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쓰레기 2.5t…그 집에 나타난 '해결사 버스' 정체
━
“발 디딜 틈 없어”…2.5t 쓰레기 나온 그 집
지난 2일 경남 함안군 대산면 한 주택. 권원정(50) 함안지역자활센터 EM환경사업단 팀장은 주택 문을 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마스크를 뚫고 들어온 냄새 때문이었다. 권 팀장은 과거 고독사 현장도 정리했던 10년 차 ‘청소 전문가’다. 하지만 이런 그마저 1년 넘게 집 안에 방치된 쓰레기 더미에서 풍기는 악취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썩은 음식물과 곰팡이, 오랫동안 빨래 안 한 옷에 밴 체취까지. 냄새가 완전 코를 찔렀다”고 했다.
60대 후반의 홀몸 어르신 박모씨가 사는 약 50㎡(15평) 면적의 허름한 주택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먹다 남은 통조림과 먼지가 끈적하게 달라붙은 참기름·소주병, 누더기 같은 옷, 종이 박스가 거실과 방 안에 널브러져 있었다. 장판은 썩고 문드러져 시멘트 바닥이 드러났다. 주방은 더 가관이었다. 물이 흐르는 싱크대 아래, 나무 재질의 찬장은 삭아서 구멍이 뚫렸다. 냄비에는 곰팡이로 뒤덮인 정체 모를 음식도 담겨 있었다.
━
‘사람 잡는’ 쓰레기…‘클린버스’ 해결한다
경남도는 박씨 집에 쌓인 쓰레기를 ‘찾아가는 집정리 서비스’ 클린버스로 해결했다고 9일 밝혔다. 권 팀장 등 청소 전문가 10명이 탄 클린버스가 방문, 사흘(2~4일) 동안 박씨 집에서 집청소·방역·폐기물 처리 작업을 했다. 장판과 벽지를 바꾸는 등 간단한 집 수선도 지원하기로 했다.
경남도와 시·군, 경남광역자활센터, 시·군청소자활사업단이 협업한 클린버스는 올 4월부터 추진 중인 ‘주거환경개선’ 사업이다. 저장강박, 안전취약, 화재위험 등 주거환경이 취약한 가구가 대상이다. 클린버스는 지금까지 함안·창녕 10가구 집을 찾아 말끔히 청소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저장강박이 의심되는 이들에게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 등 여러 돌봄 서비스와도 연결해준다.
클린버스는 지난해 4월 발생한 한 화재 사망 사고를 계기로 만들었다. 경남 산청군 한 주택에서 불이 나 지적장애 모녀 중 40대 딸이 숨진 사고다. 이들 모녀에게는 ‘저장강박’이 있었는데, 집에 쌓아둔 쓰레기 더미가 화재를 키운 것으로 지적됐다.
━
경남도 “1회성 청소 아닌 상담·진료도 연계”
이렇듯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저장’하는 저장강박은 신체·정신적으로 취약한 이들에게 치명적인 사고 원인이 될 수 있다. 클린버스가 다녀간 노인 박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 2월 집에 쌓인 쓰레기 더미에 걸려 넘어지면서 다리와 고관절에 골절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거동이 불편한 그를 본 이웃이 지자체에 알리면서 병원에 입원할 수 있게 됐다.
신종우 경남도 복지여성국장은 “저장 강박 의심 가구는 1회성 청소가 아닌 지속적인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경남형 통합돌봄과 연계해 상담과 진료, 안부 확인 등 다양한 지역사회 돌봄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해 지금 사는 곳에서 건강하게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함안·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코로나 백신, 척수 건드렸다…1억명 조사 충격적 부작용 | 중앙일보
- 15세 제자와 성관계 맺은 영국 교사, 재판 중 다른 학생 아이 임신 | 중앙일보
- “AI 덕에 한국 노다지 맞는다” 1500조 큰손이 찍은 이 산업 | 중앙일보
- "실습때 XX짓…사람 취급 못받아" 여친 살해 의대생 신상 털렸다 | 중앙일보
- "닷새 맘껏 먹고 이틀 굶었더니 간 질환 개선" 쥐로 입증했다 | 중앙일보
- "이게 한 팀이라고?" 멤버 24명 걸그룹, 새벽 1시 출근하는 이유 | 중앙일보
- 진짜 머리 두 개 독사네…"실물에 깜짝" 전문가도 놀란 희귀 뱀 | 중앙일보
- 송지은·박위, 10월9일 결혼 “날 잡았다…우리 미래 기대돼” | 중앙일보
- 부상 투혼 안세영 손등에 'I CAN DO IT'…응원 쏟아졌다 | 중앙일보
- "발레 싫다"던 광양 소년 훨훨 날았다…세계적 콩쿨서 '대상'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