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오빠'와 '추블리'…박찬대 vs 추경호 비교

이현주 2024. 5. 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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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원내사령탑 박찬대 VS 추경호
소통 능력 뛰어나고 3선의 尹·李 실세 공통점
협치 공감하나 방법엔 이견, 기대와 우려 병존

"민생회복지원금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에도 '호(好)'라고 대답해주길 바랍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촉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들으라고 그의 이름을 인용해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웃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추 원내대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추가경정예산의 준말인 추경이기 때문이다. 부총리 시절 자신을 '추경불호(不好)'라고 불렀을 정도였다.

추경호 VS 박찬대, 여야 원내사령탑이 정해지면서 두 사람이 주도할 22대 국회의 첫 모습이 주목된다. 민주당의 '입법 공세'가 어떻게 펼쳐질지, 국민의힘은 어떤 방어 전략을 가동할지 관심사다.

◆공통점은 내리 3선 의원 + 尹·李 실세 = 두 원내대표는 20대 총선에서 나란히 첫 배지를 달았다. 21·22대까지 내리 3선 고지에 올랐다. 추 원내대표 지역구는 대구 달성, 박 원내대표는 인천 연수갑이다.

자타 공인 '경제통'인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를 역임한 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면서 '실세 장관'이라고 불렸다. 윤 대통령이 '경제는 추 부총리에게 맡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믿고 갈등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 후보의 '입'으로 불리면서 선거 기간 동안 수석대변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때 ‘화천대유 게이트’에 연루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방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추블리 vs 교회오빠 = 추 원내대표 별명은 '추블리'다.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스타일로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 때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을 위해 점자 공보물을 따로 제작했다. 추 원내대표는 '투표권은 없지만, 당직자와 보좌진들도 우리의 동지이니 함께 소통하고 하나 돼서 가자는 메시지를 공보물에 꼭 넣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격식도 없는 편이다. 부총리 시절 복장 자율화를 추진했다.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참석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중요한 건 옷이 아니라 성과"라고 강조했다. 의원실 보좌진들도 편하게 옷을 입고 다닌다. 초대 경제부총리를 맡은 만큼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으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은 옅은 편이다. '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의원들과도 두루두루 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 처리를 할 때는 꼼꼼하게 챙기는 편이다. 일할 때는 힘들지만, 하고 나면 보람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낀다고 보좌진들은 입을 모았다.

박 원내대표는 인천 토박이로 지역 내 유권자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다. 지역 행사에는 아무리 일정이 늦어도 시간을 내 찾아가 주민들과 막걸리를 비울 만큼 막역하게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호탕하고 부드러운 성격 덕분에 원내 강성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지만 큰 적이 없는 게 특징이다. 회계사 출신으로 일 처리를 꼼꼼하게 해 지지자들이 '알찬대', '긷동찬대'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당내에선 '교회오빠'로 통한다. 교회오빠처럼 특유의 친절함이 몸에 밴 덕분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특히 정청래 최고위원이 해당 호칭을 자주 사용하면서 친근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실은 '승진 안 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인력 교체가 상대적으로 적어 승진 기회가 줄어든다는 설명인데, 그만큼 분위기가 좋기로 유명하다. 실제 박 의원실에는 현재까지 5년 이상 동고동락한 실무진들이 포진해 있다.

◆정통 관료 vs 회계사 출신…서로 다른 경제관 충돌 가능성= 정치권에선 두 신임 여야 원내대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병존한다. 민생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양측 모두 협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원 방법에 대해선 이견을 보인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특별법 발의를 예고해 향후 갈등이 예상된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해 경제부총리 시절 건전재정을 위한 추경 반대 기조를 지속해서 견지해온 만큼 양측의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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