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끼니 걱정'에서 출발, 커뮤니티 케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월요노인밥상
[김일웅 기자]
어린이날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6일, 오전 11시가 다가오면서 강북구 수유1동에 위치한 '빨래골마을사랑방 수다'에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 월요노인밥상에 참여한 어르신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모습 |
ⓒ 월요노인밥상 |
어르신들께 달아드린 카네이션은 월요노인밥상을 함께 준비하는 수유1동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공간들에서 직접 제작한 것이다. 빨래골 청소년공간 모락과 수유1동 우리동네키움센터를 이용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손을 보태 더욱 뜻깊게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매주 월요일에 진행하는 월요노인밥상의 시작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월요노인밥상을 함께 준비하는 두루두루배움터 우성구 대표는 당시 갑작스런 코로나19로 사회적 연결망이 끊어지는 것을 우려해 수유일공원에 모인 어르신들과 한방차를 나누며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경로당 이용과 식사 제공이 제한되는 바람에 점심식사를 챙기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우성구 대표는 '어르신들이 끼니를 거르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평소 동네에서 마주치는 단체 및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고민했다.
이에 공감하는 5,6개 단체가 뜻을 모아 시작한 것이 월요노인밥상이다. 수유일공원에서 시작된 월요노인밥상은 중간에 코로나19가 더욱 심해지면서 떡과 두유 등 먹거리를 나누는 방식으로 잠시 전환되기도 했지만 어느새 205회차에 이르기까지 4년째 지속되고 있다.
▲ <빨래골마을사랑방 수다> 식당에서 205회 월요노인밥상이 진행 중인 모습 |
ⓒ 김일웅 |
널찍한 조리 공간을 갖춘 수다 식당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배식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마을극장 공간을 이용해 매달 첫 째주 월요일에는 노인밥상 참여자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추억의 영화상영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지난 4월부터는 역시 첫 째주 월요일에 수다 3층에 입주한 마을공동체미디어 강북FM이 식사 전에 밥상 라디오를 진행하며 어르신들의 흥을 돋구고 있다.
또한 매달 한 번,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자율적으로 준비한 선물로 해당 월에 생일을 맞은 어르신들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는 생일잔치 프로그램도 진행되는 등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서 지역 어르신들이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참여하는 어르신들도 월요일 점심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친구들의 안부도 확인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는 후문이다.
이외에도 월요노인밥상 진행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두루두루배움터 주최로 설날과 추석 등 연 4회에 걸쳐 노인 윷놀이·전통놀이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해 12월에는 영화 상영회 및 관악 할무이연극 공연, 노래자랑 등으로 구성된 수유리 노인문화제를 진행하는 등 어르신들이 지역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프로그램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끼니 걱정에서 출발해 어르신들의 교류와 문화·여가를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점차 진화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이러한 모든 과정이 동 단위 작은 지역의 단체와 주민들의 힘으로, 행정의 지원 없이 주민들의 참여와 후원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케어의 작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월요노인밥상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정의당 강북구 지역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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