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 각국 정부 극단적 사건에 압도당할 것"

노광준 2024. 5. 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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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기후 석학들 "금세기에 지구 온도 최소 2.5도 오를 것"... 식량 생산 중단 등 피해 예상

[노광준 기자]

 영국 <가디언>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소속 과학자 380명에게 앞으로 지구 온도가 몇 도나 오를 것 같냐고 물어봤더니 77%는 이번 세기 안에 최소 2.5도 이상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고 보도했다.
ⓒ 가디언
 
지난 8일 영국 언론 <가디언>이 독점 기사를 공개했다. 세계 최고의 기후과학자들, 즉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소속 과학자 380명에게 앞으로 지구 온도가 몇 도나 오를 것 같냐고 물어봤더니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거다. 과학자들의 77%는 이번 세기 안에 지구 온도는 최소 2.5도 이상 오를 거라고 예측했다. 앞으로 5도 이상 오를 것이라고 답한 과학자들도 있었다.
 
응답자의 77%는 이번 세기 지구 온도 상승을 최소 2.5도로 예상했다. 응답자의 거의 절반 가량이 최소 3도 상승을 예상했고, 국제적으로 합의된 1.5도 이하로 제한될거라고 답한 비율은 단지 6%에 불과했다. (가디언, 2024.5.8)

고작 2도, 3도 오르는 걸 갖고 무슨 호들갑이냐고 여기는 독자들도 계실 듯하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은 우리가 일기예보에서 보는 오늘의 기온처럼 생각하면 안된다. 사람의 체온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날 그날의 날씨는 10도에서 20도 널뛰기할 수 있지만 지구 전체 평균 기온은 늘 적정 수준을 유지해 왔고 이는 우리집 아이의 체온처럼 늘 일정했다.

그런데 37.5도까지가 정상체온이라고 할 때 여기서 아이의 체온이 1.5도 올라서 39도가 된다면? 집 안 전체가 발칵 뒤집힐 거다. 2.5도가 올라서 40도를 넘기는 날에는 119 구급차가 와야 할 상황이다. 체온 상승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이를 계기로 더 무서운 일이 몸 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일상이 된다면 기질이 변하고 성품이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 끔찍한 일이 지금 지구에 벌어지고 있다(지구온도 2.5도 상승은 펄펄 끓는 아이 체온이 40도를 넘기는 순간이다).

<가디언>은 지난 2018년부터 매년 발간된 IPCC 보고서에 공개된 보고서의 주요 저자나 리뷰 편집자들 843명에게 개별 연락을 했고 그 중 절반 가량인 380명의 응답을 받아 결과를 공개했다. <가디언>은 지구상에서 기후에 관해 가장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 중 다수가 앞으로 수십년 안에 이상기후로 인한 혼란이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향후 5년 안에 우리는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정부 당국은) 극단적인 사건들에 압도당할 것이며 식량 생산이 중단될 것이다. 미래에 대해 이보다 더 큰 절망을 느낄 수는 없었다.(그레타 페클 호주 태즈매니아 대학 교수)

나는 인명 피해가 매우 심각하게 걱정된다.
(레티시아 코트림 다 쿠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학 교수)

기후 변화는 1.5도 넘어설 때 갑자기 위험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위험해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2도를 넘어선다고 해서 '게임 오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피터 콕스 영국 엑서터 대학 교수)

<가디언>은 과학자들 인식에서 대륙 간 차이는 거의 없었으며 연령대별로 50세 미만 젊은 과학자들일수록 최소 3도 기온 상승을 예측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 등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세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거의 4분의 3은 각국 정부들의 정치적 의지 부족을, 60%는 화석 연료 관련 기업의 기득권을 꼽았다.

응답자의 1/4은 여전히 지구 온도 상승이 2도 이하로 유지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렇게 답한 전문가들도 기후위기에 대한 세계의 행동이 늦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UN 코펜하겐 기후 센터의 헨리 노이펠트(Henry Neufeldt)는 "우리는 1.5C 경로에 필요한 모든 솔루션을 갖추고 있으며 향후 20년 내에 이를 구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면서도 "우리의 행동이 너무 늦어져서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전환점을 넘을까 두렵다"라고 말했다.

