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에 흘려먹는 국수 日 '나가시 소멘'…기자가 만들었다 [日요일日문화]

전진영 2024. 5. 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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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여름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에서 이맘때쯤이면 대나무에 물을 흘려서 국수를 띄우고, 젓가락으로 이를 건져 먹는 '나가시 소멘'을 보신 적 있을 것입니다.

나가시 소멘은 말 그대로 흘려 먹는 국수입니다.

식품기업 산토리랑 세계 나가시 소멘 협회가 손을 잡고 도쿠시마현에서 '일본 재발견 프로젝트'를 연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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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서 차게 식혀 먹던 국수서 유래
최장·최고 속도 기네스 기록도

어느새 여름입니다. 추운 날씨에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란 것이 엊그제 같은데 곧 땡볕 무더위를 맞이할 것 같네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에서 이맘때쯤이면 대나무에 물을 흘려서 국수를 띄우고, 젓가락으로 이를 건져 먹는 '나가시 소멘'을 보신 적 있을 것입니다. 단체로 모여서 국수를 젓가락으로 건지고, 건지지 못해도 서로 깔깔 웃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이죠.

사실 이 나가시 소멘, 언론사 기자들에게서 유래한 문화인 것을 아시나요?

오늘은 웬일로(?) 참신한 생각을 한 기자들의 발명품, 나가시 소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나가시 소멘은 말 그대로 흘려 먹는 국수입니다. ‘흐를 유(流)’자에 소면을 붙여 만든 단어죠. 유래에 대해서는 분분하지만, 기자들이 개발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대나무 등으로 만든 수로에 물을 흘려보낸 뒤, 여기에 국수를 띄워서 젓가락으로 잡아 차갑게 식힌 장국에 찍어 먹는데요.

바야흐로 쇼와 30년(1955년), 미야자키현 다카치호정에 상주하는 주재 기자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 그때도 지금처럼 야간에 벌어지는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야간당직 시스템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더운 여름 야간 당직을 서면서 밤참으로 먹던 국수가 원조라고 합니다. 기자들이 국수를 삶고, 반으로 쪼갠 대나무에 넣어 계곡물에 씻어서 먹었다고 하네요. 이 체험을 기사로 썼는데, 현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이 이를 읽고 아이디어를 떠올려 현재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이후 이것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전국 각지로 퍼져나가게 되죠.

이렇게 위에서부터 아래로 흘려보내는 형태도 있지만, 물줄기가 도넛 모양으로 빙글빙글 회전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가고시마현에서 탄생했다고 하는데, 이를 발명한 사람은 1970년 '회전식 소면 개수기'라는 이름으로 상표 등록까지 했다고 하죠.

일본에서는 보통 시골 할머니 댁에 모여 가족들이 다 같이 정원에서 이 소면을 먹는 것이 추억의 이벤트라고 하는데요. 아이 키우는 집에서도 플라스틱으로 만든 자그마한 크기의 나가시 소멘 기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아마 여러 명이 오손도손 먹기 좋아서인 것 같습니다.

라쿠텐에서 판매하는 나가시소멘 기계 광고사진.(사진출처=라쿠텐)

이 나가시 소멘과 관련해 다양한 기네스 기록도 존재합니다. 가장 최근의 기록은 지난해 10월 오이타현에서 나왔네요. 대나무 1000개 이상을 이어붙여 4031.76m라는 세상에서 가장 긴 나가시 소멘 수로를 만들었고, 무사히 소면 흘려보내기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건물 계단에 설치해 세계 최단 기록을 낸 경우도 있습니다. 그간 일본에서 가장 빠르게 소면을 흘려보낸 기록은 시속 14.5km로 자전거를 타는 속도와 비슷했는데요, 세계 나가시 소멘 협회가 고압 세척기를 사용해 물을 고속으로 흘려보내면서 시속 30km가 넘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젓가락으로 잡기는 굉장히 어렵겠네요.

최장기록도 있습니다. 나가시 소멘의 세계 최장 기록은 구마모토현의 고등학생들이 성공시킨 3328m라고 합니다. 구마모토와 협력해 만들었는데, 무려 1시간 21분을 흘러갔다고 하네요.

최고 낙차도 있습니다. 식품기업 산토리랑 세계 나가시 소멘 협회가 손을 잡고 도쿠시마현에서 ‘일본 재발견 프로젝트’를 연 것인데요. 가파른 산비탈에 265m 높이의 대나무 레일을 설치한 뒤 소면을 흘려보냈다고 합니다.

일본의 더위는 우리나라보다 더 심한데요. 푹푹 찌는 더위, 잃어버린 식욕과 의욕을 살리기 위한 재미있는 문화인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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