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약을 한 알에… 고혈압+고지혈증 '4제 복합제' 처방 급증, 왜?
◇2가지 이상 질환 동시 치료… 고혈압, 고지혈증 동시에 앓는 경우 많아
4제 복합제는 2가지 이상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결합한 성분이 4가지인 약을 말한다. 물론 4제 복합제에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치료제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치료제는 4제 복합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고혈압+이상지질혈증 4제 복합제는 고혈압 치료제인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로사르탄, 텔미사탄 등)와 칼슘통로차단제(암로디핀 등), 그리고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스타틴(로수바스타틴 등)과 에제티미브로 구성된다.
고혈압+이상지질혈증 4제 복합제 시장은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함께 앓는 환자가 증가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2023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전체 고혈압 환자 약 1050만명 중 39%가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당뇨병도 함께 앓고 있는 비율(22.2%)을 합산할 경우 61.2%까지 높아진다. 때문에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을 한꺼번에 치료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만성질환은 한꺼번에 여러 질환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여러 질환을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는 제제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2제 복합제가 대세지만… 매년 성장 중
물론 아직은 단일 질환에 대한 2제 복합제 처방이 주를 이루지만, 고혈압+이상지질혈증 4제 복합제를 처방하는 빈도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2023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에 따르면,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동시에 앓는 환자들 중 3제 이상의 복합제를 처방받은 비율은 남성 17.5%, 여성 14.8%를 차지했다. 이는 2021년과 비교했을 때 소폭 증가한 수치다(남성 16.8%, 여성 11.1%). 한국의학연구소 안지현 교육연구부장은 “아직은 각 질환에 대한 2제 복합제를 개별로 처방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질환까지 있어 약 개수가 더 많아지거나 4제 복합제로도 증상이 잘 조절된다면 이를 처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약 개수 줄일수록 장점 늘지만… 용량 조절 어려워
두 가지 이상의 만성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4제 복합제를 처방할 경우, 복용의 편리성을 높여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복약순응도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복용법대로 환자가 정확하게 복용하는 것을 말한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를 단일제로 개별 처방할 경우, 약의 개수가 많아져 의사 지시대로 복약하지 않으면서 증상 조절이 어려워진다. 또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모두 단일 약제 하나만으로는 증상 조절이 어렵다. 때문에 2~3개의 약을 동시에 처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환자들이 약의 개수에 부담을 느껴 치료를 도중에 중단할 위험이 커진다. 이는 고혈압의 2차 위험 중 하나인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또 복합제를 단일 처방할 경우, 단일제를 복합 처방할 때보다 약가 면에서도 저렴해지는 경향이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이전부터 복합제를 출시할 경우 가격 인하를 추진한 바 있다. 2014년 시행한 ‘약가제도 개선을 위한 시행규칙·고시 개정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아모잘탄엑스큐 단일 처방 시, 4개 단일제의 대조약을 복용하는 것과 비교할 때 약가가 최대 27%까지 저렴해진다.
다만 의료계에서도 처방 시 주의 사항으로 인해 고혈압+이상지질혈증 4제 복합제를 처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제의 용량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안지현 교육연구부장은 “예를 들어 혈압에 따라 고혈압 치료제를 증량 또는 감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복합제가 성분에 따라 용량이 다양해야 한다”며 “만약 적합한 용량이 없으면 성분별로 단일제를 개별 처방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환자 역시 복합제를 처방받을 경우, 약의 개수가 많지 않다고 해서 생활 습관 개선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복합제 시장 계속 커질 것”
고혈압+이상지질혈증 4제 복합제 시장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혈압,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의 적극적인 조절이 심뇌혈관 질환 위험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많은 연구 결과들이 계속 발표되는 만큼,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복합제의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제약계에서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 4제 복합제 시장에 당분간 신제품이 등장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복합제 허가를 위한 임상 시험 과정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 복합제는 신약 개발과 달리 기존에 이미 있는 약물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의약품이다. 이미 2·3제 복합제에서 다양한 배합의 약물들이 시장에 많이 출시됐으며, 4제 복합제 또한 다양하게 배합이 이뤄진 상태다. 때문에 당분간 신제품의 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제약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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