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정 기자의 온화한 시선] 초등 2학년 꼬마 래퍼가 행복을 묻다

신은정 2024. 5. 1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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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출근길에 목격한 장면이 가끔 떠오른다.

이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좋고 행복한지 모르고 사는 한국 사회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복음과 행복을 연결해 설명하길 좋아한다는 차 목사의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복음을 통해 우리가 행복을 누리고 그것이 너무 좋아서 그걸 우리에게 주신 분을 경배했으면 좋겠어요." 빙판길에서 한껏 미끄러지려는 아이처럼 기쁨에 겨워 복음을 받아들였으면 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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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노을군이 던진 질문
‘행복’을 주제로 한 랩으로 큰 주목을 받은 초등학생 래퍼 차노을군이 앨범 표지를 흉내 내며 촬영한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겨울 출근길에 목격한 장면이 가끔 떠오른다. 눈 오고 다음 날이었는지 길은 빙판이었다. 나를 포함해 어른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몸을 잔뜩 움츠리고 엉금엉금 걸었다. 그런데 등교하는 한 아이가 다리 한쪽씩을 쭉쭉 뻗으며 일부러 미끄러지는 게 아닌가. 바닥이 언 김에 마찰력을 거스르고 한번에 나아가려는 꼬맹이의 걸음에 나도 모르게 작은 감탄이 터졌다. 아이의 뒷모습만 볼 수 있었지만 아마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번져 있었을 것이다.

그런 해맑은 웃음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더욱 그렇다. 부모가 잔소리하는 지점 대부분은 아이에겐 행복 유발 순간이다. 비 오는 날 물웅덩이에서 잠방거리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바람을 한껏 받아 우산을 뒤집어놓는 것처럼 말이다. 성인인 우리도 한때 알던 그 즐거움의 조각들이다. 천진난만한 행동에 자꾸 의미를 부여하는 건 일상에서 부쩍 멀어진 단어인 행복을 찾고 싶어서일 수 있겠다 싶었다. 사전에는 행복을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로 설명한다.

최근 많은 이들에게 ‘행복하게 사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진지한 고민을 아주 가볍게 던져준 맹랑한 아이가 있었다. 세종시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생 래퍼 차노을군이다. 아빠인 차성진 목사가 가사를 만들고 아들인 노을군이 랩 한 장면을 담은 영상은 원래 학교 숙제 제출용이었다고 한다. 차 목사는 이 뮤직비디오를 추억 삼아 SNS에 올렸고 한 달 정도 만에 1520만 재생수를 기록하고 있다. 노래 제목은 ‘Happy’, 말 그대로 행복에 관한 것이다. 노을군은 이 노래의 인기에 힘입어 정부 기관 광고를 찍고 프로야구 시구도 했다. 귀여운 어린이 재롱에 쏟아진 관심이라고 하기엔 그 정도는 흥분에 가까웠다.

아이 숙제 영상에 쏟아진 예상치 못한 반응에 아버지 차 목사는 되레 ‘행복을 좇자’는 당연한 가치를 누리지 못하는 현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그는 ‘사실 내가 진짜 되고 싶은 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마지막 가사에 사람들이 왜 감동하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좋고 행복한지 모르고 사는 한국 사회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그러면서 차 목사는 “자기가 좋아하는 걸 아는 사람들이 대단한 것이며 반대의 사람들이 못난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토닥임이 담긴 차 목사의 위로에는 20대 청춘은 물론 중년 네티즌마저도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 정말 모르겠지만 찾고 싶다”는 고백이 댓글로 이어졌다.

신앙생활에서 우리는 행복을 누리고 있을까. 의무감이나 엄숙주의에 휩싸여 교회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묵직한 것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복음과 행복을 연결해 설명하길 좋아한다는 차 목사의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복음을 통해 우리가 행복을 누리고 그것이 너무 좋아서 그걸 우리에게 주신 분을 경배했으면 좋겠어요.” 빙판길에서 한껏 미끄러지려는 아이처럼 기쁨에 겨워 복음을 받아들였으면 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예수님은 언제나 어린아이가 되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눅 18:17)고 하신 말씀처럼 말이다.

‘최근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나’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봤다. 곧바로 답하기 어려웠다. 곰곰이 생각해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부터라도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일에 조금 더 신경 쓰고 싶어졌다. 언제 내가 웃고 있으며 무슨 일에 기쁨을 느끼는지를 말이다. 하나님이 주신 새로운 하루를 작은 감탄으로 채워가며 행복을 누리길 바란다. 나도 여러분도 그러길 소망한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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