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목전, '범죄도시4' 흥행이 우리 사회에 던진 일침
[고광일 기자]
▲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
ⓒ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
기업은행의 독특한 영화투자 전략이 화제가 됐다. 연이은 성공이 아집으로 변모된 사례를 많이 겪어서일까. 여러 항목이 있었지만 '3연속 흥행하면 감점'에 많은 이들이 특히 공감을 표했다. <범죄도시4>는 감독보다는 제작자인 마동석 배우의 영향력이 큰 시리즈다. 기업은행의 공식을 적용한다면 투자를 꺼려야 할 작품이다. 그러나 4월 말 개봉한 영화는 벌써 천만 관객이 목전이다. 놀라운 건 <범죄도시4>가 기존작과 눈에 띄게 차별화된 지점은 없다는 사실이다.
"일단 큰 사건이 터진다. 인맥(?)을 이용해 근처의 잡범들을 하나씩 턴다. 잡범들의 협력(?)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잡는다. 요란한 응징의 시간이 지나고 현장이 정리된 뒤에 도착한 동료들에게 '왜 이렇게 늦었냐'고 타박한다." 시리즈 최고의 인기 캐릭터로 부상한 장이수, 한 번의 출연으로 배우의 인생캐가 된 초롱이의 개그를 고작 '잠법의 협력'이란 한 줄로 요약하기는 아쉽지만 <범죄도시3> 리뷰에서 썼던 부분을 그대로 옮겨 <범죄도시4>에 적용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
▲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
ⓒ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
욕망의 거세, 카타르시스의 증발
필리핀 어딘가에 본부를 둔 온라인 도박단은 쉽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실제로 수사는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선량한 피해자는 늘어만 간다. 그 과정에서 혼자 술을 마시거나 괜히 동네 불량배를 일망타진하는 등 이전에는 드러나지 않던 마석도의 심리적 동요가 여러 차례 드러난다. 그러나 말이 어렵다는 거지 <범죄도시4>가 두뇌 플레이를 요구하는 추리극까지 뻗어가진 않는다. 장이수(박지환)를 평소처럼 못살게 굴어 꼬리를 잡고, 사이버수사대의 지원을 받아 마석도의 주먹에 범죄자들이 혼절한다.
▲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
ⓒ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
<범죄도시2> 리뷰에서 장점으로 꼽은 건 범죄자에게 구구절절한 사연을 부여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메인 빌런인 백창기도 사연이 없다. 전사가 없는 것뿐 아니라 온라인 카지노로 돈을 벌어 무엇을 하겠다는 목적도 없다. 물론 돈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일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욕망이 거세된 기계처럼 보인다. 연쇄살인이 이어지지만, 감정이 실리지 않으니 무심한 공무집행처럼 보일 지경이다. 심지어 자기 뒤통수를 친 장동철의 숨통도 직접 끊어놓지는 않는다.
▲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
ⓒ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
기록적 성공이 증명한 진짜 감점 사유
2004년 장첸, 2008년 강해상, 2015년 주성철, 2018년 백창기. 시리즈는 2017년에 시작됐지만 7년 사이에 영화는 14년의 세월을 건너뛰었다. 금천서에서 광역수사대로 옮긴 만큼 마석도가 상대해야 하는 빌런도 시장통을 공포에 몰아넣던 깡패에서 IT 재벌과 손잡은 국제적 도박집단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마석도의 주먹은 아직 강력하지만 8편까지 계획된 시리즈는 노쇠해져 갈 모습을 담을 수밖에 없다. 세월을 진실의 방에 집어넣을 수는 없는 탓이다.
당장 이번 작에서부터 디지털 범죄에 뒤처져 젊은 경찰들의 도움을 받는 마석도의 모습은 스마트폰 조작법을 어려워하던 부모 세대의 모습과 겹친다. 화면 너머의 적들을 상대하는 건 노동자들의 존재가 물류센터의 택배 이동 현황 같은 한 줄의 문장과 픽셀로 치환되고, AI로 인한 생산성 대폭발이 예상되지만 과실을 나누기도 전에 그림자 노동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씁쓸한 일면 같기도 하다.
<범죄도시>와 마석도가 상징하는 바는 무엇보다 '참교육'으로 요약되는 즉각적인 응징이라는 시대정신이다. 송강호, 최민식도 성공하지 못한 3편 연속 천만 관객이란 진기록도 가시권이다. 하지만 도입부에서 말한 것처럼 3편 연속 성공은 감점 사유가 된다. 하나의 관점으로 좁아진 시선이 흥행에 독이 된다는 판단이다. 그렇다면 <범죄도시>의 연이은 성공은 참교육에 중독되어 버린 우리 사회에 대한 감점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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