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쪽지] 확증편향·이중논리, 그리고 철학

2024. 5. 1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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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은 합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합리적이지 않음을 경험한다.

사실 우리는 모두 '스스로는 항상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비합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일 뿐이다.

물론 이때의 고통은 자신 역시 이중논리를 구사할 때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수록 줄어들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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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미 철학커뮤니케이터


누구나 자신은 합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합리적이지 않음을 경험한다. 이를 의식하고 보면 나 역시 내 생각만큼 합리적이지 않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 또한 나의 비합리성을 보지 못하는 때가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모두 ‘스스로는 항상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비합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일 뿐이다.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할 때 우리가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일관성을 유지하는지 여부다. 앞말과 뒷말이 다르지 않은 것, 나 자신에게 적용하는 논리와 타인에게 적용하는 논리가 다르지 않은 것 말이다. 철학에서는 자신에게 적용하는 논리와 타인에게 적용하는 논리가 다를 때 ‘이중논리를 구사한다’고 한다. 이중논리를 전혀 구사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중에라도 자신이 어디서 어떻게 이중논리를 구사하는지를 파악하는 사람이 있고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당연히 전자의 사람은 점점 더 이중논리를 구사하지 않는 사람으로 바뀌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전자의 사람들은 일관성에 목숨을 거는 스타일이기에 후자의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저렇게 앞뒤 다르고도 창피하지 않을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물론 이때의 고통은 자신 역시 이중논리를 구사할 때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수록 줄어들기는 한다.

이성에 대한 철학자들의 태도는 둘로 나눌 수 있다. 임마누엘 칸트로 대표되는 이성을 신뢰하는 철학자들이 있고, 데이비드 흄으로 대표되는 ‘이성에 대한 과도한 신뢰’를 경고하는 철학자들이 있다. 칸트는 인간이 이성적 결론에 자기 자신을 종속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았다. 설사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의 결론일지라도 말이다. 이와 반대로 영국의 철학자 흄은 이성을 ‘정념의 노예’라고 보았다. 인간은 자기 마음에 드는 결론에는 그 결론이 타당한 그럴싸한 이유를 찾아내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결론에는 그 결론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찾아내는 존재라는 것이다. 사실 흄의 경고는 이성의 한계를 알고 이성을 제대로 사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신이 얼마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생각하는지를 깨닫는 것은 이성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비판적 사고 분야의 연구자인 리처드 폴과 린다 엘더는 ‘왜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하는가’에서 ‘어떤 사람들은 일단 특정 신념체계를 형성하면 나머지 인생 동안 그것을 방어하면서 산다. 그들의 견해에서 발전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마음의 지평이 확장되지도 않는다’라고 한 바 있다. 철학적 성찰은 그러한 방어를 넘어서서 마음의 지평을 넓히도록 하는 작업이다. 자신의 신념체계가 논리적으로 구성되었는가, 문제점은 없는가를 끊임없이 따져 물으면서 말이다. 유튜브 시대에 모두 확증편향을 걱정한다. 철학은 확증편향을 넘어서고 확증편향을 해체하려는 노력이다.

박은미 철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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