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 6.4%는 '은둔' 경험…"무기력·우울해서"
고등학교 시기 학업 중단 62.2%
초·중은 '홈스쿨링', 고는 '심리문제'
학교 밖 청소년의 약 6%는 6개월 이상 은둔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둔 상태에서 벗어난 계기로 5명 중 1명은 '지원 서비스'를 꼽은 점을 토대로 당국은 고립·은둔 청소년 전담 지원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는 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4~12월 전국 9세 이상 24세 이하 학교 밖 청소년 289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2015년 시작된 이 조사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며, 이번에 조사 주기가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변경됐다.
조사 결과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둔 시기는 고등학교 때가 62.2%로 가장 많았고, 중학교(20.8%), 초등학교(17.0%) 순이었다. 학교를 그만둔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심리·정신적인 문제(31.4%)로 조사됐다. 학교를 그만둔 시기별 주요 이유는 각각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기에는 부모님의 권유로 대안교육·홈스쿨링을 위해 그만두는 경우가 61.3%, 35.2%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교 때에는 심리·정신적 문제가 37.9%로 가장 많았다.
학교 밖 청소년 중 은둔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은둔청소년은 6.4%로 나타났다. 은둔 기간이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인 은둔 잠재군은 3.5%였다. 은둔 경험은 현재가 아닌 과거에 학교를 그만둔 뒤 밖으로 나가거나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었던 경험을 의미한다. 은둔하게 된 주요 계기로는 '무기력하거나 우울한 기분이 들어서'가 28.6%로 가장 많이 꼽혔다. 다음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24.9%),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13.7%),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이 싫어서'(9.6%) 순이었다.
은둔 상태였던 학교 밖 청소년들이 밖으로 나오게 된 계기로는 지원 서비스 이용(27.3%)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24.5%는 더 집에만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은둔에서 벗어났다고 답했다.
학교 밖 청소년의 하루 60분, 주 5일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지난 조사보다 낮아졌다. 2021년 13.2%에서 지난해 10.8%로 줄었다. 남자 청소년의 비만율은 20.7%, 과체중률은 10.4%로 여자청소년보다 높았고, 여자청소년은 저체중률이 9.4%로 남자청소년보다 높았다.
다만 흡연 및 음주 지표는 지난 조사보다 개선됐다. 학교 밖 청소년의 현재흡연율은 19.3%, 현재음주율은 21.2%로 나타났다. 현재흡연율은 2021년에 비해 8.8%포인트 감소, 현재음주율은 7.5%포인트 감소했다.
학교 밖 청소년 중 69.5%는 학교를 그만둘 당시 검정고시 준비를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조사보다 검정고시 준비, 대학 진학 준비는 각각 11.2%포인트, 6.9%포인트 증가했고 구체적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비율은 7.5%포인트 줄었다.
원하는 정책 수요는 2021년 조사에 이어 '교통비 지원' 응답이 4점 만점 중 3.33점으로 가장 높았다. 청소년활동 바우처(3.19점), 진학정보 제공·검정고시 준비 지원(3.18점), 진로탐색 체험(3.12점)이 뒤를 이었다.
여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 밖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학업을 중단하는 청소년의 정보연계가 고등학교까지 확대됨에 따라 발굴 및 맞춤형 서비스 지원을 확대하고, 고립 은둔 청소년 등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을 조기에 발굴하기로 했다.
또 고립·은둔 청소년의 특성을 고려한 전담 지원체계를 마련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사회적 관심 유도와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복지부 등 부처 간 연계도 강화한다. 진로 탐색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전문 직업훈련, 일경험(인턴십)·직장체험, 취업연계 등도 맞춤형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교육부, 교육청 등 관계부처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정서적 위기에 놓인 학교 밖 청소년을 조기에 발굴해 맞춤형 심리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정책수요에 대한 대응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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