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의 어둠에서 길어 올린 라헬의 노래

2024. 5. 1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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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앤 윔즈(1934~2016)는 미국 장로교 계관시인(桂冠詩人·국가적으로 뛰어난 시인을 일컫는 말)이자 전례주의자(liturgist)이다.

무엇보다 앤 윔즈의 시가 특별히 사랑받은 이유는 그의 시가 애통한 자의 아픔을 껴안은 '어머니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책은 시인의 친구이자 미국 컬럼비아 신학대학원 교수인 월터 브루그만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우는 자들과 그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자들"을 위한 앤 윔즈의 이 훌륭한 시집을 머리맡에 두고 읽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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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슬픔의 노래(앤 윔즈 지음/장준식 옮김/바람이불어오는곳)


저자 앤 윔즈(1934~2016)는 미국 장로교 계관시인(桂冠詩人·국가적으로 뛰어난 시인을 일컫는 말)이자 전례주의자(liturgist)이다. 그의 시는 예전(禮典) 전통에 충실하며 풍성한 영감과 깨달음을 선사한다. 특히 정교하고 웅숭깊은 문장은 종교적 묵상이 만든 경건의 미학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앤 윔즈의 시가 특별히 사랑받은 이유는 그의 시가 애통한 자의 아픔을 껴안은 ‘어머니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1982년 8월 14일 앤 윔즈는 스물한 살의 아들 토드를 불의의 사고로 잃었다. “나의 하늘에서 별들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울고 있습니다.” 그녀의 슬픈 고백은 목숨 같은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통곡이었다. 그 어떤 위로도 그녀의 슬픔의 사슬을 풀지 못했을 것이다.

책은 시인의 친구이자 미국 컬럼비아 신학대학원 교수인 월터 브루그만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상심에 빠진 저자에게 브루그만 교수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당시 슬픔과 탄식의 예언자 예레미야를 연구하고 있었다. 브루그만 교수가 “라헬이 위로받게 될까요”라고 묻자 저자는 답한다. “아니요. 아니요. 라헬은 위로받지 못할 겁니다. 지금 여기에서는 위로받지 못할 거에요.” 아마 수화기 속 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떨렸고 흐느꼈을 것이다.

“나를 언제까지 이 수렁에 내버려 두시려 하나이까.” “이런 일을 당할 만한 잘못을 내가 저지른 적이 있나이까.” “주만이 별들을 도로 제자리에 갖다 놓으실 수 있나이다.” “주여,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나를 도우소서!” 그녀의 닫힌 서랍이 열리고 봉인된 입술이 터져 탄식 시 50편이 세상에 나왔다.

예측하지 못한 참상 앞에서 인간은 길을 잃는다.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은 마음과 육체를 무너뜨린다. 신마저 자신을 버린 것 같은 어둠의 시간에서 시인은 푯대를 잃어버린 라헬처럼 울부짖었다. 저자는 시집 서문에서 자신과 함께 울고 계신 예수를 떠올렸다. “예수께서 우셨다. 울면서 애통하는 자들과 함께 영원히 함께하셨다.”

책은 고단한 삶, 절망이 짓누르는 고통 속에서 하나님을 찾고 소망한 시편의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님께 버림받은 것 같은 끔찍한 현실에서도 끝내 하나님의 손길을 갈망했던 탄식과 찬양을 닮았다. “우는 자들과 그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자들”을 위한 앤 윔즈의 이 훌륭한 시집을 머리맡에 두고 읽길 권한다. 슬픔과 고통으로 가득 찬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놀라운 힘을 얻을 것이다. 당신도 슬픔 속에서 울고 위로받을 것이다.

강경희 갤러리지지향 대표·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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