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햄릿'에 어벤저스급 제작진 뭉쳤다…"고전 매력 살리되 현대적 감각 입힐 것"

홍지유 2024. 5. 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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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넘나들 수 있는 건 예술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그 유한함을 극복하는 것이 인간의 과제입니다. 연극을 통해서 이런 철학적 사유를 펼쳐 보이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손진책)

7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에서 손진책 연출이 극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시컴퍼니(대표 박명성)가 만든 연극 '햄릿'(연출 손진책·극본 배삼식)이 2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7일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 연출은 "햄릿은 죽음으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나는 연극"이라며 "이번 햄릿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인물들이 죽은 채로 살아있는 사령(死靈)으로 그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에서 손진책 연출과 배우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무송, 박정자, 손숙 등 원로배우부터 아이돌그룹 출신 루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연합뉴스


이번 공연에는 연극계 원로인 전무송, 이호재, 박정자, 손숙, 남명렬부터 중견 배우 길용우, 김성녀, 전수경, 아이돌그룹 에프엑스 출신 루나까지 24명의 배우가 총출동한다. 최고령인 이호재·전무송은 83세, 최연소 루나는 31세다.

배우 루나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로 배우들이 조연을 맡는 지난 시즌 관례에 따라 이호재·전무송이 유령 역, 박정자와 손숙이 각각 배우 1·2를 맡았다. 정동환·길용우는 햄릿의 숙부인 클로디어스로, 김성녀·길해연은 햄릿의 어머니 거투르드로 관객을 맞는다. 아이돌 출신 루나(오필리어 역)는 이번이 첫 연극 도전이다.

2024년 연극 '햄릿'에서 햄릿 역을 맡은 배우 이승주. 연합뉴스

주인공 햄릿 역에는 강필석과 이승주가 발탁됐다. 이번 시즌 처음 햄릿 역을 맡은 이승주는 "햄릿은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역할"이라며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선생님들께 누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강필석의 햄릿 연기는 2022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그는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하는 느낌이 든다"며 "2022년에 너무 부담이 컸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지만 행복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덴마크 왕자 햄릿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는 이야기다. 초연(2016)·재연(2022)·삼연(2024)이 모두 손진책 연출의 손을 거쳤다. 손 연출은 2016년 당시 60대였던 유인촌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햄릿 역할로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무대에 선 배우 중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가 9명이었고, 배우들의 연기 경력 합은 422년이었다. 공연은 28회 전 회차 매진 기록을 썼다.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에서 손진책 연출이 극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통시성과 현대성을 모두 갖춘 극을 만들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손 연출은 "초연 때는 '햄릿'을 구하다 구하다 못하겠다 싶을 때 '60대 유인촌이 햄릿하면 왜 안돼'라는 생각을 했고, 시니어 배우들 위주로 9인이 하는 '햄릿'을 만들었다"며 "나름대로 재밌었던 작업이었다"고 회고했다.

재연과 삼연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국립극장 재연 당시에는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고, 이번에는 살아있는 채로 죽은, 죽은 채로 살아 있는 '사령'들의 연극으로 만들어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번 만들 때마다 셰익스피어가 천재적이라 굉장히 힘든데, 그만큼 재밌고 의미 있다. 모호한 지점은 배우들과 함께 헤치면서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우 손숙은 "햄릿 작업을 하면서 고전의 힘을 느꼈다"고 했다. 연합뉴스

배우들은 "매번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햄릿의 매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 시즌에 모두 참여한 배우 손숙은 "햄릿을 하면서 고전의 힘이 이렇게 크다는 걸 느꼈다"며 "세 차례 작업했지만 아직도 50% 정도만 이해한 것 같다. 무궁무진한 세계, 알수록 더 알고 싶은 세계"라고 했다. "햄릿은 한 청년이 아버지를 잃고 방황하다 죽음을 맞는 스토리라고 볼 수도 있고, 여기 나오는 모든 인간 군상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면서다.

루나는 "연극을 시작한 뒤 햄릿은 필수 과목 같은 작품이었다"며 "뮤지컬에서는 주로 밝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제 열정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공연은 다음 달 9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약 400년 전에 쓰인 '햄릿'이 지금까지 공연될 수 있는 이유는 인류가 영원히 고민해야 할 문제가 그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통시성은 그대로 가져오되 더 감각적이고 격조 있는 현대의 햄릿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연극 '햄릿'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음미해보시길 바랍니다."(손진책)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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