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이름 딴 상호’ 상표권 침해 경고, 두려워 마세요

대전=정일웅 2024. 5. 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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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이 포함된 이름으로 간판을 내걸고 가게를 운영하던 A씨에게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구영민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지명이 포함된 상호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A씨처럼 경고장을 받더라도 상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지는 사안을 면밀히 따져본 후에 판단할 수 있다"며 "섣부른 상호 포기보다는 계속 사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원천적으로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선 본인의 상호를 먼저 상표로 등록해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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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이 포함된 이름으로 간판을 내걸고 가게를 운영하던 A씨에게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같은 지명으로 먼저 상표를 등록한 B씨가 보낸 경고장이다. 생면부지의 B씨는 A씨에게 상호 사용을 중지하고, 합의금을 내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A씨는 경고장을 받은 후 주변 상인들과 공동대응하기로 했지만, 한편으로는 합의금을 줘야 할지 고민이다. 지명의 대중성을 차치하더라도 B씨가 상표등록을 먼저 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8일 특허청에 따르면 A씨처럼 행정구역 명칭(동네 이름)을 상표로 등록한 자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영세 상인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상표등록 사실을 모르고 지명을 포함한 상호를 사용하는 선의의 사업자가 대부분이다. 특허청은 이런 경우 손해배상 등 불이익을 우려해 성급하게 상호를 포기하지 말고, 계속 사용할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A씨 등이 상표권 침해 여부를 따져볼 수 있는 근거는 상표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행 상표법은 등록된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호를, 선의로 상표권자보다 먼저 사용했을 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등록상표권자는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한 동일·유사한 타인의 상호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인격과 동일성을 표시하기 위한 수단의 ‘상호’, 자사와 타사의 상품을 식별하는 표장으로서의 ‘상표’에 차이를 둔 셈이다.

실례로 법원은 2014년 등록된 상표 ‘하슬라’의 상표권자가 2020년부터 상호로 사용 중인 ‘하슬라가배’ 사용자에 의해 상표권을 침해당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슬라가배가 상거래 관행에 따라 상호로 사용된 점을 인정해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하슬라는 강릉에 거주하는 주민 대다수가 알고 있는 강릉의 옛 지명이며, 가배는 커피의 한자어 음역이다. 따라서 하슬라가 상표권으로 등록됐더라도, 지명인 하슬라와 커피의 한자어 음역을 합성해 상호를 사용한 것(상표를 모방해 상호를 정한 것이 아닌 경우)이라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이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옛 지명을 상호로 사용하는 경우 경고장을 받더라도 반드시 상표권 침해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다만 타인의 상표 등록 이후에 상표의 유명세에 편승하려는 의도로 동일·유사한 상호를 상품·서비스의 출처표시로 사용(부정경쟁 목적)할 때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상호를 사용하는 배경에 의도성 여부가 상표권 침해를 판단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특허청은 선사용권이 상표권자로부터 소가 제기됐을 때 방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될 뿐, 상표권자를 공격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단순히 먼저 상호를 사용했다고 해서 상표권자의 상표권을 훼손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상표권 효력 제한 여부도 법원에서 다투게 된다. 이에 따라 분쟁을 예방하고 안정적인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사업 시작 단계부터 미리 상표를 등록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특허청은 강조했다.

구영민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지명이 포함된 상호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A씨처럼 경고장을 받더라도 상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지는 사안을 면밀히 따져본 후에 판단할 수 있다”며 “섣부른 상호 포기보다는 계속 사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원천적으로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선 본인의 상호를 먼저 상표로 등록해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상표권 다툼이 발생할 때는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공익변리사 특허상담센터 또는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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