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갈라져 마치 ‘할리퀸’처럼 변하는 질환… 실제 증상 봤더니?

임민영 기자 2024. 5. 10. 0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병이?]
할리퀸 어린선은 어린선의 일종이지만, 그 정도가 심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피부질환이다.​/사진=피플
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매주 한 편씩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뱀살’이라고 알려진 피부 상태는 정식 명칭이 ‘어린선’이다.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이 지나치게 성장하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허물을 가진 뱀 피부처럼 갈라지게 된다. 그런데, 일반적인 어린선보다 증상이 심각해 태어날 때부터 온몸의 피부가 갈라진 사람들이 있다. ‘할리퀸 어린선(Harlequin Ichthyosis)’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봤다.

할리퀸 어린선은 어린선의 일종이지만, 그 정도가 심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피부질환이다. 피부질환 중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은 피부암, 스티븐존슨 증후군(피부의 탈락을 일으키는 급성 피부 점막 전신 질환), 할리퀸 어린선 뿐이다. 할리퀸 어린선은 할리퀸 태아, 할리퀸 아기 증후군 등으로도 불린다.

할리퀸 어린선을 가지고 태어난 신생아는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피부가 갈라지고, 각질층 때문에 눈, 코, 입 등이 정상적인 형태를 갖추지 못한다. 피부 이상으로 인해 손발의 방향이 틀어지거나, 청력 손실이 나타날 위험도 있다. 환자에 따라 눈꺼풀 뒷면이 두껍게 자라 눈 밖으로 붉게 튀어나오는 안검외반이 보이기도 한다. 피부 상층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심한 건조증도 겪는다. 건강한 피부는 체온을 조절해주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그런데, 할리퀸 어린선이 있으면 피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체온 조절이 힘들고, 갈라진 피부 틈으로 감염이 발생하기 쉽다. 이로 인해 할리퀸 어린선을 앓고 있는 신생아는 대부분 출생 후 몇 주 이내에 패혈증, 신부전 등으로 사망한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사는 브리에나는 할리퀸 어린선 때문에 지난 2011년 태어나자마자 온몸의 피부가 두꺼운 피부 각질로 뒤덮인 채 빨갛게 퉁퉁 부어있었다.​ 브리에나와 오빠 커너의 사진./사진=BlessedByBrenna
할리퀸 어린선은 ABCA12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병한다고 알려졌다. ABCA12 유전자는 건강한 피부 세포의 단백질을 만들 때 필요하다. ABCA12 유전자가 부족하거나 변이되면 표피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해 할리퀸 어린선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질환은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된다.

할리퀸 어린선은 1750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사는 올리버 하트 목사에 의해 발견됐다. 갓 태어난 아기의 모습이 이탈리아 희극 ‘코메디아 델라르테’에 나오는 등장인물인 할리퀸을 연상해 ‘할리퀸 어린선’으로 불리게 됐다. 국내 첫 사례는 1981년 보고됐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할리퀸 어린선 환자는 4명이다.

할리퀸 어린선은 대부분 청소년기까지 생존하기 어렵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성인이 되어서도 생존한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할리퀸 어린선이 있으면 우선 햇빛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각질이 자연스럽게 제거될 수 있게 자주 씻어야 하며, 씻은 직후에는 온몸에 치료용 연고를 발라야 한다. 환자에 따라 초기에 경구용 레티놀을 사용하면 증상이 완화된다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실제로 호주에서 사는 칼리 핀레이(42)는 태어날 때부터 할리퀸 어린선을 앓았지만, 꾸준한 관리를 통해 현재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칼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할리퀸 어린선과 희귀질환에 대해 알리고 있다.

호주에서 사는 칼리 핀레이(42)는 태어날 때부터 할리퀸 어린선을 앓았지만, 꾸준한 관리를 통해 현재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사진=칼리 핀레이 SNS
할리퀸 어린선 때문에 부정적 시선을 겪는 사례도 있다. 지난 2019년 이탈리아의 한 병원에서는 할리퀸 어린선을 앓고 있는 4개월 남아 지오반니노의 부모가 잠적한 사연이 알려졌다. 다행히 지오반니노의 사연이 공개되자, 많은 사람이 입양을 제안해 새로운 가정을 찾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도 지난 2019년 한 여성이 할리퀸 어린선을 앓고 있는 안나 라일리(당시 2세)와 가족에게 욕설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당시 안나의 어머니 제니 라일리는 “왜 그런 행동을 하는 지 모르겠다”며 “무심코 한 말일 수 있어도 당사자와 가족에게는 큰 상처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리퀸 어린선은 만성적이라 꾸준한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이 질환은 유전질환이어서 예방할 수 없지만, 유전자 검사를 통해 태아에게 발병했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

할리퀸 어린선을 앓고 있는 안나 라일리와 어머니의 모습./사진=뉴욕 포스트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