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년 공학도’ 박충권 “올바른 안보, 힘의 견제가 우선” [당선인 인터뷰]

권혜진 2024. 5.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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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정체성 살려 대한민국 외교·안보 미래 준비할 것”
“미국은 ‘과학 우선주의’…우리도 이공계 처우 개선 필요”
“북한 3대 핵전력 중 2대 전력 갖고 있어…방심 말아야”
“‘강 대 강’ 원칙 옳아…대북 기조는 先 힘 後 대화 이뤄야”
박충권 국민의힘 비례대표 당선인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저는 청년이자, 과학기술자이자, 평범한 시민이자, 탈북민이자, 무기전문가입니다. 비례 2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제가 가진 다양성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제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박충권 당선인은 자신을 ‘멀티플 아이덴티티’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2일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국민이 주는 월급을 받으면서 특정 분야에 한정되어 일하게 된다면 밥값을 할 수 있겠나. 탈북민 출신으로 북한 분야 의정 활동은 당연한 것이고, 공학도라는 전문성을 살려 과학기술 발전과 과학기술 육성에 기여하겠다”고 정치인으로서 포부를 밝혔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박 당선인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군사 무기의 국산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김정은국방종합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대학교 3학년 때 학생 간부를 하며 북한 체제가 돌아가는 원리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다. 매관매직 등 중앙당이 위에서부터 다 썩어있었다. 시스템적으로 잘못됐다, 부패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제게 남은 선택지는 밖으로 나가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탈북 결심 후 2009년에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 한국에 정착한 박 당선인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재료공학을 공부했다. 현대제철에 입사한 뒤 6년간 자동차 부품소재 개발을 담당했다. 그러던 중 그는 지난해 말 국민의힘 영입 제안을 받아 정치를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항상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저라는 사람 자체가 국가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기 때문”이라며 “제가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온 대한민국이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종북 세력이 사회 전반과 정치계까지 침투해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안보가 흔들린다, 이런 생각을 하니 연구실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탈북 공학도’ 정체성을 살려 외교·안보 분야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과학기술인 출신으로서 젊은 과학기술자들을 양성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해 미래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겠다”며 “동시에 북한과 교류는 우리 다음 세대가 이뤄야 할 사회적 통합이다. 탈북민 생애주기별 체계적 지원 정책을 마련해 효율적인 지원 제도로 개편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비례대표 당선인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다음은 박 당선인과 일문 일답

- 당선 소감은
▷ 복합적이다. 벅차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15년 전 맨몸으로 두만강을 건너 한국으로 왔다. 우리 사회에 여러 혜택과 도움으로 서울대 박사 학위를 땄고, 대기업 연구원을 거쳐 오늘날 국민을 대리하는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저라는 존재가 자유대한민국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받은 혜택을 국민께 돌려드려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있다. 

- 22대 국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희망하는 상임위가 있다면
▷ 1순위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다. 청년 과학기술인 대표로서 젊은 과학자를 전폭 지원하고 과학기술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 일할 수 있도록 입법, 정책 활동에 주력하고 싶다. 특히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정받고 과학기술인이 우대받을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 직후 과학계 인사를 대거 중용하고 science first(과학 우선주의)를 천명하지 않았나. 더 이상 ‘의대가 답이다’라는 말이 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 젊은 과학기술인 대표로서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 어떻게 바라보나
▷ 제가 대학원생이었고 연구자였고 기업에서도 연구원으로 일하지 않았나. 급작스러운 R&D 예산 삭감으로 인해 많은 대학원생과 연구자들이 어려움 겪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R&D 시스템이 완벽하다, 결함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윤 정부의 예산 삭감은) 현행 R&D 시스템의 비효율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또 올해 우리 정부가 2025년도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 발표했기 때문에 (한층 개선된 시스템을) 기대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 

- 구체적으로 과학기술 관련 입법 계획이 있나
▷ 1호 법안으로 ‘이공계 지원 특별법 전부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 이공계 인재들의 체계적 육성하기 위한 법안이다. 핵심은 한국판 스타이펜드(연구생활장학금)를 확대 지원하고 병역특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또 R&D 생태계와 연구자 처우 개선을 위한 연구자 직무발명 보상 강화, 우수연구자 정년 폐지, 과학기술인공제회 가입 비율·제한 완화 등을 담고자 했다. 덧붙여서 윤석열 정부의 과학기술 국정과제인 12대 전략기술, 3대 게임체인저 육성, 우주항청 안착, 원자력 산업 생태계 복원 등을 전폭 지원할 생각이다. 

- 공학도로서 북핵 개발 수준을 평가하자면? 핵전쟁 가능성 있나
▷ 북한이 가진 역량으로 개발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했다. 재래식 핵탄두부터 수소폭탄, 전술핵까지 지속해 고도화되고 다종화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이제 방사포에도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수준까지 됐다. SLBM도 확보하고 있다. 3대 핵전력 중 2대 핵전력을 손에 넣은 셈이다. 우리나라를 타격 수단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핵전쟁 가능성은 낮다. 현재까지 우리가 자체적 국방력과 한미군사동맹에 기반해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핵무력에 의한 남한 전 영토 평정’을 공언했다. 우리도 미래를 대비해 독자적인 전쟁 억지력 핵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지속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게 해야 우리나라 위상도 강화할 수 있고 한미동맹도 수평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자체적인 충분한 힘도 갖추지 않고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을 요구하고 자주국방 운운하는 건 어린아이 투정 수준 이상이하도 아니다.

-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평가하자면
▷ ‘강 대 강’ 원칙이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다. 본질적으로 아주 옳다. 북한이 도발하는 주요 목적 중 하나는 한반도에서 우나라의 입지를 좁히고 자신들의 협상력을 키우려는 것이다. 다양한 대남 공격 무기를 선보이는 것도 우리나라를 제압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세계에 보내는 것이다. 즉, 한미 동맹에서 대한민국의 무용론을 강조해 미국 입장에서 우리나라를 짐처럼 여기도록 하려는 목적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 대 강’ 대응을 통해 우리도 북한을 확실히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 공격을 중간에서 막아주는 영내 견제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면 미국도 핵우산 제공을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 그렇다면 올바른 안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다. 수천 년 인류 역사가 증명해 준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이 있지 않나. 우리 상대는 핵을 들고 있는데, 악수를 청한다고 될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판문점 도보다리 만남의 결과가 어땠나. 돌아온 것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서해공무원 피격사건이었다. 북한이 당장 전쟁을 치를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아직 힘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현재로서 전쟁은 곧 김정은 정권의 종말이기 때문이다.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 올바른 안보다. 먼저 힘의 우위를 갖추고,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 박충권 당선인에게 정치란
▷ ‘부국강병’이다. 국민들을 먹여 살리고, 지키고, 국민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다. 탈북 청년 과학기술인이자 22대 국회의원으로서 미래를 준비할 정치적 소명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 직면한 가장 큰 문제와 위기를 파악해서 대안 제시하겠다. 우수한 청년 인재를 전폭 지원하고 모아서 새로운 국가적 비전을 만들고 국민이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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