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하는 ‘학구파 투수’ 하트…“공룡팬의 심장 뛰게 할게요”

고봉준 2024. 5. 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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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하트. [사진 NC 다이노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지난해 20승을 달성한 에이스 에릭 페디(31·미국)를 앞세워 4위에 올랐다. 그러나 NC와 페디의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페디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하면서 NC를 떠났다.

NC는 올 시즌을 앞두고 20승 에이스를 대체할 투수로 좌완 카일 하트(32·미국)를 영입했다. 페디와 비교해 메이저리그 경력은 떨어지지만, 구위와 제구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리고 그를 스카우트했다.

하트의 주 무기는 1m96㎝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강속구다. 올 시즌 7경기에 나와 3승 1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 중이다. 아직 많은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NC는 하트가 등판한 7게임에서 5승을 거두면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NC와 KT 위즈의 맞대결이 비로 취소된 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하트를 만나 KBO리그에 진출한 소감을 들어봤다. 하트는 “미국에서 뛸 때부터 KBO리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2020년 NC의 통합우승 멤버였던 마이크 라이트를 비롯해 여러 동료로부터 ‘한국은 선수가 뛰기 정말 좋은 나라다. 야구 환경과 수준이 뛰어나고, 무엇보다도 팬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특히 NC는 젊은 유망주들이 많다고 들었다. 실제로 와보니 이준호와 이용준·한재승 등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더라. 또, 이용찬과 이재학처럼 중심을 잡아주는 베테랑 투수들이 있어 마운드도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 3월 선발 투수로 출전한 두산과의 개막전 경기 도중 덕아웃에서 상대 타자들의 습관 등을 꼼꼼히 적고 있는 카일 하트. [사진 KBSN스포츠 캡처]

2016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명(19라운드)을 받은 하트는 빅리그 경력이 풍부하지는 않다. 2020년 4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15.55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NC는 그가 마이너리그에서 선발투수로만 119경기를 소화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시속 140㎞대 후반의 직구와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도 그의 장점이다.

직구만큼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하트는 “미국에서 뛸 때 직구 스피드가 전체 투수들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변화구를 많이 구사하면서 경기를 풀어갔다. 한국 무대에서 내 구위를 시험 중인데 직구가 통한다면 빠른 공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하트는 올 시즌 시범경기 때부터 독특한 습관으로 화제를 모았다. 등판하는 날마다 경기 도중 벤치에서 수첩에 뭔가를 적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도 바쁜 이닝 중간에도 필기를 빼놓지 않는다. 하트는 “최근 생긴 습관이다.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쉬는 시간에 틈틈이 수첩에 메모를 한다”면서 “내 투구를 복기하고, 상대 타자의 반응도 적어 넣는다. 아직 KBO리그 타자들의 정보가 많지 않아서 가능하면 꼼꼼하게 적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하트는 지난해 NC에서 맹활약한 페디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페디가 MVP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부담감보다는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미국에선 ‘압박감은 네가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라는 말이 있다. 부담감은 접어두고 내 공을 믿고, 힘차게 던지겠다. NC를 이끌고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게 목표”고 말했다.

하트의 영어 이름은 심장과 마음, 사랑을 뜻하는 ‘Heart’가 아닌 ‘Hart’다. 그러나 발음이 비슷해 어릴 적부터 심장과 관련한 별명이 무척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리며 “NC 팬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 NC 카일 하트

「 올해 성적 7경기 3승 1패, 평균자책점 3.48
생년월일 1992년 11월 23일
신장·체중 1m96㎝·90㎏
포지션(투타) 투수(좌투좌타) 출신교 인디아나대
프로 입단 2016년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19라운드(보스턴)
주요 구종 직구,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수원=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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