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제 금강산도...우리 예산 22억 들인 소방서 완전 철거

이유정 2024. 5. 1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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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금강산 관광특구 지역인 강원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 앞구역에 조성된 금강산관광지구 소방서의 모습. 사진 통일부

북한이 금강산 관광특구 안에 있는 소방서를 지난달 말 완전히 철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예산 22억원이 투입된 건축물이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성명을 통해 최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며 “정부는 금강 지구 내 우리 정부가 설치한 소방서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거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의 일방적 철거 행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우리 정부의 재산권 침해 등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강산 내 첫 정부 자산 철거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강원 고성군 온정리 일대에 조성된 금강산 관광지구에는 이산가족면회소와 소방서 건물, 관광 도로 등 한국 정부 자산 3건이 있다. 이 중 소방서 건물은 대지 면적 4900㎡의 지하 1층, 지상 2층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통일부는 지난 2019년 소방서 건축에 22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산가족면회소는 550억원, 관광 도로는 26억 6000만원을 들여 조성했다.

이 외에 금강산 관광지구에는 온정각과 부두시설, 해금강 호텔, 온천빌리지 등 현대아산이 투자한 시설과 에머슨퍼시픽이 투자한 골프장 등의 위락 시설이 있었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11일 한국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전면 중단됐다.

북한은 최근 남북관계 단절을 상징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이어가고 있다. 금강산 관광지구의 시설 철거 역시 사실상 예고된 조치였다는 분석이다. 2019년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건축 미학적으로 낙후하고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며 “남측 관계 부문과 합의해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협의가 중단됐지만, 북한은 올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금강산 국제관광국을 폐지하며 다시 관련 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구병삼 대변인은 “소방서 철거와 관련해서 관련된 동향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완전 철거는 지난달 말에 확인했다”며 “그 외 해금강호텔 등 관광과 관련된 상당 시설이 철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이 정부 자산에 직접 손을 댄 건 대남 메시지 성격도 있어 보인다. 남측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끊었다는 측면에서다. 이를 위해 김정은은 스스로 밝힌 “남측 관계 부문과의 합의”조차 생략했다.

통일부는 지난해 12월에도 “북한이 개성공단(2016년 2월 전면 폐쇄)의 기업 30여개를 무단 가동하는 동시에 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의 철거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2020년 6월 연락사무소 청사도 공개적으로 폭파했다. 이후 연락사무소,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 주변에 흩어진 건물 잔해들을 철거·정리하는 활동이 지난해 말 포착됐다. 비슷한 시기 지난 정부의 9.19 군사합의(2018년)에 따라 조성한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 고지의 전술도로에도 지뢰를 매설한 사실도 확인됐다.〈중앙일보 4월 29일자 1·8면〉

이처럼 북한은 각종 남북 교류의 상징물들을 지워가는 작업에 속도를 내며 내부적으로는 사상 교육 강화를 통한 주민 통제 등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선대의 화해 업적에도 거침없이 손 대는 분위기다.


중·러와는 밀착


동시에 북한은 중국, 러시아에 밀착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국영 고려항공은 이달 초 웹사이트를 통해 평양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간 정기 노선을 재개한다고 공지했다. 북·러 간 고려항공 정기 노선이 재개되는 건 4년 3개월 만이다. 고려항공 측은 평양과 베이징 노선도 주 3회 운영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김정은은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축전을 발송하기도 했다. 축전에서 김정은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의의 싸움”이라고 치켜세우고 “러시아 군대와 인민이 새로운 승리를 거두기를 바라면서 굳은 지지와 연대성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 대북 압박 노력 지속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나쁜 연대’를 끊으려는 한·미·일의 맞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한·미·일 대북 협상 대표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동북아협력대화(NEACD)를 계기로 만나 북·러의 군사협력에 공동 대응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외교부·미 국무부 등에 따르면 이준일 북핵외교기획단장과 정 박 미 국무부 대북 고위 관리, 나마즈 히로유키(鯰博行)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이 3자 협의를 진행했다.

미 국무부는 특히 이번 대화를 계기로 정 박 미 대북 고위 관리가 류사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만나 “북한 주민들의 강제 송환을 중단하라”는 미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단체들은 중국이 지난해 말부터 억류 중이던 탈북자 수 백명을 무더기 강제 송환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북한의 ‘어둠의 자금줄’인 가상화폐 계좌 279개를 몰수하라는 미 법원의 결정도 나왔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워싱턴DC 연방법원은 미 연방검찰이 지난 2020년 제기한 북한 해커들의 암호화폐 계좌 몰수 소송에서 검찰 측 청구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북한 해커들의 자금 세탁에 활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 279개는 미 국고로 귀속된다. 재판부는 계좌 잔고를 명시하진 않았으나, 최대 수백억원대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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