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상류 천막에서 밤 지새우며 '새의 노래'를 들었다

이경호 2024. 5. 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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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재가동 중단' 천막농성 8일차] 늦은 밤까지 울어대는 흰목물떼새

[글쓴이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지난 6일 밤 세종보 상류 천막 농성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세종보 담수 중단을 요구하며 편 천막이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 하루밤을 함께 지켜준 생명들에게 감사하다.

천막을 지키는 건 사람 아닌 생명

천막에서 반갑체 처음 맞아준 생명은 검은등할미새였다. 검은등할미새는 천막지붕에 날라와 앉아서 노래를 부르다 떠났다. 분명하 천막 주변에 번식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수문이 닫히면 문제가될 종은 물떼새류이다. 혈세낭비로 세종보가 담수되면 상류에 번식중인 물떼새는 이제 수장 될 일만 남았다. 대전환경연합등이 함께하는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29일 물떼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총 23쌍이 번식중인 것을 확인 했다. 잠재적으로 104쌍 이상이 번식을 준비할 것으로 추정했다.   

농성장 맞은편에도 흰목물떼새가 번식중이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종이다. 30일 처음 1개의 알이 확인된 이후 2~3일 간격으로 한 개씩 더 낳으면서 3개의 알이 되었다. 농성장은 흰목물떼새의 육아 일기를 써내려 가고 있다. 담수가 진행되면 이런 육아일기도 끝이다. 환경부는 스스로 지정한 멸종위기종을 죽이는 살생부서로 기록 될 것이다.
  
 알을 품고있는 흰목물떼새
ⓒ 김병기
 
농성장의 밤은 한누리대교의 차량소음이 비오는 날씨와 맞물려 더욱 크게 들렸다. 마치 천둥이라도 치는 듯한 굉음이 울리는 현장이었다. 흰목물떼새의 아이를 지키는 소리와 개구리 소리가 굉음 사이로 들려왔고 희망의 소리처럼 들렸다. 밤새 우는 흰목물떼새 소리가 자연에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자동차 이동에 따른 굉음을 견디며 아이를 지켜내는 생명들의 경의로움을 다시 실감했다. 이런 생명을 죽이는 일을 정부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진행 중인 것이다. 대규모 벌목과 담수는 생명들에게는 재앙이다. 사람에게는 이런 재앙을 만들 권리가 없다. 하루밤을 보내고 밤새 흰목물떼새가 울어 대던 이유를 확인했다.

천막농성장 앞에 새로운 둥지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써내려간 육아일기는 하중도에 자갈 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농성장과 접한 자갈밭 한 복판에 둥지를 만들었다. 여러번의 시도 끝에 나름 괜찮은 둥지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둥지에 곳 알을 낳을 준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중도에 번식한 흰목물떼새 한쌍과는 다른 개체로 생각된다. 앞으로 두쌍의 육아일기를 기록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해본다.

제비에게 좋은 먹이터
  
 새롭게 마련한 물떼새 둥지의 모습
ⓒ 이경호
아침이되자 많은 새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새벽 자갈밭을 찾아온 알락할미새, 검은등할미새, 깝짝도요가 분주하게 먹이를 먹었다. 제비떼가 물위를 비행하며 진흙을 나를 준비를 했다. 둥지를 지어 본격적으로 새끼를 키워 낼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제비에게 금강은 좋은 둥지 재료를 공급하는 공급처이자 먹이 터다. 
 
 금강을 비행하고 있는 제비 떼
ⓒ 이경호
 
농성장 옆으로 물총새가 앉아 물고기 사냥을 하고 떠난다. 자연은 그대로 자연인 것을 실감한다. 담수가 되는 순간 자연은 사라지고 말것을 알기에 마음이 다시 무거워 진다. 한 밤을 지새고 나니 현장은 사람이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생명이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막주변에 날라온 물총새
ⓒ 이경호
  
천막농성장에는 세종시에서 보내온 계고장 받았다. 지난 20년간 환경활동가로 살아오면서 하천 변에 장박하는 수많은 텐트를 눈으로 매년 목격했다. 하천의 오염원이 된다며 철거를 요구했다. 빠른 행정처리에 헛웃음이 나왔다. 
  
 천막농성장의 모습
ⓒ 이경호
 
사실 절차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의체를 부활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농성장을 정부는 대화와 소통의 길을 열어주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죽음의 강이었던 금강이 다시 생명의 강이 된 것을 알려주는 생명의 소리를 지키기 위해 밤을 세워가며 천막을 지켰다. 하룻밤이 아니라 앞으로 여러 날을 지켜낼 것이다. 정부가 다시 대화와 협치의 길로 들어서지 않는다면 한 치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천막을 지키는 생명과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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