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에 필적할 뉴질랜드 와인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지구 온난화로 유럽 와인 산지가 멍들어갈 때 혜성처럼 떠오른 웰빙 와인이 있다. 뉴질랜드 그레이스톤 와이너리의 피노누아 와인이다. 뉴질랜드는 태초의 자연 청정 그대로를 맛볼 수 있는 유기농 와인이 재현되는 곳이다. 우리나라 무더운 초여름 날씨와 다르게 포도 수확이 끝나고 초겨울 동안 와인이 익어간다.
그레이스톤 와이너리는 북캔터베리의 와이파라 밸리에 자리 잡고 있다. 경사진 포도밭에서 양(羊), 허브 풀 등을 이용한 100% 유기농법에 따라 고품질 포도를 수확해서 와인을 양조한다. 여기서 만든 피노누아 와인은 최근 영국 와인 전문 잡지 디캔터로부터 뉴질랜드 최고 와인 중 하나로 선정됐다. 미국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뉴질랜드에서 잠재력이 가장 높은 와인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창립자 피터 토마스는 서늘한 기후에서 와인을 재배할 수 있는 완벽한 포도밭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물색했다. 2000년 우연한 기회로 와이파라 밸리 오미히 언덕 근처를 지나가면서 마법 같은 땅을 발견하고 와이너리 창업을 결심했다. 오미히 언덕에 솟아오른 화석과 석회암층이 혼합된 토양을 보고 ‘고대 해저가 융기된 최고의 땅’이라는 의미를 담아 브랜드를 만들었다. 2004년에는 당시 호주의 펜폴드 와이너리에서 최고의 포도 재배자로 유명한 닉 길을 찾아가 동업을 제안했다. 제안을 승낙한 닉 길은 이후 링컨대에서 포도 재배·양조학 석사 학위를 받은 돔 맥스웰을 영입해 함께 포도밭을 관리했다. 최고경영자(CEO)로 와이너리 운영 전반과 포도밭 관리를 담당한 닉 길은 2024년 3월 또 다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곳을 떠났다.
프랑스 부르고뉴 최고급 와인과 비교
이들은 와이너리 설립 후 2004년 포도밭에 피노누아, 리슬링, 피노그리, 게뷔르츠트라미너,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시라 포도나무를 심었다. 이 중 잠재력이 가장 큰 피노누아를 50% 이상 재배했다. 그레이스톤 와이너리는 2014년 일반적인 포도 재배에서 유기농으로 전격 전환했고, 2016년 ‘뉴질랜드 유기농 와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와이너리로 선정되며 뉴질랜드 전역에서 최고의 유기농 와인 생산자로 인정받았다.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도 많은 상을 받았다. 2017년 디캔터가 선정한 ‘Top20 New Zealand Wineries’에도 이름을 올렸다. 돔 맥스웰 역시 2012년 ‘올해의 뉴질랜드 와인스테이트 와인 메이커’로, 2018년 ‘Gourmet Traveler WINE’ 잡지에서 ‘올해의 뉴질랜드 와인 메이커’로 선정되며 뉴질랜드 최고의 와인 양조가로 위상을 높였다.
특히 그레이스톤 와이너리의 피노누아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의 최고급 와인에 필적할 수 있는 와인으로 평가받는다. ‘빈야드 퍼멘트 피노누아 2020’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과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후문이다. 최상급 포도를 15개월 동안 100% 프렌치 뉴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으로,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들은 이 와인에 96점 이상의 점수를 줬다. 밝은 체리 색을 띠며, 아로마는 베리, 체리, 레드 커런트, 바닐라, 허브, 백단 향이 특징이다. 중간 보디감, 부드러운 타닌, 베리의 풍미가 가득해 미각을 자극하며, 균형감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음식과 조화는 로스트비프,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양고기구이, 피자 등을 추천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8호 (2024.05.08~2024.05.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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