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이순재 “예술이란 영원한 미완성, 끊임없이 도전”

이정헌 2024. 5. 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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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올해로 아흔 살이 된 원로 배우 이순재가 백상예술대상 무대 위에서 짧은 연극을 선보였다.

이순재는 "항상 새로운 작품, 역할을 도전해야 한다. 새롭게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고민하는 게 배우다. 그래야 새로운 역할이 창조된다"며 "그동안 연기를 아주 쉽게 생각했던 배우, 이만하면 됐다는 배우 수백 명이 없어졌다. 노력한 사람들이 남아있는 거다. 연기에 완성이 없다는 게 이거다. 완성을 향해서 고민하고, 노력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게 배우의 숙명"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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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백상예술대상 무대 위에서 연극 '리어왕'의 한 장면을 연기하는 배우 이순재의 모습. 유튜브 캡처


2024년 올해로 아흔 살이 된 원로 배우 이순재가 백상예술대상 무대 위에서 짧은 연극을 선보였다. 오디션 참가자를 연기하는 원로 배우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석에 있던 배우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열린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이순재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7분 남짓한 짧은 공연을 펼쳤다.

이순재는 연극 오디션에 접수한 참가자를 연기했다. 심사위원을 앞에 두고 이순재는 “늙은 배우가 필요하다고 해서 찾아온 접수 번호 1번”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리에 앉아 “올해로 90세가 된 이순재”라며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드라마 175편, 영화 150편, 연극은 100편 미만이지만 숫자를 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제 앞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배우가 앉아있는데 다 함께 해보고 싶다. 나이가 있어서 그건 안 되겠다”며 배우 최민식을 지목했다. 이어 “영화 ‘파묘’ 잘 봤다. 정말 애썼고 열연했다. 언제 그런 작품을 같이 해보자. 내가 산신령역을 하든 귀신 역을 하든 같이 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중이 웃었고, 최민식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순재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며 존경을 표했다.

지난 7일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배우 이순재가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로 자신을 지목하자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는 최민식 배우. 유튜브 캡처


또 이순재는 배우 이병헌을 가리켜 “우린 같이 액션을 해야 하는데, (내가) 이 나이에 치고받을 순 없고 한국판 ‘대부’를 찍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말론 브란도 역할을 하고, 이병헌 배우가 알 파치노 역할을 하면 잘 어울리겠네”라면서 웃어 보였다.

이어 심사위원이 ‘대사량이 많은데, 대본 외우는 데 문제 없겠느냐’고 묻자 이순재는 “대본 외우는 거요? 그건 기본입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순재는 “대본을 외우지 않고 어떻게 연기하는가. 배우의 생명력은 암기력이 따라오느냐부터 경계선이 된다. 스스로 판단했을 때 촬영장에서 ‘미안합니다. 다시 합시다’를 여러 번 하면 그만둬야 한다”며 “대본을 완벽하게 외워야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있다. 대사에 혼을 담아야 하는데 못 외우면 혼이 담기겠나. 대사 외울 자신 없으면 배우 관둬야 한다. 그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연차가 높은데 왜 아직도 연기에 도전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배우로서 연기는 생명력”이라며 “내가 몸살 감기로 누워 있다가도 레디 고(큐사인)하면 벌떡 일어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연기가 쉽진 않다. 평생을 해오는데 안 되는 게 있다. 그래서 고민하고 노력하고 공부한다”고 답했다.

이순재는 “항상 새로운 작품, 역할을 도전해야 한다. 새롭게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고민하는 게 배우다. 그래야 새로운 역할이 창조된다”며 “그동안 연기를 아주 쉽게 생각했던 배우, 이만하면 됐다는 배우 수백 명이 없어졌다. 노력한 사람들이 남아있는 거다. 연기에 완성이 없다는 게 이거다. 완성을 향해서 고민하고, 노력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게 배우의 숙명”이라고도 말했다.

끝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열심히 한 배우로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즉석에서 연극 ‘리어왕’에서 권력의 최고 정점에서 바닥으로 추락한 왕이 홀로 독백하는 장면을 연기했다.

배우들은 짧은 연극 내내 이순재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유연석과 엄정화는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연극이 끝난 뒤 배우들은 일어나 이순재에게 박수를 보냈다.

유튜브 캡처


이순재가 무대 밖으로 나간 뒤 스크린 위에는 “예술이란 영원한 미완성이다. 그래서 나는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이순재의 자필 문구가 올라왔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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