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상 철거, 전시관 폐쇄…광주 이어 화순도 '정율성 지우기'

황희규 2024. 5. 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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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주초, 90% 이상 철거 찬성


전남 화순군과 능주초등학교가 최근 능주초에 설치된 정율성 흉상과 교내 전시물인 ‘기념교실’을 철거했다. 대형 벽화는 실시설계 용역 후 제거하고, 능주면에 위치한 ‘정율성 옛집’은 완전 폐쇄 후 다른 용도로 사용할 방침이다. 사진은 철거 전인 능주초 정율성 흉상의 모습. 연합뉴스
광주광역시에 이어 전남 화순에서도 정율성(鄭律成·1914~1975) 지우기에 나섰다. 광주시가 관련 사업을 대폭 축소한 데 이어 모교인 화순 능주초등학교에 설치된 흉상도 최근 철거됐다.

10일 화순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화순군 능주면 능주초등학교에 설치된 정율성 흉상과 교내 전시물인 ‘기념교실’을 철거했다. 지난 3월 능주초 총동문회와 운영위원회 등 교육공동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0% 이상이 ‘철거’를 찬성한 데에 따른 조처다.


정율성 옛터, 잠정 폐쇄→완전 폐쇄


전남 화순군과 능주초등학교가 최근 능주초에 설치된 정율성 흉상과 교내 전시물인 ‘기념교실’을 철거했다. 대형 벽화는 실시설계 용역 후 제거하고, 능주면에 위치한 ‘정율성 옛집’은 완전 폐쇄 후 다른 용도로 사용할 방침이다. 사진은 정율성 옛집의 모습. 연합뉴스
화순군과 능주초는 정율성 흉상과 기념교실에 이어 학교 벽면에 설치된 대형 벽화도 실시설계 용역을 마치는 대로 철거할 계획이다. 또 화순 능주면에 위치한 초가 모양의 전시관인 ‘정율성 옛집’도 폐쇄한 뒤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율성' 이름 빼고 음악축제 예산은 '0원'


전남 화순군과 능주초등학교가 최근 능주초에 설치된 정율성 흉상과 교내 전시물인 ‘기념교실’을 철거했다. 대형 벽화는 실시설계 용역 후 제거하고, 능주면에 위치한 ‘정율성 옛집’은 완전 폐쇄 후 다른 용도로 사용할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해 말 능주초 벽면에 설치된 대형 벽화의 모습. 연합뉴스
앞서 광주시와 광주 남구는 정율성 관련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광주시는 올해 정율성 음악축제와 동요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당초 광주시는 본예산 수립 과정에서 음악축제 개최비 2억8400만원을 반영하려 했으나, 시의회와 논의 과정에서 예산이 삭감됐다.

광주시는 또 1996년 시작한 '광주성악콩쿠르'를 2005년 ‘정율성 국제음악제’로 명칭을 바꿔 매년 개최했다. 광주시는 2007년부터 음악축제를 주최하면서 매년 2~4억원을 지원해왔다. 또 2009년에는 정율성로를 만들었다.

광주 남구도 정율성 생가로 알려진 양림동 내 ‘정율성 전시관’ 조성 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사업 명칭은 정율성의 이름을 뺀 ‘양림 문학관’으로 변경하고, 양림동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사업 내용도 바꿨다.


‘48억원’ 정율성 역사공원도 명칭 바뀌나


지난해 말 광주 동구 불로동 정율성 생가에서 광주시가 추진하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업 추진을 놓고 논란을 빚었던 ‘정율성 역사공원’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준공될 예정이다. 광주시는 공원 명칭과 콘텐트, 활용 방안 등을 담은 종합 계획을 수립해 공원을 개관하기로 했다. ‘역사 공원’은 공원 분류상 명칭이어서 새로운 이름과 운영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율성 역사공원은 광주시 예산 48억원을 투입해 광주 동구 불로동의 정율성 생가를 리모델링한 뒤 정율성 관련 자료를 전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당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정율성의 북한과 중국에서 행적을 문제 삼으며 철회를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박 장관은 "정율성은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 사기를 북돋운 팔로군 행진곡과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했을 뿐 아니라 6·25전쟁 때 직접 남침에 참여해 우리 체제를 위협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광주광역시청 앞 도로에서 대한민국전몰군경 유족회·미망인회 단체 회원들이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출신인 정율성은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장 김원봉이 난징에 세운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다녔다. 그는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했으며, 1949년엔 북한 군가인 ‘조선인민군 행진곡’도 작곡했다.

화순=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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