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부자감세와 긴축재정... 이러다 다 죽는다

강병구 2024. 5. 10. 13: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포럼 사의재 2024 공동기획④-민생 퇴행] '성장률 하락·양극화·정부 부채 증가' 부메랑

<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참여자들의 모임인 <포럼 사의재>와 함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윤석열 정부를 집중 진단합니다. 윤 정부 2년의 역사적 퇴행을 바로잡고 정책을 복원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공동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총 열 편의 글을 게재할 예정이며, 이 글은 그 네 번째로 '민생 퇴행'입니다. <편집자말>

[강병구]

▲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생중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9일 오전 열렸다. 서울 용산역 로비에 마련된 텔레비젼을 통해 기자회견이 생중계 방송되고 있다.
ⓒ 이정민
 
무엇이 문제인가?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을 들어본 지 오래고, 영화 <기생충>의 관객 수가 천만 명을 넘었고, OECD 회원국 최고의 노인빈곤율이 100세 시대를 무색하게 만들고, 최저 수준의 출생률로 온 나라가 들썩이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우리 사회에 휘몰아치는 소용돌이의 중심에는 계층 간 소득 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 경제 규모가 세계 14위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가 50위권에 머무는 것도 그 역풍의 영향이다.

격차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출주도형 경제체제에서 양극화와 불평등은 내수기반을 위축시켜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승자독식의 시장경제에서 불평등과 저성장, 삶의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강조하면서도 부자 감세와 긴축재정으로 일관했고, 낙수효과에 대한 견고한 믿음과 경제 현실을 외면한 정책으로 민생은 물론 경제의 펀더멘탈(기초)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경제 현실을 외면한 정책의 결과
 
ⓒ 포럼 사의재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민생안정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지만, 정책 추진 단계에서는 부자 감세와 긴축재정을 고수함으로써 경제성장률의 하락과 양극화, 정부 부채의 증가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했다.

[표1]에서 보듯이 집권 후 두 차례의 세법개정안을 통해 총 63.1조 원에 달하는 감세를 추진했는데, 세목별로는 법인세가 가장 크고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증권거래세 등 주로 자산소득에 집중되었다. 작년과 올해 2년간 국세감면액은 총 146.6조 원에 달하여 국세감면 한도를 초과할 뿐만 아니라,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수혜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정부 여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대주주 기준 완화, 국내투자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기 등 자산소득에 대한 감세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 포럼 사의재
 
2023년에는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긴축재정을 고수하여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지고, 내수기반이 취약해지면서 경제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표2]에서 보듯이 2022년 4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0.3%를 기록했고, 전 년 동기 대비 1.4%로 떨어져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중앙정부 총지출(본예산) 증가율이 5.1%로 떨어졌고, 45.7조 원에 달하는 불용예산이 발생했다. 그 결과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2021년 4분기 1.4% 포인트에서 2023년 1분기 마이너스 0.4% 포인트로 떨어지고,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는 0.5% 포인트에서 0.4% 포인트로 낮아졌다.

경제성장률 하락과 부자 감세의 영향으로 2023년 세수결손 규모는 무려 56.4조 원에 달했고,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각각 36.8조 원과 87.0조 원을 기록하면서 국가채무도 전년 대비 59.4조 원 증가했다.

