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팝업’을 원해?···4가지만 따라해 봐

최기영 2024. 5. 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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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시장, 높은 임대료 허들 넘어 계속되는 도전
“브랜드·공간·교회 협력한다면 지속 가능”
팝업스토어 공간 팔시보(대표 장재희)에서 지난달 열린 5호선 청년부의 팝업 현장. 팔시보 제공


“처음 기독교 문화를 담은 제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시장이 너무 좁다’며 뜯어말렸어요. 지금도 그런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민영예 갓츄 대표)

“서울 성수동은 목 좋은 곳의 팝업스토어 하루 대관료가 10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해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죠. 크리스천 굿즈 브랜드는 엄두도 내기 힘든 마케팅 비용입니다.”(장재희 팔시보 대표)

팝업스토어 천국으로 불리는 서울 도심 지역들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의 걸음이 밤낮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 공간에 공들여 만든 제품과 이미지를 채워 넣고 싶은 브랜드들은 임대료 지옥부터 맞닥뜨리는 게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에서 출발선에 서는 크리스천 굿즈 브랜드에겐 그 문턱이 훨씬 높게 느껴진다.

온·오프라인으로 크리스천 굿즈를 유통하는 박종우 로아(LOA) 대표는 “크리스천 굿즈 브랜드 중에 상시 매장을 둔 곳은 드물다. 규모가 큰 기독교 서점에 ‘숍 인 숍’ 형태로 운영되면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어 “3년 전, 불모지 같았던 이 분야에서 10개도 안 되는 브랜드와 함께 시작했지만 공급자들이 초창기 장벽을 깨고 점점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를 더 기대해볼 만하다”고 자신했다.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팔시보(대표 장재희)에서 지난달 열린 팝업스토어 모습. 신앙 유형과 제품을 재미있게 연결하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팔시보 제공


팝업 공간 공급자들은 크리스천 굿즈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오프라인 이용자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MZ세대의 ‘힙 플레이스’ 중 하나인 서울 연남동에서 3년째 팝업스토어 공간을 임대하고 있는 장재희 대표는 “인스타그램으로 초기 온라인 판매에 주력했던 한 브랜드의 경우 팝업을 열고난 후 댓글이 35배 증가하기도 했다”며 “오프라인을 통한 브랜드 경험이 지속적 관심과 구매로 이어지고 SNS 상에 이용자 경험이 확대 재생산되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임대료를 마케팅 비용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브랜드 지속성과 확장을 위해 필수적인 오프라인 팝업과 충돌하는 상황. 과연 탈출구는 없을까. 크리스천 굿즈 브랜드 대표들은 “엔데믹 시대를 맞은 한국교회가 효과적인 해법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원석(왼쪽 첫 번째) 아르예 스튜디오 대표가 지난달 서울 오륜교회(주경훈 목사)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서 스태프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아르예 스튜디오 제공


이원석 아르예 스튜디오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한국교회에 청소년,청년세대를 위한 크고 작은 집회들이 기지개를 펼 때 그 현장에서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성장 동력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건을 사고파는 개념을 넘어서 이 시대의 언어로 기독교 문화를 즐겁게 공유할 수 있는 기회로 선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 공간을 열어 준 주최 측과 업체 모두에게 감사했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유하은 에브리데이 크리스마스 대표는 “과거 총신대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을 때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기분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경험을 했다”며 “신학대 캠퍼스가 영적 축제를 열 때 여러 주체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기회가 확장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주어지는 기회가 모두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국민일보는 수백여 차례 팝업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를 연구하고 소개한 이들과 함께 ‘힙’한 크리스천 굿즈 브랜딩을 위한 네 가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봤다.

게티이미지 뱅크


첫 번째는 ‘명확한 크리스채너티 구축’이다. 장 대표는 “브랜딩에선 회색보다는 흑 아니면 백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크리스천 브랜드라면 확실히 티를 내는 게 중요하다. 인스타그램에 포스팅 하나를 올리더라도 해시태그에 명확히 브랜드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는 ‘복음과 제품의 재치있는 결합’이다. 박 대표는 “판매대에 눈에 익은 종량제 봉투 하나를 올려놓더라도 그 밑에 ‘영적 쓰레기용’이라고 덧붙여 복음적 의미를 부여하면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게 MZ세대”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프리마케팅의 효과적 활용’이다. 장 대표는 “팝업스토어를 열기로 했다면 최소 2주 전부터는 시간과 장소, 소비자로서 얻을 수 있는 리워드가 명확하게 제시된 ‘예고 홍보물’을 SNS에 공유하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사회 기여를 통한 본질 확인’이다. 박 대표는 “로아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의 온라인 화면 하단에는 구매액의 10%가 도움이 필요한 어떤 이웃에게 전달되는 지 안내돼있다”며 “굿즈 판매를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건 크리스천 브랜드가 잊지 말아야 할 사랑의 가치이자 본질”이라고 말했다.

로아(LOA, 대표 박종우)가 지난 3~4일 양일간 서울 종로의 오프라인스토어에서 국제구호단체 사마리안퍼스와 함께 마련한 플리마켓 현장. 이날 수익금의 일부는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로아 제공


실제로 갓츄의 경우 직원 모두가 기독NGO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와 결연을 맺기도 하고 팝업을 준비할 땐 한정판 제품을 기획해 해당 제품의 매출액 전액을 이웃 사랑을 위해 흘려보내고 있다.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갓츄(대표 민영예)의 직원들. 갓츄 제공


시장 안착과 성장, 오프라인 팝업의 기회 등 크리스천 브랜드를 위한 응원도 계속된다. 로아의 경우 예비 창업자들이 제품 개발에 한계가 보일 때 재정적 투자를 하기도 하고 제조 공정을 점검해주기도 한다. 팔시보는 판매 채널을 확장하거나 팝업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무료로 상담을 해준다. 장 대표는 대중에게 힙하면서도 온기가 있는 크리스천 굿즈의 시대를 소망하고 있었다.

“MZ세대 인식에서는 원래 차가워야 힙하거든요. 팔시보를 시작할 때 작지만 의미 있게 도전하는 브랜드들에게 ‘85점만 돼도 평균이상이다’ ‘잘 하고 있다’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커뮤니티 팔시보를 통해 ‘이 브랜드는 따뜻한데 왜 이렇게 힙하지?’라는 궁금증이 느껴지게 하고 싶어요. 언제든 열려 있고 누구든 연대할 수 있습니다. 그게 크리스천 굿즈의 미래였으면 좋겠습니다.”(장 대표)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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