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날개 단 방산·날개 꺾인 태양광 ‘절반의 행복’ [CEO 라운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5. 8.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화그룹 핵심 계열사 한화솔루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김동관 부회장(41)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필두로 방산 부문 성과는 날개를 달았지만 김 부회장이 오랜 기간 공들여온 태양광 사업이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1983년생/ 미국 세인트폴고/ 하버드대 정치학과/ 2010년 한화그룹 입사/ 한화큐셀 상무/ 한화큐셀 전무/ 2019년 12월 한화솔루션 부사장/ 2020년 9월 한화솔루션 사장/ 한화그룹 부회장(현)
한화솔루션 1분기 적자

영업손실만 2166억원 달해

한화솔루션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3929억원, 영업손실 21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8%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순손 실도 4483억원에 달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태양광 사업 중심 신재생 에너지 부문 부진이 뼈 아팠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만 1분기 1871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공급 과잉에 따른 태양광 모듈 판매 감소, 판매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둔화했다”는 것이 한화솔루션 측 설명이다. 재무 구조도 악화됐다. 한화솔루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62%에서 올 1분기 202%까지 치솟은 상태다. 총 차입금도 지난해 말 대비 2조4490억원 증가한 11조7989억원에 달했다.

한화솔루션은 앞서 지난해에도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3조2887억원, 영업이익 6045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은 1.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4.6% 줄었다. 실적 콘퍼런스콜 당시 한화솔루션은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올 1분기 영업적자를 낼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공개했고, 이런 예측은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불과 2년 전인 2022년 분위기와 전혀 딴판이다. 당시만 해도 한화솔루션은 사상 최대 매출(13조1307억원), 영업이익(9237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잔치’를 벌였고 이듬해 영업이익 목표치도 1조원으로 높여 잡았다. 하지만 1~2년 새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실적이 고꾸라졌고 연간 적자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한화솔루션은 오는 6월 말부터 중국 소재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시장에 풀린 재고가 소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연간 모듈 목표 판매량은 기존 10GW에서 9GW로 하향 조정 됐다. 중국 공장의 지난해 매출은 5310억원으로 한화솔루션 전체 매출의 4% 가량을 차지한다. 이뿐 아니라 한화솔루션은 당분간 신규 투자를 모두 보류한다. 윤안식 한화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이 덜한 2분기에는 태양광 모듈 판매량이 회복되면서 신재생에너지 부문 적자폭이 의미 있게 축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중국 태양광 기업이 수출 물량을 쏟아내면서 미국에서 태양광 모듈 공급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동남아시아에서 생산한 태양광 부품을 주로 미국에 수출한다. 그런데 미국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국을 거쳐 수입한 중국 물량에 오는 6월부터 25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6월 이전에 수출 물량을 밀어내는 분위기라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모듈 공장 가동이 속도를 내는 점도 악재다. 캐나디안솔라, 진코솔라, 론지 등 중국 태양광 기업의 미국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미국 내 모듈 공급량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태양광 모듈 가격이 급락하는 양상이다. 모듈 가격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와트당 0.13달러로 전년 동기 (0.25달러) 대비 반 토막 났고 올 들어서도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여파로 한화솔루션 주가도 연일 하락세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6만원을 넘나들었지만 올 들어 3만원 아래로 떨어져 반 토막 나더니 최근 2만원대에서 횡보하는 모습이다(4월 30일 종가 2만 5600원).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대표가 최근 자사주 1000주를 매입하면서 주가가 살짝 반등하기는 했지만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NH투자증권은 한화솔루션 목표주가를 2만8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낮췄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재고가 넘쳐나는 데다 가격 경쟁이 지속되면서 한화솔루션은 2분기에도 태양광 모듈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부회장에 각별한 한화솔루션

실적 부진에 반전 카드 내놓을지 관심

한화솔루션 경영 환경이 날로 악화되면서 김동관 부회장도 실적 부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습이다.

한화솔루션은 잇따른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온 회사다. 2012년 독일 태양광 기업 큐셀을 인수한 이후 2015년 한화솔라원, 큐셀과의 합병을 통해 태양광 사업에 주력해왔다. 2020년에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 소재가 합병해 한화솔루션이 공식 출범 하면서 태양광, 화학, 첨단소재 사업을 아우르는 한화그룹 핵심 계열사로 자리 매김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주택용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35%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린다.

김동관 부회장에게 한화솔루션은 각별한 회사다. 한화솔루션 성장 과정을 직접 진두지휘해오면서 김 부회장이 처음으로 등기임원, 대표이사에 오른 기업이 한화솔루션이다. 2020년 한화솔루션 출범과 동시에 사내이사를 맡았고 그해 9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화솔루션에서 태양광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덕분에 지난해 한화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이 방산, 우주항공, 조선업까지 경영 보폭을 넓혔지만 그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은 여전히 태양광 사업이다.

수세에 내몰린 한화솔루션은 미국 솔라허브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솔라허브는 한화솔루션이 총 3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미국 내 최대 태양광 통합단지다.

한화솔루션은 2025년까지 글로벌 태양광 셀 생산량 중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 현지 모듈 생산능력을 올해 8.4GW로 확대하기로 했다.

8.4GW는 실리콘 전지 기반 모듈을 만드는 태양광 업체 생산능력으로는 북미 최대 규모다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핵심 가치사슬 중 원재료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제품을 생산하는 통합생산단지로 구축된다. 모듈을 시작으로 잉곳, 웨이퍼, 셀 공장이 차례대로 가동되면 한화큐셀은 북미 최초로 태양광 핵심 가치사슬을 현지에 두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무려 3조원 넘는 자금을 쏟아붓지만 태양광 업황이 살아나지 않으면 한화솔루션 실적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김동관 부회장 주도로 한화솔루션 부실 사업 부문을 아예 매각하거나 주요 사업,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반전 카드를 내놓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동관 부회장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이후 조선업을 키우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으로 방산업 재편에 나서면서 방산, 우주항공, 조선업에 집중하지만 이 과정에서 태양광은 소외된 듯한 분위기다. 김 부회장이 태양광 사업을 어떤 식으로 턴어라운드시킬지가 변수다.” 재계 관계자 촌평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8호 (2024.05.08~2024.05.14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