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 함께 고민하는 ‘협력과 연대’

손영옥 2024. 5. 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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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남김이 없이/국물을 떠먹어/버리고 싶었다. 바닥이 비스듬히 되어 있다."

작가 집단 라움콘의 이기언씨는 뇌출혈로 인해 신체장애인이 된 뒤 국그릇에 담긴 국물을 다 먹을 수 없었다.

국민일보 제1회 아르브뤼미술상 우수상을 받은 부산의 신경다양성(발달장애) 작가 신현채씨는 이번 전시에는 회화가 지체 장애 작가 신수항씨와 협업한 퍼포먼스 영상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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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여기 닿은 노래展
서울·광주·부산 13명 작가 참여
작가 집단 라움콘의 작품 전시 전경.


“하나도 남김이 없이/국물을 떠먹어/버리고 싶었다. 바닥이 비스듬히 되어 있다.”

작가 집단 라움콘의 이기언씨는 뇌출혈로 인해 신체장애인이 된 뒤 국그릇에 담긴 국물을 다 먹을 수 없었다. 편마비가 온몸으로는 국그릇을 완전히 기울일 수 없어서다. 그래서 바닥이 비스듬하게 된 국그릇을 라움콘 파트너 송지은씨와 협업해 만들었다. 전시장에는 이씨가 장애인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만든 수저, 의자, 책상, 장갑 등의 탄생 과정을 보여주는 드로잉과 글귀가 진열돼 있다.

이처럼 우리가 얼마나 비장애중심주의에 젖어 사는지 돌아보게 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이 하는 장애예술 전시 ‘여기 닿은 노래’가 그것이다.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의 아르코미술관이 지난해 개최했던 ‘무장애 국제예술 라운드 테이블’에 이은 것으로 장애·비장애가 함께 하는 포용적 예술의 실천적 의지를 담았다.

이번 전시는 서울과 광주·부산의 각 지역문화재단과 협력해서 만든 것으로 지역 작가와 단체 13명(팀)이 초청됐다. 신경다양성(발달장애) 작가뿐 아니라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여러 유형의 장애 작가와 비장애 작가를 아우른다.

청각장애가 있는 김은설 작가는 인공지능이 언어를 익히는 과정이 자신이 입 모양 등 데이터에 기반해 언어를 배우는 과정과 흡사하다고 보고 이를 영상으로 풀어냈다.

김채린 작가는 조각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만지고 안아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촉각적인 감상이 가능하도록 했다. 비장애인인 오로민경 작가 역시 관객이 전시장의 칼림바를 연주하면 이것과 연계된 주변의 사물들이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고 빛을 뿜어내면서 음악의 형태를 만들어내도록 했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한영현 작가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에게 쓴 손글씨 편지를 작품으로 내놓았다. 국민일보 제1회 아르브뤼미술상 우수상을 받은 부산의 신경다양성(발달장애) 작가 신현채씨는 이번 전시에는 회화가 지체 장애 작가 신수항씨와 협업한 퍼포먼스 영상으로 참여했다. 영상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 장애물을 넘는 등 협력과 연대의 가능성을 탐험한다. 6월 30일까지.

글·사진=손영옥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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