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기’ 재정 투입, 수요 자극 우려… 겉도는 정부 정책

권민지 2024. 5. 9.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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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일시적 가격 할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보조금과 할당관세 등으로 고물가에 대응하고 있다.

일시적 할인 정책이 적용된 가격은 순간적으로 물가가 하락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소비자는 향후 물가가 안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할인 정책이 시행 중인 시기에 구매를 늘릴 수 있다.

고물가 대책의 핵심은 공급량 확대인데 검역 등 절차 문제로 해외 농산물 수입량을 갑자기 늘리기 어려운 데다 농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자급량을 늘리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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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가 시대는 끝났다] 보조금·할당관세 등 단기효과 치중


정부는 일시적 가격 할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보조금과 할당관세 등으로 고물가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재정 투입은 오히려 수요를 자극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기후위기, 중동 정세 불안 등 외부 요인으로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요 자극은 더욱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물가 관리는 결국 생산성 향상을 통한 공급량 증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농산물 긴급가격안정자금은 대표적인 물가 안정책이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긴급가격안정자금 1500억원 추가 투입을 예고했다. 이 중 납품단가지원(755억원), 할인지원(450억원), 축산물 할인(195억원) 등 대부분 자금이 당장 가격을 낮추는 할인책에 집중됐다. 공급량을 늘리는 데 투입된 안정자금은 과일 직수입에 쓰이는 100억원에 불과했다.

할당관세 품목 확대와 유류세 인하도 세금을 활용한 가격 할인책이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배추, 양배추, 당근, 포도, 마른김 등을 신규 할당관세 품목으로 지정했다. 수입 가격을 낮춰 물가 상승을 방어하기 위함이다. 석유제품 가격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는 9번 연장돼 다음 달까지 적용된다.

이 같은 가격 인하 조치는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일시적 할인 정책이 적용된 가격은 순간적으로 물가가 하락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공급량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의 할인책은 물가의 근본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 오히려 할인 정책이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소비자는 향후 물가가 안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할인 정책이 시행 중인 시기에 구매를 늘릴 수 있다.

할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소비자가격이 이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지난달 배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9% 상승했다. 사과(80.8%) 귤(64.7%) 복숭아(61.2%) 감(56.0%) 등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의 먹거리 물가 상승세는 가파른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률은 6.9%로 OECD 평균(5.3%)을 웃돌았다. 한국의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OECD 평균을 넘어선 것은 2021년 11월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이상기후와 중동 정세 악화 등 최근의 물가 상승 요인은 전 세계가 영향권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물가가 유독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은 생산성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물가 대책의 핵심은 공급량 확대인데 검역 등 절차 문제로 해외 농산물 수입량을 갑자기 늘리기 어려운 데다 농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자급량을 늘리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재정을 투입한 일시적 할인보다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충고가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8일 “공급량을 늘릴 대책이 현실적으로 없는 건 한국의 분명한 한계”라며 “중동 정세 불안, 기상이변 등 외생적 요인을 통제할 수 없다면 농가의 생산성을 이끌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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