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항문에 위생패드 넣은 간병인…항소했다 형량 더 늘어

징역 3년 6개월→징역 5년
“엽기적 학대…비난 가능성 커”

뇌병변 환자의 변 처리를 쉽게 하려고 항문에 위생 패드 조각을 집어넣은 60대 간병인이 1심 판결이 무겁다고 항소했으나, 오히려 더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항소2-3부(재판장 신순영)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간병인 A씨(69)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혼자 움직이거나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해 비인간적이고 엽기적인 방법으로 학대했다”며 “죄질이 매우 나쁜 데다 간병인 팀장이던 그의 지위를 고려하면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는 장폐색 등으로 인해 심한 합병증도 생길 수 있어 매우 위험했다”며 “피해자와 가족들이 말할 수 없는 충격과 고통을 겪은 점 등을 고려하면 1심 판결은 가벼워 부당하다”고 형량 상향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요양병원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병원장 B씨(57)에 대해서도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4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병원장인 B씨는 주의·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A씨의 1차 범행이 대체 간병인 등에 의해 발각됐는데도 피고인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추가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A씨와 B씨에게 선고한 형량은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수준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1심 결심 공판 때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4년과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4∼5월 인천시 남동구 요양병원에서 뇌병변 환자 C씨(65)의 항문에 위생 패드 10장을 여러 차례 집어넣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침대에 까는 위생 패드를 가로·세로 20㎝ 크기의 사각형 모양으로 잘라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이로 인해 항문 열창과 배변 장애를 앓게 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뒤늦게 그의 몸속에서 매트 조각을 발견한 가족들이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C씨가 묽은 변을 눠 기저귀를 자주 갈아야 했다”며 “변 처리를 쉽게 하려고 패드 조각을 항문에 넣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황민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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