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커피머신 5개 필요한데…" 환자에 거액 선물 받은 의대 교수

김은하 2024. 5. 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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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대놓고 금품·선물 요구 논란
A 교수 김영란법 위반 인정…B씨 측과는 법정 다툼

명문대 의대 교수가 환자에게 선물을 요구하고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국민권익위 등 조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명문대 의대 교수가 수년간 수십차례에 걸쳐 환자로부터 고가의 상품권과 한우 선물 세트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해당 교수가 받은 상품권의 일부. [사진출처=연합뉴스]

연합뉴스는 11일 “A 교수가 2020년 11월 담도암 환자 B씨의 수술을 한 이후, B씨와 그의 보호자 C씨 등과 수시로 연락하며 거액의 상품권과 선물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A 교수는 국내 최상위권의 명문대 의대에 재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를 종합하면, A 교수는 환자들에게 평소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 이후 B씨의 몸 상태가 악화하며 양측의 사이가 크게 틀어졌다. 이 과정에서 B씨는 A 교수의 비위 사실들을 폭로했다.

B씨는 60대 여성으로 수술 후 2년여 지난 2022년 11월 췌장염에 걸린 데 이어 지난해 7월 담도암의 일종인 팽대부암 진단을 받았다. 암이 재발한 것이다. 그는 췌장염과 암이 겹쳐 고통이 심해지자 A 교수에게 전화해 도움을 호소했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A 교수가 불친절하거나 성의가 없는 응대를 한다고 느낀 B씨는 실망하고 분노했다.

반면, A 교수는 수술과 진료 일정이 많아 바쁜 데다 마땅한 치료 방법도 찾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여동생 C씨가 A 교수를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보건복지부와 국민권익위에 신고했다. 이후 A 교수는 C씨에게 김영란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모든 신고를 취하하게 했다.

둘 사이의 관계는 A 교수가 B씨로부터 다시 거액의 상품권과 식사 접대 등을 받으며 관계를 개선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B씨의 건강이 악화해 양측은 또 파국을 맞았다. 결국 B씨의 여동생 C씨는 지난 3월 다시 국민권익위와 병원 쪽에 A씨의 비위 자료들을 추가로 정리해 신고했다. A 교수는 이에 B씨 등이 자신을 스토킹했다고 고소,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상품권·한우 등 700만원 넘게 받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된 A 교수의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내용. [사진출처=연합뉴스]

C씨가 국민권익위와 병원 측에 신고한 통화 녹취와 카톡 대화, 선물 목록 등을 보면 A 교수는 2020년 12월24일 진료실에서 50만원 상품권과 20만원 상당의 찻잔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차례에 걸쳐 총 730여만원 상당의 금품과 선물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월21일에는 한우 선물 세트(38만원)와 과일(12만원)을 서울 강남의 집으로 배송받았으며 같은 해 1월과 3월, 7월에는 진료실에서 각각 20만 상당의 스타벅스 카드 상품권을 받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자택에서 백화점 상품권(50만원)과 스타벅스 카드(40만원)를 택배로 전달받았다.

설과 추석 등 명절에는 한우와 홍삼, 상품권 등 60만~7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A 교수는 이 밖에도 B씨 등에게 저녁 식사를 같이하자고 제안해 학교 앞의 고급 중식당에서 1인당 7만원짜리 코스 요리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지난해 4월에는 커피머신 5개가 필요하다며 학교로 보내달라고도 했다. B씨는 즉시 65만원 상당의 커피머신을 택배로 보냈다. 그러나 커피머신은 양측의 관계가 악화하며 B씨가 반환을 요구해 돌려줬다. A 교수는 지난해 5월에 받은 백화점 상품권(50만원)과 스타벅스 상품권(20만원)도 B씨 요구로 같은 달 돌려줬다.

A 교수는 B씨 측과 사이가 소원해져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자 C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메일에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켜 환자와 보호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점에 대해 사과합니다. 김영란법에 의해 그 어떠한 선물도 받았으면 안 되었습니다”고 적었다.

이어 “하지만 조심스럽게 보여 주시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고마운 마음을 단호히 거절하는 것보다 오히려 환자의 회복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주치의로서 적절한 범위 내에서 주시는 마음의 선물이라 생각하고 감사히 받는 편이 환자나 보호자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라고 김영란법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환자 측에 사과 이메일 보내기도

A 교수가 환자의 제보로 병원 내부 감사를 받고 금품 수수 사실이 드러난 후 작성한 사과 메일. [사진출처=연합뉴스]

A 교수는 연합뉴스에 보낸 해명을 통해 “선물을 받은 사실에 관해 제보자(B·C씨)로 추정되는 분으로부터 진료에 대한 감사의 인사표시로 명절 선물 등을 받은 사실이 있으나, 상대방의 요구로 일부 선물은 반환하기도 했다”고 김영란법 위반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그러나 “제보자(B·C씨)로 추정되는 분과 부적절한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며 “제보자로 추정되는 분의 요청에 따라 의사로서 답신을 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부당하게 진료 편의를 봐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제보자로 추정되는 분을 포함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주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의 지속적이고 도를 넘어서는 연락과 제보자로 추정되는 분의 반복되는 민원 및 내용증명 송달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형사 고소했다”고 밝혔다.

만 A 교수와 B씨 측의 소송 결과를 보고 판단한다는 전제를 달았다고 한다.

한편 B씨의 스토킹 혐의는 경찰에서 무혐의 결정이 나왔으나 A 교수가 불복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B씨는 A 교수에 대한 명백한 증거들이 많이 있는데 그의 징계를 미룬 것은 ‘제 식구 감싸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권익위도 지난 3월 A 교수 사건을 접수해 조사하고 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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