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지만 비굴하지 않게 사는 법, 들어보세요

김은미 2024. 5. 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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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정 작가의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를 읽고

[김은미 기자]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써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정문정 작가가 산문집 <더 좋은 곳으로 가자>에 이어 또 한 권의 새로운 책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로 돌아왔다.

작가의 첫 책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전국 모든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고, 출간 5년 만에 50만 부 이상이 팔린 의심할 여지 없는 베스트셀러다.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는 그 책의 실전편이라고 하니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무례한 사람을 수도 없이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럴 때 감정의 동요 없이 세련된 방식으로, "선 밟으셨습니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가이드가 되어 주리라는 기대로 책을 펼쳤다. 자신의 기분을 정확히 전달하면서 할 말은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어떤 연습들을 해야 할지 궁금했다.
▲ 책표지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 문학동네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말을 부드럽게, 글은 선명하게'라는 주제로 오해와 왜곡 없이 생각과 진심을 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2부에서는 '공감은 영업인처럼, 설득은 과학자처럼'이라는 주제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분노는 우아하게, 거절은 단호하게'라는 주제로 최악의 상황에서도 품위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귀띔해 주고 있다.

말은 감성의 영역, 글은 이성의 영역

1부에서 다루고 있는 말과 글의 차이가 매우 인상적이다. 글을 잘 쓴다고 무조건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어떤 작가님의 강연회를 보고서 '이 작가님은 앞으로 강연은 하지 마시고 글만 쓰셨으면 좋겠다'라는 개인적 바람을 가졌던 적도 있다. 말과 글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매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말은 즉시성과 현장성이 있어 폭발적인 에너지가 발생하지만 금세 휘발됩니다. 반면 글로는 말이 닿지 못하는 심도 있는 논리를 차분히 세울 수 있죠.(21쪽)'라고 명확하게 차이점을 설명한다. 또한 말하기는 공감과 배려가 최우선이지만, 글쓰기는 얼마나 논리정연하고 정돈된 문장으로 쓰였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직장동료와의 관계에서 자주 범하는 오류이기도 하다. 복합적인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동료에게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려고 하다가 감정이 포함된 뾰족한 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아차' 하고 수습하기에는 늦었다. 이미 동료의 표정에서는 불쾌감이 스친다.

반면에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읽는 이가 이해하기 쉽게 쓴다는 이유로 주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길고 장황한 글을 쓰는 경우도 있다. '말은 부드럽게, 글은 선명하게'라는 원칙만 지킨다면 좀 더 세련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말은 좀 더 감성의 영역에 가깝고, 글은 이성의 영역에 가까운 듯하기도 해요.(28쪽)

연결되기 바라는 간절함

관계를 지속하는 데 있어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정확한 지식과 정보 전달에만 주력한다면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내 방식대로 판단하고 결론냄으로써 결국 사람을 잃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작가는 '표현을 잘한다는 건 그저 똑똑해 보이는 사람이 듣는 평가가 아닙니다. 속마음을 마치 들여다보듯이 말해주는 사람에게 우리는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86쪽)라는 말로 공감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는 네 마음을 알아"가 아니라 "네 마음이 어떤지 궁금해"라고 진정한 관심을 보여주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작가의 생각에 동의한다. 처한 상황은 비슷하더라도 개별적인 경험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조금 투박하게 표현하더라도 진심은 전달될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을 읽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군더더기 없이 화려하고 완벽한 문체이지만 감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있고, 소박하고 단순한 문장이지만 눈물을 쏟아내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의 핵심 역시 '진심'의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닐까.
위로의 핵심은 디테일한 표현력에 있는 게 아닙니다. 비루한 표현이라도 쌓이고 쌓여 언젠가 연결되길 바라는 간절함에 있습니다. 어떻게 조언하느냐보다 얼마나 집중해서 들어주느냐가 중요하고요. (124쪽)

최악의 상황에서 품위를 유지하는 법

무례하게 말하고 매너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도모해야 하는 상황에서 끝까지 품위를 유지기란 결코 쉽지 않다. 잘못된 일에 대해 제대로 해명을 요구하지 못하고, 올바른 사과를 받아내지도 못한 채 속으로만 삭이다 속병이 들었다는 사람 얘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위 말하는 '화병'이 그것이다. 또한 거절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거절할 용기가 없어서 피폐해진 정신 상태로 몇 날 며칠 고민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거절'은 다만 행위에 대한 거절일 뿐인데 상대방(사람)에 대한 거부인 것처럼 받아들여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거절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명확히 거절 의사를 밝히고, 거절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는 사람과 상황을 분리함으로써 상처받지 않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 수 있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라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어른으로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일은 마음 관리와 언어 관리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둘은 긴밀히 연관되어 있어서 언어를 잘 다룰 수 있다면 마음도 잘 다룰 수 있습니다.(228쪽)

<다정하지만 만만하지는 않습니다>는 부드럽지만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 상대방과 나의 존엄을 지키면서 품위 있는 언어로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는 교양 있는 어른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시끄러운 세상에서도 '다정함'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믿게 해주는 힘 있는 책이다.

많은 독자들이 친절함을 기본으로 하되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삶을 지향하는 현실적인 조언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일과 관계에서 성장을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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