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환자에 상품권·한우 받고 선물 요구까지

박근아 2024. 5. 1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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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명문대 의대 교수가 환자에게서 상품권 등 거액의 금품을 받는 것으로도 모자라 선물까지 요구한 혐의가 드러나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11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의사인 A 교수는 2020년 11월 60대 여성 담도암 환자 B씨의 수술을 한 이후, B씨와 그의 보호자 C씨 등과 수시로 연락하며 거액의 상품권과 선물을 받았다.

B씨는 수술 후 2년쯤 된 2022년 11월 췌장염에 걸리고 작년 7월 담도암의 일종인 팽대부암 진단을 받아 재발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A 교수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성의 없는 응대에 실망했다. 이에 B씨의 여동생 C씨가 A 교수를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보건복지부와 국민권익위에 신고했다. 이에 A 교수는 C씨에게 김영란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모든 신고를 취하토록 했다.

이후 A 교수가 B씨로부터 또 거액의 상품권과 식사 접대 등을 받으며 관계를 개선하는 듯했지만, B씨 건강이 악화하며 또 갈등이 생겼다. C씨는 결국 올해 3월 다시 국민권익위와 병원 쪽에 A씨의 비위 자료들을 추가로 정리해 신고하게 됐다. 그러자 A 교수는 B씨 등이 자신을 스토킹했다고 고소해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C씨가 국민권익위와 병원 측에 신고한 통화 녹취와 카톡 대화, 선물 목록 등을 보면 A 교수는 2020년 12월 24일 진료실에서 50만원 상품권과 20만원 상당의 찻잔을 받았고, 20차례에 걸쳐 730여만원 상당의 금품과 선물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월 21일에는 한우 선물 세트(38만원)와 과일(12만원)을 서울 강남의 집으로 배송받았으며 같은 해 1월과 3월, 7월에는 진료실에서 각각 20만 상당의 스타벅스 카드 상품권을 받았다고 한다. 같은 해 12월에는 자택에서 백화점 상품권(50만원)과 스타벅스 카드(40만원)를 택배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과 추석 등의 명절에 한우와 홍삼, 상품권 등으로 60만~7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것으로 모자라 A 교수는 선물을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A 교수는 작년 5월 8일 카카오톡 대화에서 "사골은 누님께서 보내주셔서 있어요. 아래 주스면 좋겠어요. 감사"라고 요청했다. B씨는 이틀 뒤 A 교수가 말한 감귤 주스를 7만1천원에 사서 택배로 보냈다.

작년 4월엔 커피머신 5개가 필요하다며 학교로 보내달라고 말해 B씨는 65만원 상당의 커피머신을 택배로 보냈다. 그러나 커피머신은 양측의 관계가 틀어지며 B씨가 반환을 요구해 돌려줬다. A 교수는 작년 5월 받은 백화점(50만원)과 스타벅스 상품권(20만원)도 B씨 요구로 같은 달 돌려줬다. 상품권 일부는 이미 사용해 다시 구입해 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A교수는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자 C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과했다. 그는 이메일에서 "김영란법에 의해 그 어떠한 선물도 받았으면 안 되었습니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단호히 거절하는 것보다 오히려 환자의 회복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주치의로서 적절한 범위 내에서 주시는 마음의 선물이라 생각하고 감사히 받는 편이 환자나 보호자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라고 김영란법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A 교수는 연합뉴스에 "선물을 받은 사실에 관해 제보자(B·C씨)로 추정되는 분으로부터 진료에 대한 감사의 인사표시로 명절 선물 등을 받은 사실이 있으나, 상대방의 요구로 일부 선물은 반환하기도 했다"고 김영란법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제보자로 추정되는 분을 포함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주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의 지속적이고, 도를 넘어서는 연락과 제보자로 추정되는 분의 반복되는 민원 및 내용증명 송달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형사 고소했다"고 밝혔다.

A 교수는 최근 소속 병원에서 감사를 받았는데 A 교수와 B씨 측의 소송 결과를 보고 판단한다는 전제를 달았다고 한다. A 교수가 B씨 측을 스토킹 혐의로 고소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김영란법 위반에 대한 최종 판단을 재판이 끝날 때까지 보류한다는 것이다. 스토킹 혐의는 경찰에서 무혐의 결정이 나왔으나 A 교수가 불복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B씨는 A 교수에 대한 명백한 증거들이 많이 있는데 그의 징계를 미룬 것은 제 식구 감싸기라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지난 3월 A 교수 사건을 접수해 조사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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