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드 포크로펙 "첫 영화로 국제경쟁 대상까지, 기뻐" [25th JIFF]

류지윤 2024. 5. 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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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드 포크로펙(Ingrid Pokropek) 감독이 자신의 첫 영화 '메이저 톤으로'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서 국제경쟁 대상을 받았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배경으로 한 '메이저 톤으로'는 겨울 방학의 어느 날 열네 살의 소녀 아나가 어릴 적 사고로 팔에 이식한 금속판이 모스 부호로 된 이상한 메시지를 수신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이를 추적하는 소녀의 성장 영화다.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그에게 전주국제영화제는 꼭 초청받고 싶었던 영화제 중 하나였던 곳에서 국제경쟁대상까지 받으면서 기분 좋은 시작을 할 수 있게 됐다.

"제 첫 영화를 국제경쟁에 초청 받아 영광이고 전주시도 너무 아름다워요.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꿈꿔왔던 전주국제영화제는 기대했던 것보다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관객을 직접 만나보니 전주국제영화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로그램에서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영화와 관객과의 끈끈한 관계가 보여요. 관객들이 영화를 주의 깊게 보고 던지는 질문도 인상적이었죠. 감동적이었어요. 관객과의 대화가 약 1시간 정도 진행됐는데 사실 이건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거든요. GV를 하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요. 그래서 영화제 자체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걸 느꼈죠."

영화는 모스 부호라는 소재로 소녀 아녀 성장담을 뚝심 있게 그려냈다. 영화 후반부에는 모스 부호가 영화의 꽃말로 이어지며 모험담이 완성된다. 아나는 모스부호를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멀어진 아빠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메시지를 알게 된 후 느꼈던 엄마의 부재를 극복하게 된다.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가 모스부호를 받고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어요. 아이가 안테나가 돼 미스터리한 신호를 받는다는 아이디어가 재미있을 것 같았거든요. 또 영화를 만들면서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메시지가 생각 났어요. 한국에서는 물망초라는 꽃 이름이 있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꽃 이름이 '나를 잊지 말아요'('nomeolvides)거든요. 이 꽃 자체가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돼 강력한 힘을 가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영화는 성장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모스 부호란 소재로 미스터리함이 가미됐다. 두 가지 장르를 균형 있게 펼쳐내는 것이 염두에 둔 부분 중 하나였다.

"저는 판타지 영화와 성장 영화를 좋아해요. 그래서 두 장르를 한 영화에 담아보자 결정했고요. 제 머릿 속에 있는 환상을 영화로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장르의 균형을 잘 잡으려고 제일 노력했던 것 같아요. 아직까지 만족스럽게 도달한 것 같진 않지만 글도 도전했다는 것과 성취하게 된 형태 자체는 마음에 듭니다."

모스 부호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를 통해 알게 된 후 쭉 관심을 가지고 있던 영역이다.

"할아버지가 두 분 계신데 그 분들이 모스부호를 알고 계셨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죠. 글자가 한음이 될 수 있고, 이 음이 단조와 장조가 돼 메시지가 되는게 인상 깊었어요. 또 형태가 다양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요. 모스부호를 영화적으로 접근하면 시각적인 요소가 되면서 음악적인 요소도 될 수 있겠다 생각했죠."

주인공 아나의 이야기는 픽션이 중심이 됐지만 곳곳에 잉그리드 포크로펙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반영됐다.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다 보니, 자신이 자라온 환경을 투영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전체적으로 주인공이 도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데 저도 어렸을 때 그랬어요. 매일 먼 거리를 오가며 학교와 일을 다녀야 했죠. 영화 속 아나의 모습들에 그런 제 모습이 반영됐어요. 또 아나가 느끼는 청소년기에 불안정한 감정들도 제가 느꼈던 것들이고요."

잉그리드 포크로펙 감독은 주연 배우 소피아 클라우센(Sofía CLAUSEN) 덕분에 '메이저 톤으로'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소피아를 만난 것 자체가 영화 감독으로서 축복이었다고 전했다.

"배우 역시 '메이저 톤으로'가 첫 영화라 우리에겐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소피아는. 배우로서 재능이 많고 똑똑하죠. 호기심과 연기에 대한 열정도 깊었어요. 소피아의 그런 모습들이 촬영하면서 제게 큰 도움이 됐어요. 차기작도 함께 할 예정입니다."

그는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아르헨티나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함께 즐겨주는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했다.

"호기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싶어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미스터리하게 느껴보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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