독일 본 대학교의 리사 쉬퍼(Lisa Schipper)는 "나의 유일한 희망은 교육자로서 다음 세대가 매우 똑똑하고 정치를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
 
 국내 최대 서남권해상풍력 실증단지 (60MW규모)
ⓒ 두산중공업
 

그렇다면 과학자 대부분이 문제로 지적하는 기후대응 정치적 의지 부족 사례는 무엇일까? 멀리 해외 사례를 살펴볼 것도 없다. 가까운 곳에서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다.

"송전망 태부족에 해상풍력 사업 줄줄이 '불허' 대규모 실업우려"

지난 6일 <에너지경제신문>의 보도 제목이다. 바다에 바람개비를 꽂아 재생에너지를 만드는 해상풍력 사업들이 줄줄이 우리나라에서 퇴짜를 맞고 있다. 이유는 계통접속 불가, 즉 바람으로 전기를 만들어봤자 이를 필요한 곳으로 공급할 송전망이 부족하니 새로 짓지 말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풍력시설용량은 지난해 기준 전체 전력용량의 약 1.4%에 불과하다. 더 빨리 많은 시설을 지어도 모자랄 판에 신규 사업에 줄줄이 인허가 불허라니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송전망 부족 문제는 신규 해상풍력사업뿐만 아니라 기존 원자력 발전과 석탄화력발전, 태양광발전설비들의 출력 제어까지 발생시키고 있어 단기간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말이나 내년초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에너지경제신문, 2024.5.6)

전력 수요는 계속 늘고 전기 생산지(지방)와 전기 소비지(수도권)의 거리가 길어 송전망 시설을 계속 확충해야 하는데 이게 안 된다는 거다. 사안을 열어볼수록 정부의 의지 부족이 눈에 보인다.
 
전기위원회 관계자는 "사업자들은 정부의 탄소중립 방침을 보고 열심히 했을 뿐인데 정작 정부가 송전망 확충을 외면해 좌초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정부 차원에서 송전망확충특별법이라도 제정해야 하는데 전혀 진척이 없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 2024.5.6)

한전과 풍력업계는 송전망 확충을 위해 '해상풍력특별법'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법안에 담겨질 정부 예산 확충과 관련하여 산업부가 기재부나 국회를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볼멘 소리들이 나온다. 여당 역시 한전을 향해 적자폭이 크니 자구책으로 송전망 투자를 줄이라는 압박을 가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전이 노력해서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정작 산업부는 재정 투입을 위한 기재부나 국회를 설득하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여당조차 "한전의 자구안에 송전망 투자를 줄이겠다는 내용을 억지로 집어 넣었다"며 "국가 정책에 따라 뛰어든 사업자들을 이렇게 방치하는 것이 맞는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 2024.5.6)

이렇다 보니 그동안 인허가를 위해 해상풍력 입지 선정과 주민들과의 보상합의 등 초기 자본과 시간, 인력 투입을 해온 신규 사업자들, 특히 글로벌 풍력 기업들은 국내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국내 철수를 검토할 수 있으며 이럴 경우 글로벌 기업에 스카우트 되어 간 국내 고급 인력들의 실업 사태도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름아닌 대통령이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공언한 해상풍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화들이다.

만일 이 기사를 읽고 한숨부터 나온다면, 아직 포기하기는 그르다. 경기도에서는 22대 국회를 향해 재생에너지 획기적 활성화를 위한 'RE100 3법'의 입법 건의를 준비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이 법안 내용을 공유하고 지지서명도 하고 있다. 실천하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때다.

☞ 경기도 RE100 3법 알아보기

[참고자료]
- Damian Carrington, 'World's top climate scientists expect global heating to blast past 1.5C target' (Guardian, 2024.5.8) 
- 전지성, '송전망 태부족에 해상풍력 사업 줄줄이 '불허' 대규모 실업우려' (에너지경제신문, 2024.5.6) 

덧붙이는 글 | *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최초의 주7일 '기후' 방송으로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2시간 30분 분량으로 방송되고 있습니다. <OBS 라디오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시청,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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