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동훈 20년 교분" 손 다시 잡나…용산 "먼저 손 내민 것"
검사 선후배 시절 사선을 함께 넘어왔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예전과 같은 사이로 돌아갈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와 20년 넘도록 교분을 맺어온 한동훈 위원장을 언제든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한 전 위원장과 오찬이 불발된 이후 다시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윤 대통령은 앞서 “한 전 위원장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느냐”고 묻는 또다른 기자의 질문에는 5초간 뜸을 들인 뒤 “한 전 위원장은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잘 걸어나갈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이 이런 질문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평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후배”라는 말이 나올 만큼 두 사람은 수시로 만나며 소통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진천 사법연수원에 좌천됐던 한 전 위원장에 대해 “거의 독립운동처럼 (수사를) 해온 사람”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총선을 거치며 둘의 관계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한 전 위원장을 법무부 장관에서 정치권에 등판시킨 것도 ‘윤심’이란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그러나 정치인이 된 한 전 위원장이 나름의 독자 행보를 보이며 관계의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지난 1월 한 전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를 비판해온 김경율 전 비대위원에 대한 공천 의사를 밝히자 윤 대통령이 “사천”이라며 한 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했지만, 여권 관계자는 “서로에 대한 신뢰의 금이 가기 시작한 지점”이라고 했다.
이후 공천 과정에서 비례대표 명단을 두고도 양측의 갈등설이 또 불거졌었다. 하지만 불화설이 나올 때마다 둘은 서천 화재 현장에서 깜짝 만남을 갖고, 서해수호의 날에 천안함을 함께 둘러보며 충돌이 봉합되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 3월 말 의대 정원 확대 문제와 관련해 한 전 위원장이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을 만난 뒤 윤 대통령에게 유연한 처리 방안을 요구하자, 윤 대통령이 강경했던 태도에서 급선회하며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처리 유예를 지시한 것을 두고선 “윤·한 관계니 가능했던 일”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기간 참모들에게 “당 대표인 한 전 위원장이 요청하는 것은 다 수용하라”는 취지의 말도 수차례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총선 뒤 아직 두 사람은 만나지 못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달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을 거절했다. 그러면서도 전직 비대위원 및 당직자와는 식사를 해 “윤 대통령과 일부러 거리를 두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을 초청하기 전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찬을 가진 것이 관계 악화의 결정타였다는 말도 나온다.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을 배신한 사람”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었다. 이에 한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고 대응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은 한 전 위원장에게 먼저 손을 내민 거 아닌가”라며 “곧 만남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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