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만 제자리걸음… 기본기 충실해야 성장한다”

송경모 2024. 5. 10.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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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초대석] 야구대표팀 류중일 감독
류중일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회관빌딩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 감독은 한국 야구가 발전하기 위해선 기본기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현구 기자


2승2패 조별 라운드 탈락. 지난해 6년 만에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이 받아든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전통의 강호 일본은 물론이고 그간 한 수 아래로 평가했던 호주에마저 덜미를 잡히며 체면을 구겼다.

다시 불거진 위기론에서 한국 야구가 한숨 돌린 건 젊어진 대표팀 덕이었다. 터줏대감이었던 30대 선수들을 배제하며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까지 들었으나 끝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평균 연령 23세의 대표팀을 이끈 류중일(61) 감독은 공을 인정받아 올해 말 프리미어 12까지 지휘봉을 잡게 됐다. 대표팀 회의차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을 찾은 그는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국 야구가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대회까진 아직 시간이 있는데도 분주하다.

“6월 말에서 7월 정도면 프리미어 12 1차 엔트리를 발표해야 한다. 지금은 허구연 총재나 대표팀 코치진과 함께 수시로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 컨디션을 확인하는 단계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도 참석한다. 2026 WBC, 2028 LA올림픽까지 내다보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가자는 게 오늘 회의 결론이었다.”

-류현진 발탁 여부는 미정인가.

“일단 성적을 봐야 한다. 몸 상태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있지 않나. 앞으로도 회의가 여러 차례 남아 있으니 그 얘기도 나눌 거다.”

-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인데.

“처음엔 안 하려고 했다. 당시 대표팀 기술위원장(현 전력강화위원장)이 염경엽 감독이었는데, 내게 ‘지금으로선 달리 할 사람이 없다’더라. 그렇게 난생처음 면접이란 걸 거쳐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맡게 됐다. 사실 WBC 감독 제안도 받았다. ‘이강철과 김태형이 고사하면 내가 하겠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론 이강철 감독이 수락했다.”

-WBC 조기 탈락을 지켜보며 생각이 많아졌겠다.

“내가 감독을 맡았던 2013년 대회 때 1차전을 지면서 탈락했다. 선동열·이강철도 마찬가지였다. 꼭 잡아야 할 팀을 놓친 탓이었다. 더구나 세대교체 명목으로 어린 선수들을 데리고 가게 됐다. 최고 엔트리를 꾸려도 딸까 말까인데, 솔직히 금메달은 어렵겠구나 싶었다.”

-걱정에 비해 결과가 좋았다.

“투수진은 좋았다. 문동주 원태인 박세웅을 비롯해 모두 잘 던졌다. 득점력이 고민이었는데 의외로 윤동희 김주원 같은 ‘꼬마’들이 잘해줬다. 코치진에겐 젊은 선수들이 어색하지 않게 즐거운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소속팀에만 있다가 태극마크를 처음 달면 대표팀 분위기를 못 따라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주장 (김)혜성이 공도 컸다. 후배들을 다독이면서도 가교 역할을 잘하더라.”

-세계 야구의 수준이 달라졌다.

“우리 뛰던 시절엔 결국 미국 일본 쿠바였다. 그 세 나라 빼곤 사실상 다 이겼다. 지금은 다르다. 야구를 하는 나라도 늘었고 문화적으로도 다르다. 대만만 해도 자국 유망주를 적극적으로 미국 마이너리그 등지에 보내더라. 도미니카공화국이나 멕시코부터 네덜란드까지 다들 너무 잘하는데 우리는 제자리걸음이다. 한때 올림픽·WBC에서 선전하면서 일본을 따라잡았다고들 했지만, 지금은 격차가 크지 않나.”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를 통해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겨뤄 봤는데.

“투수들이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할 줄 안다. 확실하게 삼진을 잡아낼 변화구도 갖추고 있다. 투구부터 타격까지 다 차이가 나지만, 가장 놀란 건 기본기다.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들이 경기 전에 야구 처음 배우는 초등학생처럼 기초적인 핸들링 훈련을 하더라. ‘점마들도 하는데 우린 왜 안 하노’ 싶었다. 그 뒤로 각 구단 단장·감독들을 만나면 한 번씩 얘길 한다. NC 다이노스는 그런 훈련을 한다더라. 기초부터 잘돼 있어야 한다.”

-본인이 명수비수 출신이라 더 눈에 들어왔겠다.

“대단한 호수비를 바라는 게 아니다. 야구를 대하는 예절, 예의의 문제다. 아시안게임에 앞서 일본 사회인 야구를 열흘가량 볼 기회가 있었다. 열심히 뛰고 슬라이딩하고 베이스 커버 들어가는 기본적인 부분이 잘돼 있더라. 우리는 그런 면에서 예의가 없다. 쉬운 실책이 너무 많다. 정면 타구를 흘린다든지 악송구를 범하는 경우가 잦다. 지난해 서울고 감독으로 간 김동수 전 해설위원에게도 기본기부터 시키라고 얘기했다. 기초가 없으면 성장이 멈춰버린다.”

-대표팀의 세대교체 현황을 자평한다면.

“타선 쪽에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투수 유형에 따라 타이밍 맞추는 방법이라든지, 히팅 포인트에서 힘쓰는 법을 익혀야 한다. 최근 리그 정상급 타자들을 보면 홍창기 구자욱 오지환 등 30대 일색이다. (20대 중엔) 노시환 강백호 문보경 정도다. 특히 외야 쪽에서 확실한 국가대표감이 잘 안 보인다. 내야수 중엔 NC 김주원, KIA 타이거즈 김도영 같은 선수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길 바란다. 앞으로 대표팀 내야를 책임질 선수들이다.”

-유독 타자 쪽에서 더딘 이유가 있을까.

“타자들은 경험이 중요하다. 공을 많이 볼수록 는다. 새로운 트렌드에도 눈을 뜨면 좋겠다. ‘강정호 스쿨’이나 미국 드라이브라인 센터 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나. 나부터 프리미어 12를 준비하면서 일본·미국 등지의 선진 야구 트레이닝을 보고 올 생각이다.”

-국제대회에선 다시 육안 판정을 맞닥뜨릴 텐데.

“맞춰야지 어쩌겠나.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 자체는 예상보다 잘 운영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국내 운영 성과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다른 나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지도자로서 지론은.

“감독은 코치를 움직이는 사람이고 코치는 선수를 움직이는 사람이다. 감독이 선수를 움직이려 들면 감독과 코치의 신뢰가 떨어진다. 어느 조직이든 사장이 대리 노릇을 하려고 하면 중간에 전무·과장이 붕 뜬다.”

-프로야구 현장에 돌아가고 싶진 않나.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 리그 추세는 ‘젊은 현장’이다. 이범호 감독이 1980년대생이잖나. 물론 일본처럼 흐름이 또 바뀔 수도 있다. 어떤 팀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가서 마지막으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당장은 대표팀 감독을 오래 맡는 게 목표다. 이 또한 성적이 나야 오래 있을 수 있겠지만.”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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