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한창인데…더 많은 전력 태평양 보내는 유럽, 왜?
유럽 주요국들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군사적인 관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격년마다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환태평양훈련(RIMPACㆍ림팩) 등을 배경으로 “전례 없는 규모의 해·공군력”을 파견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돌발 행동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풀이가 나온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국들이 다수의 함정과 항공기를 이른 시일 내 태평양에 전개할 예정이다. 오는 7월 하와이 주변 해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연합훈련인 림팩 등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독일에선 이미 지난 7일 구축함과 군수지원함 등으로 구성된 함대가 출항했다. 독일 함대는 림팩을 마친 뒤 중국과 동남아시아 각국이 영유권을 다투는 남중국해에서도 연합훈련을 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독일·프랑스·스페인 등은 유로파이터 등 각종 전투기 30여대와 공중급유기·수송기로 구성된 항공 편대를 인·태 지역에 보낸다. 오는 7월 중순 호주에서 열리는 다국적 연합훈련인 피치블랙을 시작으로 상당 기간 미국·한국·일본·호주 공군과 연합훈련 등을 갖기 위해서다. 또 영국은 내년부터 인·태 지역에서 미·일과 정기적으로 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복수의 연합훈련 참가와 관련해 참가국들은 “미래의 분쟁 억지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독일 해군 고위 관계자), “최첨단 무기를 사용한 훈련으로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네덜란드 해군 대변인)는 등의 입장을 내놨다.
유럽에 손뻗치는 중국에 경고
이처럼 유럽 국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인·태 지역에 해·공군력을 집중시키는 건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두 가지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짚었다.
우선 민주주의 진영이 안보 정책에서 일치단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러시아·북한 등에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권위주의 진영이 무기 거래 등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가운데 나온 대응이란 관점이다.
유럽의 이런 군사적인 움직임은 오는 7월 9~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와도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이 한 몸이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조치)”란 해석도 나온다.
두 번째는 유럽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대한 경고다. 특히 중국은 옛 유고슬라비아 시절부터 전통적으로 가까운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등 발칸 반도 국가들에 정치적인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을 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일 세르비아를 찾았다. 현지 신문에 1999년 나토군의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 오폭 사건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도 기고했다.
유럽 국가들 입장에선 중국의 비밀공작도 심각한 위협이다. 최근엔 영국·독일 정계에서 암약하던 중국 스파이들이 적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유럽의 군사적인 행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유럽 각국은 인·태 지역의 안정이 유럽에 이익이 된다는 인식도 공유하고 있다. 대만해협 등이 전화에 휩싸일 경우 유럽의 대아시아 무역로가 끊어지면서 공급망 위기 등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래서 미국은 물론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한국·일본·인도 등과도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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