2024년 1분기에는 순수출과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각각 0.6% 포인트와 0.7% 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전 분기 대비 1.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내수의 기저효과와 수출의 반도체 쏠림 현상, 정부 부문의 기여도 0%를 고려할 때, 여전히 긴축재정의 역효과는 우리 경제에 잠재되어 있다. 2024년 본예산의 총지출 증가율 2.8%는 문재인 정부(8.7%)는 물론 이명박 정부(5.9%)와 박근혜 정부(4.0%)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편 성장세가 약해지면서 소득의 양극화도 확대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는 민생경제를 힘들게 하고 있다. [표2]에서 보듯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22~2023년의 기간에 재산소득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시장소득의 5분위배율이 증가했고, 1분기와 4분기에 조세는 오히려 양극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반면 사회안전망은 취약하여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로 더욱 어려워진 민생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정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비중은 전년 대비 1.8% 포인트 증가했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평균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교육과 R&D 투자 비중은 하락했지만, 국방 예산은 늘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정부의 총지출과 총부채는 각각 GDP 대비 28.7%와 53.8%로 선진국 평균 40.9%와 71.1%를 크게 밑돌고 있다. 반면에 2023년 3분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가계부채는 GDP 대비 101.5%로 선진국 평균 70.8%를 크게 웃돌고 있다. 재정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가계 빚이 늘어난다. 작금의 한국경제는 재정 중독이 아니라 재정 결핍 상태에서 막대한 가계부채로 민생이 어려운 처지에 있다. 가계부채가 늘면서 중상위층의 적자 가구 비율도 증가했다.

정책목표와 수단의 엇박자
 
▲ 1조원 돌파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연체액 고금리가 이어지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액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8일 서울 시내 상가 공실에 대출 전단지, 고지서 등이 방치돼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에서는 재정정책의 기조를 '민간주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재정의 정상화와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두고, 감세 조치와 긴축재정을 추진했지만, 경제성장률의 하락과 양극화, 정부 부채 증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장 큰 문제점은 정책환경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며, 이러한 엇박자의 중심에는 낙수효과에 대한 맹신이 자리 잡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기업지배구조, 고액자산가에게 집중된 주식보유 등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경제에서 낙수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분수효과가 작동한다는 사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둘째,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소득의 양극화가 확대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긴축정책과 고소득자, 고액자산가, 대기업에 대한 감세 정책을 고수했다. 반면에 고금리 정책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과 적자 가구 비율이 증가했지만, 정부는 가계부채의 해소방안에 소극적이었다. 각자도생의 냉혹함이 민간주도성장에 감돌고 있다.

셋째, 기재부에 집중된 권한과 경직적인 정책조율로 사회적 수요가 예산편성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고, 재정 운용의 자율성도 제약을 받는다. 집권 후 두 차례 진행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주요 의제는 건전재정과 긴축재정에 집중되었다. 특히 2023년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빚을 내서 현금성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을 미래세대에 대한 약탈로 간주하고 긴축재정을 강조했다. 하지만, 긴축재정이 곧 건전재정을 보장하지 않으며, 경직적인 재정 운용은 오히려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현세대에게도 고통을 줄 수 있다.

대안을 찾아서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모두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극화와 불평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조세·재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취약한 내수기반과 재정의 자동안정화기능을 고려할 때, '누진적 보편과세'를 기반으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재정의 경기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세가 회복되기 전에 긴축재정으로 돌아선 유럽국가들이 경험한 경기침체와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선순환의 조세·재정체계를 위해서는 응능과세의 원칙을 강화하고, 세제의 정책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출생률 제고와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소득세제 개편,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부동산세제 개편,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디지털세와 로봇세의 도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취약해진 세수 기반을 복원하기 위한 세제개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적용 과세표준의 인하와 최고세율 인상,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강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가업상속공제와 조세지출제도의 개편, 횡재이윤에 대한 한시적 연대기여금의 부과와 취약계층 지원방안 등이 우선 논의되어야 한다.

정부 예산도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다양한 사회적 수요가 균형있게 반영되도록 편성되어야 한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도와 산업재해 예방 지원 확대, RE100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재정지원, 지역균형발전을 견인하는 재정 분권도 예산제도 개혁의 주요 과제이다.

대전환기의 개혁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정운용 거버넌스를 개편하여 사회경제적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다양한 계층의 요구가 예산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혁신적 포용 국가의 조세·재정체계는 조세정의와 재정민주주의의 양 날개로 날아오를 수 있다. 조세정의로 세제의 재분배기능을 강화하고, 참여예산제도의 활성화와 선거제도의 대표성 제고로 재정민주주의의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병구는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