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이란 욕 다 먹는다"…마약사범은 3만명, 재활시설 딱 1곳
올해 마약사범은 역대 최대치를 또 경신해 연간 기준 3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된 마약사범은 2만7611명으로 전년인 2022년(1만8395명) 대비 50.1% 늘었다. 2018년(1만2613명)과 비교해 5년간 약 120% 늘어난 수치다. 올해도 이미 1~2월 누계만 3488명으로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5% 증가했다.
더 심각한 건 10대 마약사범이 2018년 143명→2023년 1477명으로 5년 만에 10배로 급증했다는 점이다. 중독성에 재범률이 35%로 높은 상황에서 연소화(年少化)까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단속·처벌만으론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 것이다. 민·관 양쪽에서 고리를 아예 끊는 치료·재활 시스템 없이 단속만으론 ‘마약 남용국’ 전락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하지만 국내 민간 마약 재활시설은 님비 갈등, 재정난, 중독자 관리난이란 ‘삼중고(三重苦)’에 위기를 겪고 있다. 입소형 재활시설은 사실상 전국에 한 곳만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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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장마저 극단 선택…민간의 ‘외로운 싸움’
국내 최대 민간 마약 재활시설인 ‘다르크’가 이런 현실을 대변한다. 서울·경기·인천·김해·대구 등 전국 5곳에 있던 다르크는 지난 3월 말 기준 김해를 제외하고 사실상 모두 폐쇄됐다. 김해조차도 지방자치단체 요청으로 ‘다르크’ 대신 ‘리본하우스’로 이름을 바꿨다.
다르크는 입소형 시설로는 유일하게 ‘마약 근절’을 위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운영되던 곳이다. 그것이 오히려 화가 됐다. 다르크 관계자는 “마약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역설적으로 몇 없는 재활시설이 주민 민원과 신고의 대상이 되어버렸다”며 “알음알음 중독자를 돕고 있는 소규모 종교시설이나 개인 활동가들조차 다르크의 전례를 보고 외부 노출을 꺼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다르크를 홀로 운영했던 임상현 센터장은 지난 3월 목숨을 끊었다. 임 센터장은 마약 전과 9범 출신으로 단약에 성공한 뒤 중독자 재활에 투신했던 인물이다. 최근 그가 일부 입소자들을 부당하게 대우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 전에도 경기도다르크는 기피시설 논란 등에 꾸준히 시달렸다.
지난해 7월 남양주시는 주민 민원 등에 따라 경기도다르크에 폐쇄령을 내렸다. ‘정신재활시설’로 신고되지 않은 미인가 시설에서 중독자들을 수용한 데 따른 조치였다. 행정명령을 철회해달라는 경기도다르크의 가처분 신청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현행법상 정신재활시설은 입소정원 15명당 전문자격을 갖춘 직원 1명과 일정 시설을 갖춰야 한다. 비용은 시설이 떠안는 구조다.
“마약 심각”에 외려 님비 갈등·사비 운영 ↑
경기도다르크는 시의 요구대로 직원 5명 이상을 갖추고 정식 신고를 마친 뒤에도 경기 지역 이곳저곳을 떠돌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건물주나 인근 학교의 민원 등 지역사회 반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최근 시설 등록을 마친 김해 리본하우스의 한부식 원장은 “국회의원들도 주민들도 만나 보면 재활시설의 필요성은 인정하는데, 마지막은 꼭 ‘우리 동네만 아니면 된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가 강동구에 세우려던 방문형 중독재활센터 역시 님비 갈등에 부딪혀 설립이 무산될 위기다. 지난 4·10 총선 때는 후보자들이 앞다퉈 ‘중독재활센터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렇듯 정부·지자체 지원은 언감생심인 탓에 재정난은 고질적인 문제다. 대부분의 마약 재활시설은 적게는 5~6명, 많으면 50명 내외의 입소자들로부터 월 20만~50만원가량의 입소비를 받는 것 외에는 별도의 수입이 없다. 종교단체 등의 기부금에 의존하거나 사비로 운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원장 역시 “전 재산 2억원을 털어 시설을 운영해왔고 잡히는 소득이 없어 은행 대출도 거절당했다”고 했다.
마약 돌자마자 시설 폐쇄…“심신 바쳐도 욕먹어”
국가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입소형 재활시설은 아예 전무하다. 법정단체인 마약퇴치운동본부가 2002년부터 서울 영등포에서 약 15년간 운영했던 입소시설 ‘송천쉼터’가 2017년 폐쇄한 게 끝이었다. 전직 마퇴본부 관계자는 “시설 내 투약 사건이 발생한 게 논란이 되면서 영영 문을 닫게 됐다”며 “10여년간 수백 명이 혜택을 보고 사회에 복귀한 것은 일절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마퇴본부는 주간 방문형 재활센터만 운영하고 있다.
“일부 반사회적인 마약사범들을 변화시키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심신을 바치는 혈투(민간 재활시설 관계자)”지만 알아주는 이도 드물다. ‘지자체 눈치가 보인다’며 익명을 요청한 이 관계자는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천명했지만, 재활 쪽의 실상은 몇몇 개인의 선의에 기대는 기형적인 구조”라며 “사명감과 보람만으로 하는 일인데 중독자는 물론 주변인과 지자체·정부에게까지 욕이란 욕은 다 먹는다”고 호소했다.
박영덕 마퇴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우리 사회는 마약 중독자가 사회에 나오면 재범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국가 주도의 재활 시스템 구축이 너무나 시급하다. 나라가 돕지 않으면 이 일을 누가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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