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사랑에 대하여

2024. 5. 1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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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받는 문제로 여긴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받는 수동적 황홀함이 아니라 행하는 능동적 활동이며, 빠지는 게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며, 가지는 게 아니라 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원수를 사랑하면 "너희 상이 클 것"이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그래서 주님은 "오직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고 선대하며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라"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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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수 (전주대 교수·선교신학대학원장)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받는 문제로 여긴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운 존재가 될까, 사람들은 이런 질문들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마치 답하듯이 날마다 화장도 하고 화폐도 쓰고 표정도 꾸밉니다. 그러나 사랑은 받는 수동적 황홀함이 아니라 행하는 능동적 활동이며, 빠지는 게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며, 가지는 게 아니라 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성경도 사랑 “받으라”가 아니라 “하라”고 명합니다. 동사 하나를 바꾸면 인생이 바뀔 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누구를 사랑하고 있습니까? 진심으로 사랑하면 타인에게 사랑의 조건이나 자격을 요구하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물증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의 확증으로 아들을 주셨다고 바울은 말합니다. 참사랑은 하나님께 다른 물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증거물이 적을수록, 매개물이 적을수록, 조건이 적을수록, 하나님과 우리의 사랑은 더 견고하고 아름답고 진실해질 것입니다. ‘그리하지 않으신다 할지라도’ 영역이 커질수록 주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어떠한 대상을 조건이나 자격 때문에 사랑하면 그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 들어가 보면 그 조건이나 자격 자체를 사랑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들의 수혜자인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한 사랑이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타인 속으로 숨고, 조건 속으로 숨습니다. 자기애에 대한 이 끈질긴 집착에서 편애와 편 가르기, 공동체의 대립과 분열이 생깁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타인만 좋아하고, 자신을 환대하는 타인만 환대하는 조건적인 사랑은 이렇게 폐단만 낳습니다.

우리는 사적인 쓸모가 제로인 사람들, 사적으로 몹쓸 사람들, 심지어 나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도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요? 하늘 소망을 가진 사람들은 원수를 사랑하고 소망의 코를 땅에 박은 사람들은 치밀한 계산으로 사랑의 대상을 가립니다. 원수를 사랑하면 “너희 상이 클 것”이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그래서 주님은 “오직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고 선대하며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라”고 하십니다. 상급 중에서도 진리에 대한 지식이 저에게는 아주 많이 끌리는 큰 상입니다. 하나님은 지식의 빛과 교훈의 비를 불의한 자와 악한 자에게도 적당히 주십니다. 우리가 어떠한 사람도 함부로 미워할 수 없도록 일반적인 은총을 모든 사람에게 주신 것은 측량할 수 없는 주님의 배려에서 나온 일입니다. 그래서 진리를 사랑하는 자는 거짓을 미워하되 기독교를 파괴하기 위해 태어난 폭탄과 망치라고 자신을 규정한 니체도 사랑하고, 하나님도 없고 지옥과 천국도 없다며 기독교의 종말을 노래한 볼테르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책을 읽으면 화도 나고 기분도 나쁩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얻는 깨달음이 있습니다. 근본도 없는 비난을 당하고 근거도 없는 정죄를 당해도 인간 본성과 인생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는” 너희의 상이 크기 때문에 기뻐해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에는 한 줌의 거짓도 없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원수를 사랑하지 않고서 하나님의 진리를 온전히 깨닫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특정한 사람이나 무리에 대한 강박적인 혐오감을 애국과 선교로 포장하는 것은 사랑이나 진리와는 담을 쌓겠다는 뜻입니다.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고, 선대하는 자를 선대하면 진리에 있어서도 아무런 유익이 없습니다. 그런데 원수를 사랑하면 진리 외에도 지구 전체를 창고로 삼아도 다 담을 수 없는 분량의 큰 상급이 주어질 것입니다.

한병수 (전주대 교수·선교신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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