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형태에 대한 고민…무대 위에 올려지는 죽음들

박정선 2024. 5. 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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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수명이 늘면서 이른바 '웰다잉',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잘 사는 것만큼이나 잘 죽는 것도 중요해진 시대,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문화 콘텐츠가 이를 다루는 방식 역시 더 깊이 있고 섬세해지고 있다.

연극은 반전을 거쳐 오히려 안락사가 죽임을 당할 위기에 맞게 되면서 막상 자신의 죽음 앞에서 오히려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통해 안락사 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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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수명이 늘면서 이른바 ‘웰다잉’,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 부부가 동반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잘 사는 것만큼이나 잘 죽는 것도 중요해진 시대,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문화 콘텐츠가 이를 다루는 방식 역시 더 깊이 있고 섬세해지고 있다.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대표적인 것이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려졌던 연극 ‘비Bea’다. 작품은 원인을 모르는 만성피로증후군으로 8년째 침대 생활을 하는 비어트리스(비, Bea)가 안락사를 시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국 내셔널시어터 출신 극작가 겸 연출가 믹 고든의 대표작으로, 한국에서는 5년 만에 세 번째 공연이다.

“엄마 이제 해방되고 싶어요. 그리고 엄마도 해방됐으면 좋겠어요.” 비가 간병인 레이를 통해 엄마에게 전한 편지의 내용이다. 비의 죽음은 슬픔보다는 행복에 맞닿아 있다. 연극 역시 비의 고통이나 죽음보다는, 그의 내적 자아에 집중해 그가 갈망하는 자유와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보여준다. 관객들 역시 단순히 그의 죽음보다 마침내 그가 죽음으로써 자유를 찾고 행복해하는 모습에 공감한다.

연극 ‘킬 미 나우’도 안락사와 장애를 다뤘다는 지점에서 같은 맥락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캐나다의 유명 극작가 브래드 프레이저가 2013년 발표한 작품으로,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조이를 키우는 아버지 제이크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람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겪는 과정과 변화가 매 순간 힘겨운 고비가 되고 부담이 되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아낸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린 이들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내리는 결정을 통해 고통 앞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인간다운 삶과 존엄, 진정한 이해에 대해 강렬한 질문을 던졌다는 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016년 ‘연극열전6’을 통해 초연한 이후 지난 2019년 삼연으로 관객을 만났다.

이밖에도 국내 공연계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죽음’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다. 앞선 사례와는 확연히 결이 다르지만 이 작품은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로 풀어내면서, 2008년부터 공연을 시작해 올해 16주년을 맞은 대학로 스테디셀러다. 현재도 대학로 지인시어터(구. 알과핵 소극장)에서 오픈런 공연 중이다.

작품은 돈을 받고 자살을 돕는 자살 사이트 회장 안락사, 자살을 하겠다며 찾아온 마돈나, 살인 청부업자 바보레옹이 만나 동상이몽을 하며 겪는 사건을 그린다.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기괴한 자살 방법들이 소개되고, 인물들의 우스꽝스러운 대사와 행동이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연극은 반전을 거쳐 오히려 안락사가 죽임을 당할 위기에 맞게 되면서 막상 자신의 죽음 앞에서 오히려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통해 안락사 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개인적 욕망을 위해 자살을 미화하지만, 막상 자신의 죽음 앞에서 자살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비판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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