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와 통화녹음 [기자수첩-정치]

김희정 2024. 5.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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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직접 이야기하기 좀 그러니까, 의원실에서 이야기하지."

민감한 정치 현안을 취재할 때 특히 정치인들은 전화 통화를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나 '아이폰'을 사용한다고 하면, 전화는 '안돼'라고 외친 정치인들도 술술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아이폰을 사용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통화녹음 기능을 사용하는 정치인들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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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배현진 '통화녹음' 후폭풍…
'녹음' 넘어 '폭로' 의식 강해질 여의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야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전화로 직접 이야기하기 좀 그러니까, 의원실에서 이야기하지."

민감한 정치 현안을 취재할 때 특히 정치인들은 전화 통화를 부담스러워 한다. 전화로는 말해줄 수 없지만, 직접 만나면 말해줄 수 있다고 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아이폰'을 사용한다고 하면, 전화는 '안돼'라고 외친 정치인들도 술술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기본적으로 아이폰은 통화녹음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대체로 '갤럭시폰'을 사용한다. 간편한 통화녹음을 포기할 수 없기에 그렇다. 정확한 기사작성을 위해 '일종의 보험'으로 남겨두기 위함이다. 정치인들은 갤럭시폰만큼 아이폰도 많이 사용한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아이폰 비번'에서 증명됐듯, '보안'이 보장된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아이폰을 사용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통화녹음 기능을 사용하는 정치인들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의도에선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내 통화를 녹음하고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그러나 통화녹음이 '폭로까지' 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최근 국민의힘 이철규·배현진 의원의 통화녹음 공개 사건 이후, 정치권에 다시 한번 '통화 녹음 공포'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배현진 의원이 오죽 억울했으면 그랬겠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어찌됐건 이제 여의도에선 '상대방이 내 통화를 녹음하고 있을 것'을 넘어 '내 통화를 폭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질 것 같다. 깊은 대화는 오가지 못하고, 서로를 의심하며 지금보다 다양한 대치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아이폰에도 복잡하지만 통화녹음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통화 녹음 보험’을 갖고 있을 필요성을 느낄 사람들이 많이 생길지도 모른다. 정치권이 더욱 삭막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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