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갬성 말고 C급!’···MZ세대 취향 저격, 이게 된다고?
“대세 문화된 팝업, 크리스천 브랜드도 경쟁력 충분”
“꽝 없는 룰렛 이벤트!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얻어 갈 수 있는 기회. 지금 도전하세요!”
청년 다니엘기도회가 열린 지난달 말, 서울 오륜교회(주경훈 목사) 1층 로비엔 덥수룩한 수염과 가발을 착용하고 선글라스를 쓴 채 예수님 코스프레에 나선 청년이 흥겹게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판에 박힌 상품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이벤트 돌림판엔 ‘예배시간에 졸지말자 사탕’ ‘자면 안대(안돼)’ ‘민 대표(사장님) 친필사인(재테크용, 5년 뒤 떡상 예정)’ 등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내용이 적혔다. ‘B급 병맛을 넘어선 C(Christian)급 영맛 브랜드’라는 슬로건을 내건 갓츄(대표 민영예)의 팝업스토어 모습이다.
현장엔 집회 시작 2시간여 전부터 청년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공간을 가득 채운 팝업스토어에선 톡톡 튀는 디자인과 매력으로 복음을 뽐내는 ‘굿즈’들이 눈길을 끌었다. ‘주여 삼창(LORD LORD LORD)’ 핸드폰 케이스, 영화 속 ‘레옹’ 캐릭터를 입힌 예수님 일러스트 열쇠고리와 스티커, ‘회개에도 때가 있다(전 3:1)’를 새겨 넣은 때 타월 등 유쾌하면서도 직관적으로 복음이 담긴 상품들이다.
이유진 낫 마인 대표는 “천연 원석에 ‘DAVID’란 문자를 새겨 만든 휴대폰 ‘그립톡’ 제품(사진)이 베스트셀러 중 하나”라며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다윗의 물맷돌을 떠올리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몇 년 사이 MZ세대 문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가 바로 ‘팝업’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재미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펀슈머(fun+consumer)’ 트렌드가 확장을 거듭하면서 제품의 스토리와 브랜드의 세계관을 극대화한 팝업스토어가 MZ세대의 놀이 문화로 정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짧은 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을 뜻하는 팝업스토어는 불과 몇 년 사이 시장 판도를 뒤집어 놨다. 과거엔 ‘목 좋고 임대료 높은 고정 매장’이란 허들을 넘기 부담스러운 신생 브랜드가 낮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도구였다면, 지금은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앞다퉈 개성 넘치는 팝업스토어를 기획한다.
열광적인 반응 덕분에 서울 성수동 거리, 여의도 더현대서울 등 MZ세대에게 팝업스토어 성지로 자리매김한 곳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줄이 일상화됐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선 신규 팝업스토어 오픈 소식만 따로 전하는 콘텐츠가 높은 인기를 얻는다.
80여개의 크리스천 굿즈 브랜드를 유통하고 있는 박종우 로아(LOA) 대표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팝업스토어의 열풍은 ‘희소성과 한정성’ ‘독특한 경험 소비’ ‘SNS를 통한 연결성’이 결합하면서 MZ세대의 관심과 발길을 끌어 모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은 가장 진솔한 가치를 소비하는 것의 연속”이라며 “진리를 묵상하며 재치있게 표현해 낸 크리스천 굿즈가 종교를 뛰어넘은 하나의 장르로서 지속적인 관심을 일으킬 수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국교회 안에 ‘굿즈 시장’이 없던 것은 아니다. 유하은 에브리데이 크리스마스 대표는 “과거엔 부흥회 때 쓰는 전도용품이나 수련회 기념품 정도로만 인식됐지만, 복음에 재미있고 현대적인 옷을 입혀보려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굿즈를 선보이면서 조금씩 인식이 바뀌어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전히 성경 구절, 예수님 그림 등이 “예스럽지 않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재미와 의미를 더한 굿즈를 통해 “예수로운 것이 힙한 것”이라고 보여주는 브랜드들은 크리스천 MZ세대에게 대중적인 팝업스토어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댓글이나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통해 솔직한 경험을 나누며 활발하게 소통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반갑다. 이원석 아르예 스튜디오 대표는 “예수님 캐릭터가 그려진 휴대폰 케이스 구매자 중에 ‘통화할 때, 운전할 때 등 가장 일상적인 순간에 예수님께서 친근한 모습으로 나와 함께 하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는 댓글을 달아준 분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복음을 모르는 이들에게도 부담 없이 선물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 땐 처음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꿨던 꿈을 이뤄가고 있다는 감사함이 든다”고 덧붙였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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