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원 아깝지 않다"…명품백 뺨치는 강력한 '향기 효과' [럭셔리월드]

이민지 2024. 5. 12. 10: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니치향수 백화점서 두 자릿수 신장율
저렴한 가격에 명품 효과 '톡톡'
명품 브랜드 일제히 향수 가격 인상

'오감(五感)' 중 가장 강한 자극은 후각에서 온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맛보고, 만져보는 것보다 냄새의 자극이 훨씬 크고 깊다. 명품 가방과 시계, 지갑을 앞세우는 것보다 향기로 자신을 더 강렬하게 나타낼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니치 향수' 열풍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니치 향수는 대중적인 향수에서 찾을 수 없던 새롭고 복잡한 향을 추구한다.

니치 향수는 수년 전만 해도 나만 알 수 있는 향을 소비하고 싶은 소수를 중심으로 소비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고가의 가격으로 인해 '명품 향수'로 불리며 백화점 한복판에 입점했다. 패션 대기업들은 새로운 니치 향수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주요 백화점들의 니치 향수 매출 신장률은 모두 두 자릿수대를 기록하며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백화점은 전년동기대비 30.8% 매출이 늘었고, 신세계백화점은 10%대 신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에 향수 전문관 ‘퍼퓸 아틀리에’를 선보인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3개월만 향수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41% 성장했다고 밝혔다.

니치 향수는 단조롭고 직관적인 향보다는 복잡하고 깊은 향을 가진 향수들이 많다.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니치 향수를 찾는 가장 큰 이유다. 남들이 갖지 못한 향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딥디크', '르 라보(에스티로더)', '바이레도', '조 말론 런던(에스티로더)'에서 최근에는 톰 포드, 메종 프란시스 커정(LVMH), 크리드(케링), 킬리안(에스티로더), 아쿠아 디 파르마(LVMH), 프레데릭말 등 다양한 니치 향수 브랜드들로 관심이 확대됐다. 직접 공방에 가서 향수를 만들기도 한다는 31세 송 씨는 "이미 브랜드별로 유명해진 향수들은 잘 안 쓰게 된다"며 "이거 무슨 향수냐고 물었을 때 느끼는 희열이 있어 새로운 니치 향수를 계속 찾게 된다"고 말했다.

명품 효과를 저렴하게 누릴 수 있다는 점은 니치 향수 매력 중 하나다. 니치 향수는 '스몰 럭셔리'의 대표 격으로 꼽힌다. 스몰 럭셔리란 누구나 살 수 없는 제품에서 누릴 수 있는 개인화된 경험을 가리킨다. 50만원보다 적은 가격으로 수백, 수천만 원에 달하는 명품 가방이나 시계를 착용하는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프레스티지 향수 시장 규모는 2021년부터 연평균 8%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며 2025년 182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

니치 향수는 대형 향수 브랜드와 비교해 가격대가 비싸다. 브랜드만의 고유한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브랜드별로도 제품에 원료가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나타내는 부향률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있다. 부향률이 높을수록 지속시간이 길고 가격이 높아진다. 가격이 비싼 퍼퓸은 부향률이 15~30%로 7시간 정도 향이 지속된다. 브랜드별로 가격 차이가 크지만 70~100mL 기준 20만~30만원에서 비싸게는 70만원대까지 이뤄져 있다. 일반 멀티브랜드숍(MBS)에서 판매하는 대중 향수 가격보다 4~10배가량 높다.

최근 니치향수 가격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불황에도 니치 향수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글로벌 명품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구찌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케링그룹의 '크리드'는 다음달 평균 10%대의 가격 인상을 앞둔 것으로 전해진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메종 프란시스 커정'은 이달 초 주요 제품의 가격을 5~10% 올렸다. 미국 명품 뷰티 브랜드 톰 포드도 1분기 일부 제품라인 가격을 소폭 상향 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톰 포드의 대표 향수인 '로즈프릭(100mL)'의 가격은 70만원 후반에 형성돼 있다.

백화점들은 니치 향수 고객을 잡기 위해 향수 브랜드 입점을 늘리는 모습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전체 백화점 점포에 니치 향수 매장은 2019년 36개에 불과했지만 2022년 69개에서 현재는 78개까지 확대됐다.

단독경쟁도 치열하다. 현대백화점은 아르헨티나 향수 '푸에기아 1833', '퍼퓸드말리'를 단독 판매 중이다. 패션 회사들은 해외 니치 향수 제품 브랜드 판권 경쟁이 치열하다. 딥디크, 바이레도를 국내에 유통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꾸레쥬', '메모파리', '산타 마리아노 벨라' 등으로 향수 포트폴리오를 확장했고 LF는 지난해 말 프랑스 브랜드 '소라도라'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니치 향수 브랜드들이 전면에 나오면서 니치향수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며 "향수는 명품 가방처럼 하나만 사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를 구매해 사용하기 때문에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