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1순위' 세종보... 인간 생태계도 위협한다
[박은영 기자]
▲ 장마로 인해 물에 잠긴 보행로 보행로가 물에 잠긴 모습 |
ⓒ pxhere |
이른 아침, 식사를 위해 찾은 해장국집에서 나온 뉴스에 식당 손님들의 이목이 쏠렸다. 뉴스화면을 본 손님들의 머릿속에 말풍선을 그린다면 공통적인 단어는 '기후재난'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계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비 피해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지구가 기후재난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계산되지 않는 속도로 변화하는 기후에 인간이 세워놓은 계산은 이제 무용지물이다. 지금까지의 강우량과 시간, 또는 데이터로 재난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크다. 재난에 대비할 때 필요한 것은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함이 대전제가 되어야 한다.
▲ 급격히 불어난 강물에 갇힌 천막농성장 예측할 수 없이 불어난 물로 갇혀버린 농성장 |
ⓒ 대전충남녹색연합 |
세종보·공주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요구하는 천막은 세종보 상류 300m 지점에 설치되어 있다. 평소 수위보다 약 1.2m정도 높기에 수위가 올라가면 교각보호공에 쌓인 모래 둔덕 양쪽으로 물이 흘러내려서 고립되기 딱 좋은 위치이다. 5월 5일 밤부터 내린 비로 천막 주변 유속이 빨라지고, 수위도 오르락 내리락 하길래 불침번을 서면서 수위 변동을 살폈다. 하지만 새벽 2시경 물이 급격하게 불어났고 계속 확인했던 상승 추세는 의미가 없었다. 강의 흐름은 예상할 수 없었다.
▲ 장맛비에 침수된 세종보 인근 자전거도로 2020년 장맛비에 세종보 인근 자전거도로 침수된 모습 |
ⓒ 김종술 |
강우시 세종보 상류는 하류보다 수위가 높다. 세종보 또한 3개의 고정보가 자리잡고 있어 현재 나타나는 집중호우나 폭우 등의 강우가 집중된다면 수위상승을 피할 수 없다. 보를 전부 개방하더라도 강에 설치된 고정보 등의 시설물들로 인해 보 상류의 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보 정상화? 강물은 흘러야 정상이다
▲ 홍수에 수문을 최대로 열어놓은 공주보 2020년 큰 비가 불어 수문을 다 열어놓은 공주보 |
ⓒ 김종술 |
22조를 들여 대형보를 설치하고 강바닥을 준설해도 홍수나 가뭄을 대비할 수 없었던 4대강 사업은 명백한 실패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전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보 활용을 넘어 댐 추가 건설, 하천 준설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환경부에 세종보 재가동에 대한 이유를 물으니 '보 정상운영'이라고 답했다. 세종보 재가동에 대한 명분 없음을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정상적으로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과거 대전충남녹색연합이 환경부에 연도별 세종보 수문 보수 현황을 정보공개청구 한 내역에 따르면 2012년 세종보가 만들어지고 개방하기 시작한 2018년까지 거의 매년 고장이 발생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로드패킹 손상, 한지 오작동, 유압배관 손상 등 매년 하자가 생겨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좀비보', '고물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오히려 해체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판명이 난 '해체 1순위'였던 것이 세종보였다. 이런 보를 일으켜 세워보겠다는 환경부는 과연 정상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 비가 지나간 자리에 새롭게 생겨난 물떼새 둥지 새로운 물떼새 둥지들이 발견되고 있는 천막농성장 주변 |
ⓒ 이경호 |
"물떼새 둥지다!"
한차례 비가 휩쓸고 간 후, 우리가 관찰하던 물떼새 알들은 떠내려 갔지만 그 자리에 부모 물떼새들이 포기하지 않고 다시 둥지를 만들고 알 낳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강을 사랑하는 이들도 포기할 수 없다. 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천막농성장 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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