley Foundation)이 공동 주최한 ‘2024년 한-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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