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찬양송’ 틱톡서 밈 유행… “프로파간다 우려”

최예슬 2024. 5. 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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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체제 선전용 노래 유행 우려스럽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제선전용 노래 영상. BBC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찬양하는 독재 체제 선전 노래가 2주 전 발표된 후 Z세대들이 사용하는 소셜 플랫폼 틱톡을 타고 대유행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프로파간다 노래의 유행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을 찬양하는 이 곡은 ‘노래하자, 김정은. 위대하신 영도자 찬양하자, 김정은….’이라며 독재자 찬양으로 시작한다. 노래와 함께 영상에는 아이를 끌어안고 활짝 웃는 김 위원장, 여학생들에 둘러싸여 찬양받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차례로 나온다.

이어 군인과 남학생, 초등학생과 어머니들, 직장인, 공사 현장 인부들, 여공들, 길거리를 다니는 시민들, 버스 승무원, 의료진, 축구팀 등이 일제히 김 위원장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는 모습이 계속된다. ‘자애로운 아버지’라는 모습을 의식적으로 강조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제선전용 노래 영상. BBC 캡처

전형적인 독재자 선전용 노래지만 틱톡커들은 스웨덴 유명 밴드 아바(ABBA)와 올드 유러피언 팝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멜로디, 중독성 있는 비트에 열광했다. 심지어 ‘밈’(짧은 영상)으로 재생산되기도 했다.

한 틱톡커는 이 노래에 대해 “테일러 스위프트의 새 앨범을 날려버릴 정도”라는 농담을 했다. “이 노래는 그래미상을 받아야 한다” “엄청나다” 등 열광적인 댓글도 달렸다.

하지만 BBC는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통해 체제 선전용 노래의 유행에 대해 경고했다. BBC는 “대부분의 사람은 ‘미국을 철저히 섬멸하겠다’고 맹세하면서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이 남성을 칭찬하는 한국어 가사를 의식하지 않고 있다”며 “틱톡커들은 심지어 이 곡이 정말 좋은 곡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제선전용 노래 영상. BBC 캡처

이어 “(이 곡은) 통통 튀는 밝은 템포에다 위험할 정도로 귀에 쏙쏙 박힌다. 서양 팝 히트곡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곡조 또한 의도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쉽게 부를 수 있는 음역대에 머물러 있었다.

북한 체제 선전용 노래를 따라 부르며 지휘하는 시늉을 하는 외국인. 영어로 '독재정권이 모든 돈을 너무 좋은 히트곡을 만드는 데 쏟아부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틱톡 캡처

북한 음악을 연구하는 케임브리지대 학자 알렉산드라 레온지니는 “북한의 모든 예술적 산출물은 시민들이 계급 교육에 봉사해야 하며 왜 그들이 당에 대한 감사, 충성심을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교육한다”며 “모든 작품이 그들의 사상적 씨앗이 되고, 예술을 통해 이러한 메시지가 전파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체제 선전과 안정을 위해 음악을 강력한 도구로 사용해 왔다. 탈북자들은 북한 주민들이 매일 아침 마을 광장에서 울리는 선전용 노래에 눈을 뜬다고 전언했다. 노래에는 반드시 체제와 관련한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틱톡 밈 영상. 틱톡 캡처

최근 유행 중인 김정은 찬양곡에는 그의 부친과 조부인 ‘김정일, 김일성 지우기’가 내포돼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노래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위대한 아버지’는 원래 그의 조부 김일성을 지칭하던 단어였다. 그동안 김 위원장에게 달린 수식어는 ‘위대한 후계자’였는데 이를 교묘히 바꾸는 작업에 나선 것이다.

‘우리 아버지 김일성’ 역시 ‘우리 아버지 김정은’으로 바뀌고 있다. BBC는 “이것은 지도자로서 김 위원장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봤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미국과 한국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과 위협적인 군사 행동을 이어왔다.

북한 체제 선전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틱톡커. 틱톡 캡처

한국을 ‘제1적대국’으로 명명하며 “남한과의 통일을 더 이상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통일에 대한 희망을 상징하는 ‘조국 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했다.

레온지니는 “북한에서 노래는 신문과 거의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틱톡 사용자들은 그저 음악을 즐기는 모양새다. BBC는 “출근길, 헬스장에서, 숙제하는 동안에도 이 노래를 듣는 것을 멈출 수 없다는 이들이 있다”면서 “이들은 북한의 노래가 스페인과 프랑스, 동유럽 스타일의 올드송을 연상시킨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 영국 틱톡커는 북한의 선전 노래를 이용한 여러 밈 비디오를 만들었다. 그가 “트렌디한 커피숍에서는 아무도 내가 지금 북한의 선전 음악을 듣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밝힌 코멘트에는 40만개 이상의 ‘좋아요’가 달렸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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