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년 전 찰스 디킨스의 자전적 소설을 21세기 미국 이야기로

임세정 2024. 5. 10.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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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쟁이한테서 태어난 아이는 약쟁이가 된다. 그는 절대 알고 싶지 않은 모든 존재로 자라난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자는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승자로든 패자로든 낙인찍힌다."

술과 마약에 중독된 10대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데몬 코퍼헤드는 자신이 세상에 나오기 전 사고로 죽은 아버지의 외모와 기질, 생존에 대한 맹렬한 의지 말고는 가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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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
바버라 킹솔버 지음, 강동혁 옮김
은행나무출판사, 848면, 2만5000원


“약쟁이한테서 태어난 아이는 약쟁이가 된다. 그는 절대 알고 싶지 않은 모든 존재로 자라난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자는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승자로든 패자로든 낙인찍힌다.”

술과 마약에 중독된 10대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데몬 코퍼헤드는 자신이 세상에 나오기 전 사고로 죽은 아버지의 외모와 기질, 생존에 대한 맹렬한 의지 말고는 가진 게 없다. 새아버지의 학대와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코퍼헤드는 위탁 가정을 전전하며 가난, 굶주림, 불법 노동 착취에 시달린다. 고등학교 미식축구 선수로 짧은 영광의 순간을 누리지만 예기치 못한 부상을 당하고, 진통제에 의존하다가 결국 마약에 중독되고 만다.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생태주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시인인 바버라 킹솔버의 2023년 퓰리처상 수상작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가 국내 독자들을 찾아왔다. 175년 전 출간된 찰스 디킨스의 자전적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에서 영감을 얻은 이 소설은 그 무대를 19세기 런던에서 현대 미국 남부 애팔래치아 산악지대의 농촌으로 옮겨왔다.

지금도 제도적 빈곤과 아동 학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소설은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모든 위기에 용감히 맞서는 코퍼헤드의 목소리를 전한다. 주인공 코퍼헤드를 비롯해 페곳 아줌마, 매코브 등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성격을 비슷하게 따오고 줄거리도 변용하며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오마주했다.

킹솔버는 ‘감사의 말’에서 찰스 디킨스에 대해 “그가 품었던 분노와 창의력, 공감 능력의 도움을 받아 몇 년째 노력한 결과, 나는 그를 나의 천재적인 친구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1955년 메릴랜드주에서 태어나 켄터키주 시골에서 자란 킹솔버는 이 소설의 배경이기도 한 애팔래치아 지역에 살고 있다. 드포 대학교와 애리조나 대학교에서 생물학과 생태학, 진화생물학 학위를 받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단편소설과 시를 발표했다. 데뷔 장편소설 ‘콩나무들’(1987)이 평단의 갈채를 받으며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문학 수업 교재로 채택됐다.

‘포이즌우드 바이블’(1998)로 퓰리처상과 펜 포크너상 후보에 올랐다. 데이턴 문학 평화상, 남아프리카공화국 내셔널북어워드, 미국서점협회·미국도서관협회 최고상, 오렌지상(여성소설상) 등을 수상했다.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는 2022년 10월 출간 이후 70주 이상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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