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권의 글로벌 포커스] 악재에도 식지 않는 트럼프 열기…바이든의 반전은 가능할까
미국 대통령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1892년 이후 132년 만에 전·현직 대통령이 재대결하는 ‘세기의 리턴매치’가 오는 11월 5일 예정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과 맞붙는 현직 대통령 조 바이든(81)이 좀처럼 대선 판세를 역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근소한 격차라지만 전국적 판세에서 바이든은 꽤 오랜 기간 트럼프에 뒤져있다. 특히 경합 주(swing state) 7곳 모두에서 대략 1~5% 포인트 차이로 밀리고 있다. 미국의 유력한 대선후보 지지도 추적 사이트들은 벌써 몇 달째 이런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이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
■
「 바이든 81세 고령이 최대 약점
경기호전 체감 안 돼 더욱 불리
트럼프 리스크 가능성 높아져
희망사고 대신 냉정한 대비를
」
특검 “바이든은 기억력 나쁜 노인”
먼저 고령 변수다. 부통령 시절 바이든이 기밀문서를 반출한 사건을 조사한 연방 특검 로버트 허는 지난 2월 공개된 조사보고서에서 ‘기억력 나쁜 노인’으로 바이든을 묘사했다. 그러자 81세 고령이라는 바이든의 최대 약점이 다시 한번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젊은 유권자들이 특히 바이든의 고령에 거부감을 보인다.
미국 남부 국경의 난맥상도 바이든의 지지율을 갉아먹는 골칫거리다.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이 2023 회계연도에 체포한 불법 이민자는 약 250만명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9~20 회계연도 2년간 불법 이민자(137만명)보다 약 110만명 이상 많은 규모다. 바이든의 미온적인 남부 국경 관리가 유권자의 불만을 자아내자 불안한 치안 문제를 불법 이민과 연결하는 트럼프 캠프의 선거전략이 먹혀들고 있다.
강경 노선 네타냐후도 바이든엔 악재
거시경제 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자동차 기름값과 집세 등이 바이든에게 악재다. 지갑이 가벼워진 유권자들이 지표상 호전된 경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도 요동치고 있어 당분간 경기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난민의 처참한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경 노선을 이어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바이든에겐 골칫거리다. ‘외교의 달인’이라는 바이든이 네타냐후에게 계속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여온 무슬림 유권자들은 지난 2월 경합 주인 미시간주 민주당 경선 당시 ‘바이든 버리기 캠페인’을 전개해 바이든 캠프를 긴장시켰다. 전국의 대학 캠퍼스에서 확산하는 학생들의 반이스라엘·친팔레스타인 반전 시위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당장 드러난 트럼프의 최대 약점은 사법 리스크다. 하지만 뉴욕 지방법원에서 지난달 겨우 재판이 시작된 회계부정 의혹 사건을 제외하면 대선 전에 도무지 현실화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의 ‘대통령 면책권’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2021년 1월 6일 발생한 의사당 점거 사태 관련 워싱턴 특별자치구 연방 지법 재판은 중지된 상태다.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아직은 바이든을 크게 도와주지 않고 있다.
중동전쟁 마무리되면 바이든에 유리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 호전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으로서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물론 대선이 6개월가량 남았으니 유권자들이 경기 호전을 체감할 시간은 아직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휴전이든 종전이든 평화롭게 해결되면 바이든 지지층이 돌아올 거라고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뉴욕지법 회계부정 사건 관련 재판 등에서 트럼프의 유죄가 확정되면 무당파 유권자나 공화당 지지자 중 일부가 ‘범죄자 트럼프’보다 바이든을 선택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지난달 NBC 뉴스는 군소 후보를 포함한 5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에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보도했다. 13%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무소속 후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바이든보다 트럼프 지지층을 더 많이 잠식할 것이라는 조사도 있다. 이렇듯 바이든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선 결과를 판가름할 경합 주에서 트럼프 우세가 장기간 지속하는 현상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트럼프 재등장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 한국에 다양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관계 격변 없을 것” 안심은 금물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제도화했기 때문에 트럼프가 컴백해도 양국 관계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2016년 대선 당시는 물론이고 트럼프 당선 직후에도 이런 희망적 사고가 있었다. 되새겨 봐야 할 점이다.
실제로 2017년 백악관 입성 이후 트럼프는 수많은 돌출 행동을 보였다. 파리기후협약과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을 협박했다. 푸틴 같은 ‘스트롱맨’에 대한 흠모의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국을 포함한 자유 진영이 총력을 기울여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왜 미국 납세자의 돈을 투입해야 하느냐고 비판한다.
트럼프는 2017년 취임하자마자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을 요구했다. 지난 4월 타임(Time)지 인터뷰에서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하는 발언들을 그때그때 일일이 해석하기보다는 퍼즐 조각들을 잘 조합할 필요가 있다.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는 일이 당면 과제다. 이를 트럼프의 과거 행적과 비교·분석하면서 그의 재집권이 몰고 올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6년과는 또 다른 환경에서 예기치 못한 트럼프발 변화가 초래할 충격은 철저한 준비로만 최소화할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세 딸 하버드 보낸 주부, 집안일 안해도 이건 꼭 했다 | 중앙일보
- "실습때 XX짓…사람 취급 못받아" 여친 살해 의대생 신상 털렸다 | 중앙일보
- 아빤 6년 만에 고독사했다, 엄마 이혼시킨 두 딸의 고백 | 중앙일보
- 이순재 "대사 못 외우면 은퇴해야"…눈시울 붉힌 배우들 기립박수 | 중앙일보
- 한예슬 "공식 유부녀" 깜짝 고백…10세 연하 남친과 혼인 신고 | 중앙일보
- "지진 나면 다 죽을 듯"…신축 아파트 '역대급 하자' 충격 | 중앙일보
- '155㎝ 26㎏' 뼈 앙상한데…"쾌감에 빠졌다" 10대 소녀, 무슨일 | 중앙일보
- "사장님이 더 맛있을 듯" "바로 키스 갈길게요" 성희롱 리뷰 충격 | 중앙일보
- 강남역 인근 옥상서 여친 살해…수능 만점 의대생이 범인이었다 | 중앙일보
- 하루 매출 400배 껑충…日서 '반일 문구' 음료로 대박난 中회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