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넘어…조용히 오르는 ‘옆반포’ 흑석동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5.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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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주택 즐비…언제였던가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에서는 최근 한강 조망이 가능한 전용 84㎡가 잠실 아파트보다 비싼 26억원에 실거래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윤관식 기자)
서울 동작구 흑석동 랜드마크 아파트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가 역대 최고 가격인 26억원에 매매된 사례가 나왔다. 흑석동에서도 한강 조망 가능한, 신축 단지기는 하지만 전통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대장주인 잠실동 구축 매매 가격을 앞섰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는 지난 3월 15일 26억원(17층)에 매매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9월 거래된 이후 약 8개월 만에 3억원 넘게 올랐다. 종전 최고가인 2022년 2월 실거래가(25억4000만원)보다도 6000만원 뛰었다.

아크로리버하임은 흑석뉴타운7구역 재개발 사업(이하 흑석7구역)을 통해 2019년 12월 입주한 신축 단지다. 아직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기 전이었던 2016년, 최초 공급 당시 평균 89 대 1 경쟁률 끝에 당첨자를 가렸다. 아크로리버하임은 지하철 9호선 흑석역이 단지 바로 앞에 위치한 데다 한강과도 맞붙어 있어 일부 가구는 조망이 좋다.

이런 장점 덕분에 최초 공급 당시 전용 84㎡ 기준 7억8000만원에 일반분양된 아크로리버하임 시세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20년에는 비강남권 아파트 중 처음(고급 주상복합 제외)으로 전용 84㎡ 가격이 20억원을 돌파했고, 최근 거래에서 더 올라 분양가의 3배 수준으로 시세가 올랐다.

물론 같은 단지 내에서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와 아닌 아파트 간 시세 차이는 크다. 한강이 잘 보일수록, 고층부일수록 아파트값이 훨씬 비싸다. 이번에 거래된 아파트는 거실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전용 84㎡ C타입 아파트다. 같은 달 같은 평형의 2층 아파트 2채는 19억2000만~19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현재도 저층의 경우 20억원 미만에 매물이 나와 있지만 고층 매물 호가는 25억원 수준이다.

한강 조망 덕을 봤다고 하지만 이번 아크로리버하임 실거래가는 송파구 잠실동 대장주인 이른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매매 가격을 앞서면서 주목받았다. 잠실 엘리트의 경우 교통·교육 등 생활편의시설이 강점이다.

잠실동 ‘엘스’ 전용 84㎡는 지난 3월 23억4000만원(21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지난해 12월 24억6000만원(22층)에도 거래된 적은 있지만 이후 시세가 다소 빠졌고, 안 빠졌다 해도 흑석동 대장주 아파트보단 여전히 낮은 가격이다. 리센츠 전용 84㎡A는 올 4월 5채가 연달아 23억5000만~24억5000만원에 사고팔렸다. 지난 3월 실거래가보다 소폭 조정된 아크로리버하임의 현재 호가와 비교해 2억~3억원까지 차이 난다. 엘리트가 항상 앞서다 이번에 처음 순위가 뒤바뀌었다.

착착 완성돼가는 흑석뉴타운

강남·여의도 출퇴근 쉬운 입지

저층 노후 주택이 즐비한 곳이라던 그간의 흑석동 이미지는 아크로리버하임을 필두로 고층 신축 아파트값이 연일 오르면서 180도 바뀌었다. 재개발을 진행 중이던 구역 역시 사업 기대감이 높아졌다.

흑석뉴타운은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10구역을 빼면 총 10개 구역(1~11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2011~2012년 ‘흑석한강푸르지오(4구역)’ ‘흑석한강센트레빌1차(5구역)’ ‘흑석한강센트레빌2차(6구역)’가 입주를 마쳤고, 아크로리버하임(7구역)과 롯데캐슬에듀포레(8구역)는 비교적 최근인 2018년 11월~2019년 12월 집들이를 시작했다. 가장 최근 입주한 아파트는 2023년 2월 입주한 ‘흑석자이(3구역)’다.

나머지 4개 구역에서도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 ‘1호 공공재개발’인 흑석2구역의 경우 4만5229㎡ 규모 노후화된 주거지를 신축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런 식으로 남은 구역들이 재개발 사업을 모두 마치고 나면 흑석뉴타운은 1만여가구 미니 신도시급으로 탈바꿈된다.

흑석9구역은 최근 재개발 계획안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흑석9구역에는 지하 7층~지상 25층 규모 아파트 1540가구(공공 267가구 포함)와 부대복리시설이 들어선다.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았으며 단지명은 ‘디에이치켄트로나인’이 될 예정이다. 중앙대와 중앙대병원 동쪽으로 ‘흑석자이’와 맞붙어 있는 입지다. 흑석동에서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것과 더불어 흑석역도 가깝다.

9구역의 경우 2021년부터 스카이브리지를 설계에 포함하는 안을 추진해왔지만 올 4월 초 서울시가 ‘스카이브리지 삭제’ ‘수영장 설치 재검토’ 등을 조건으로 건축심의를 조건부 의결하면서 실망감이 조금 커졌다. 스카이브리지를 계획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건축심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조합이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심사다.

흑석뉴타운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11구역 조합은 한국토지신탁이 맡아 신탁 방식으로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2년 말부터 개시한 이주를 최근 마치고 철거 단계에 들어서며 연내 착공을 눈앞에 뒀다.

흑석11구역에는 지하 5층~지상 16층 25개동, 1500가구 이상 대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한강 조망권을 갖추고 있으며 서울 지하철 4호선 동작역·9호선 흑석역이 모두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철거를 진행하는 동안 완화된 법규를 적용해 가구 수를 1522가구로 늘리는 사업시행변경인가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이 흑석뉴타운 최초로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을 제안한 만큼 조합원 기대가 크다. 최근 단지명이 서반포써밋더힐로 정해졌다는 소문이 돌며 한때 부동산 시장이 떠들썩했다. 동작구 흑석동에 들어설 재개발 아파트 이름에 서초구 행정구역명인 ‘서반포’가 포함된 게 맞냐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것. 아파트 단지명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입지를 홍보할 때 ‘서반포에 위치한 준강남권 아파트’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정식 명칭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흑석11구역 아파트는 올해 분양 계획이 없는 만큼 단지명은 내년이나 내후년에 결정될 것이라는 게 정비업계 전망이다.

단지 이름이 확정됐느냐 아니냐를 떠나 ‘서반포’ 포함 여부가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배경은 그만큼 흑석동 입지가 좋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동작구지만 강남, 여의도로 접근이 용이하다. 올림픽대로를 통해 강변북로, 경부고속도로 등 교통망을 이용하기 좋다. 중앙대를 비롯해 흑석초, 중앙사대부속초 등이 있고 버스로 3~4정거장이면 노량진 학원가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초구와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강남 생활권이고, 여의도로도 편리하게 출퇴근 가능하며, 종합병원과 대학교가 있어 생활 환경도 우수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흑석11구역에서는 권리가액이 3억8000만원이고 전용 74㎡를 배정받는 조합원 입주권이 12억원(초기 투자금)에 매물로 나온 바 있다. 전용 74㎡ 조합원 분양가가 8억6150만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이 입주권을 매매한 사람은 초기 투자금 12억원에 약 4억8000만원가량을 추가로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총 투자금 약 16억8000만원에 전용 84㎡ 아파트를 배정받는 셈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8호 (2024.05.08~2024.05.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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