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승부사들’ 칼빈대 축구부 무패 질주…강호 연세대 제압

송지훈 2024. 5. 11. 21: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흥세 총감독(뒷줄 오른쪽 네 번째)과 김상호 감독(맨 오른쪽)이 호흡을 맞춰 이끌어가는 칼빈대학교 축구부가 대학축구의 강호 연세대를 꺾는 등 이변의 주인공으로 주목 받고 있다. 사진 칼빈대학교

지난해 대학축구 1부리그(U리그1) 무대에 진출한 칼빈대학교(총장 황건영)가 올해도 쾌속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명문 연세대를 격파하며 수준급 경기력을 뽐냈다.

김상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칼빈대는 지난 10일 용인 모현 레스피아 축구장에서 열린 연세대와의 2024 대학축구 U리그1 3권역 5라운드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대학축구 최강 연세대를 상대로 과감한 공격축구를 선보이며 거둔 승리라 의미가 남달랐다.

접전 끝에 전반을 0-0으로 마친 칼빈대는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3분에 잡은 코너킥 상황에서 정교한 세트피스로 극장 골을 만들어냈다. 진태우가 올려준 볼을 상대 위험지역 안쪽에 자리 잡은 이관우가 정확한 헤더로 마무리하며 연세대의 골 망을 흔들었다. 이후 나머지 시간을 실점 없이 마무리해 승리를 확정지었다.

칼빈대 축구부는 지난 2016년 1월에 창단해 올해로 8년 차에 접어드는 젊은 팀이다. 올 시즌 같은 권역에서 경쟁 중인 연세대, 홍익대, 경희대, 강서대, 경기대, 청주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상대 팀들과 견줘 역사가 한참 짧다. 하지만 프로축구 K리그 강원FC 사령탑을 역임한 김상호 감독이 부임한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지난해 U리그2(대학축구 2부리그) 5권역에서 9승2무3패(승점 29점)으로 우승해 U리그1으로 승격했고, 1·2학년 대학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주목 받는 팀으로 성장했다.

김상호 감독(맨 오른쪽)이 이끄는 칼빈대학교 축구부가 대학축구의 강자 연세대를 꺾은 뒤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 칼빈대학교

올 시즌에도 칼빈대의 질주는 이어지고 있다. 대학축구 무대에서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한 조에 속해 있지만, 5경기에서 3승2무(승점 11점)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세대를 상대로 과감한 공격 전술을 가동해 승리를 거두는 등 탄탄한 경기력으로 대학축구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칼빈대 축구부 창단을 이끈 인물은 ‘아프리카 축구의 아버지’라 불리는 임흥세 총감독이다. 지도자로 김주성, 홍명보, 하석주 등 한국 축구 레전드를 여럿 길러낸 임 총감독은 남아공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아프리카 각지를 돌며 대한민국 축구 혼을 이식 중이다. 아프리카 최빈국 남수단의 올림픽 출전을 위해 남수단올림픽위원회(SSOC) 설립을 주도했으며, 최근까지도 남수단축구대표팀 총감독으로 봉사했다.

임 총감독은 에이즈를 비롯해 각종 질병과 기아에 시달리는 현지 어린이들에게 축구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소년병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국제연합(UN) 산하 NGO 미래희망기구, 국내 스포츠브랜드 낫소 등과 손잡고 ‘총 대신 축구공을’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아프리카 각국에서 내전에 참여한 소년병들이 가지고 있는 총과 무기류를 가져오면 그에 상응하는 축구공으로 바꿔주는 이벤트다.

칼빈대 축구부 총감독을 맡고 있는 임흥세 감독은 남수단을 위시한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축구로 새로운 희망을 전하고 있다. 사진 임흥세

임 총감독은 “꿈 없이 살아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축구공은 새로운 기적의 출발점 역할을 한다”면서 “지도자로서 좋은 선수를 길러낸다는 목표에 더해 언젠가 내 역할을 물려받을 ‘축구 선교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칼빈대와 의기투합해 축구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축구에서 손꼽히는 지장이자 덕장인 김상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선수들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좋아져 기대가 크다”고 칭찬했다.

칼빈대 축구부는 향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소외된 지역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며 훈련을 겸해 봉사와 재능 기부 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다. 선수들은 축구뿐만 아니라 외국어, 축구 코칭 과정, 심리 상담 과정 등 다양한 코스를 병행하며 운동선수와 그 이후의 삶에 이르기까지 차분히 대비하고 있다.

칼빈대 관계자는 “총장님부터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축구부의 활약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응원을 보내준다”면서 “‘신학대학교’와 ‘축구’라는 두 가지 요소를 적절히 조화시켜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산하는 선수들을 길러내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대학축구 신생팀 칼빈대는 지난해 대학축구 2부리그에서 우승하며 1부리그로 승격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사진 칼빈대학교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