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 우려될 정도로 증가세… 하루라도 젊을 때 낳아야"

전종보 기자 2024. 5.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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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조산 치료 명의’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

임신과 출산은 부모와 뱃속 아기가 한 팀이 돼 40주를 완주하는 긴 마라톤과 같다. 마라톤 경기가 그렇듯, 임신 중에도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곤 한다. 아기가 37주 이전에 태어나는 ‘조산’도 그 중 하나다. 임신과 마라톤의 차이라면, 임신은 사람마다 결승점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불가피하게 40주를 채우지 못했다고 해서 결승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조금 일찍 마라톤을 끝냈을 뿐이다. 잘 치료 받으면 남은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조산아를 낳게 된 부모가 죄책감이 아닌 의지와 희망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를 만나 조산 원인과 예방, 치료에 대해 들었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 / 삼성서울병원 제공
-의학적으로 ‘조산’은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37주 이전에 아기가 태어나는 게 조산이다. 정의상으론 그렇지만, 34주가 넘으면 크게 걱정되는 조산은 아니다. 34~37주 조산은 늦은 조산이고, 34주 이전을 이른 조산이라고 본다.

-국내 조산율(출생아 중 조산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인가?
우리나라는 우려될 정도로 조산이 매우 증가하고 있는 나라다. 2011년 6%에서 2021년 9.2%로 1.5배 늘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조산이 급증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일본은 2016년과 2019년 5.6%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조산율을 유지했다. 호주도 2010년 8.3%에서 2020년 8.7%로 비슷한 수준이며, 미국은 2019년 10.23%에서 2020년 10.09%로 감소했다. 고령화와 관련될 수 있으나, 고령화 때문이라고만 볼 순 없다. 쌍둥이 임신이 많아져서 그렇다.

-쌍둥이가 많아져서 조산이 늘었다는 말인가?
우리나라의 다태아 구성비는 2000년 1.69%에서 2021년 5.4%로 급증했다. 해외에 비해서는 매우 높은 수치다. 일본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이야기하면 깜짝 놀랄 정도다. 쌍둥이의 50~60%가 조산이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의학적 사실임에도 부모들은 쌍둥이에 대해 매우 쉽게 생각한다. TV에 만삭으로 쌍둥이를 낳은 연예인들이 나와서 괜찮은 것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쌍둥이인데 23주에 조산해서 두 아기 모두 뇌성마비나 발달장애가 생긴 경우는 TV에 나오지 않는다. 이 같은 실제 통계와 의학적 사실은 모른 채 나이가 들어 시험관 시술을 받으면,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개수의 배아를 이식한다. 너무 쉽게 쌍둥이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부모가 많은데?
나이가 들어 마음이 급해지다보니 몇 개월 임신을 시도해보고 안 되면 난임인가 싶어 시험관 시술을 받는다. 처음에는 단일 배아 이식으로 시작했다가 안 되면 순차적으로 이식 배아 수를 늘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처음부터 바로 2개 이상 배아를 이식한다. 시험관 시술을 하는 병원에서는 이에 따른 다태 임신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분만이 아닌 임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게 최우선 목표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게 임신율을 높여서 다태 임신이 많아지면, 결국 분만병원에 와서 50~60%가 조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 정확한 정보가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

-조산의 원인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다. 비중으로 보면 약 50%는 조기 진통, 30%는 조기 양막 파수다. 나머지 20%는 임신중독증, 자궁 내 태아 발육지연 등이다. 이런 요인들이 있으면 임신을 오래 끌고 갈 수 없다. 태아와 산모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 진통의 20~30%, 조기 양막 파수의 30~40%는 양수 내 감염과 관련이 있다. 양수 내 감염이 왜 발생하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과거 조산 경험이나 다태 임신 등을 위험인자로 본다.

-산모의 나이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나무가 잘 자라려면 뿌리가 튼튼해야 하고, 뿌리가 튼튼하려면 토양이 좋아야 한다. 산모의 자궁은 토양이다. 나이가 들면 자궁 혈관이 노화되고, 앞서 설명한 조산의 원인들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35세 이상 초산모는 임신중독증이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에 예방하는 약물을 사용한다.

-임신 중 조산 위험을 의심해 볼 만한 증상이 있을까?
조기 진통과 조기 양막 파수는 의심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조기 진통의 경우 생리적인 자궁 수축을 조기 진통으로 오해할 때가 많다. 다만 임신 중반부 이후에 질 출혈이 있거나 자궁 수축이 강하게, 또는 1시간에 4~5번씩 2~3시간 이상 자주 발생·지속된다면 병원에서 조기 자궁 수축이 있는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임신중독증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지만, 중증으로 진행되면 혈압이 많이 높아지고 두통이 생긴다.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병원에 잘 다니면서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 자궁 내 태아 발육 지연 역시 병원 검진을 통해 아기가 잘 크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성장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태동이 급격히 줄어들었거나 줄어든 상태로 지속되는 경우에도 반드시 병원 검사가 필요하다. 인터넷에 올라온 다른 산모의 경험담만 보고 병원에 가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산이 의심되면 어떤 검사를 실시하나?
기본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실시한다. 조기 진통이 의심되면 태아심박동 모니터를 통해 자궁 수축 강도와 간격을 평가하고, 조기 양막 파수는 진찰을 통해 알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산 고위험군인지 파악하기 위해 경부 길이를 측정하기도 한다. 이외에 임신중독증과 관련해 혈압 검사, 단백뇨 검사 등도 실시한다.

-치료를 통해 조산을 예방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예방 가능한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임신중독증이다. 임신중독증 고위험군은 예방을 위해 임신 12~14주부터 베이비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권장 사항이다. 약 복용을 통해 임신중독증을 100%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위험을 50%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 베이비 아스피린의 적응증 대상이 되는 산모는 35세 이상 초산모, 다태아 임신부, 심장질환자 등이다. 또한 조기 진통이나 조기 양막 파수에 의한 자연 조산 과거력이 있으면 다음 임신의 조산 확률이 증가하는데, 이 경우 다음 임신했을 때 14~16주부터 프로제스테론을 사용하면 조산 재발을 50% 정도 막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 조산 당시 자궁경관무력증이 원인이었다면 12~14주에 자궁 경부를 묶는 수술을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자궁경부봉합수술을 고려하나?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산부인과학회의 표준 지침에 따르면, 이전 임신 중반부에 진통 없이 자궁경부가 열리면서 유산 또는 이른 조산한 경우, 다음 임신의 12~14주에 자궁경부봉합수술을 실시한다. 자연 조산 과거력이 있는 산모가 임신 24주 이전에 자궁 경관 길이가 2.5cm 미만일 때도 14~23주에 수술할 수 있으며, 양막이 자궁 경부 밖으로 나와 육안으로 확인되는 산모 역시 16~23주에 시행 가능하다.

-수술 대상이 아닌 경우는?
과거 유산·조산 원인이 조기 진통, 조기 양막 파수, 임신중독증인 산모는 적응증이 되지 않는다. 자궁경부봉합수술 자체가 양수가 터지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자궁 수축이나 진통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임신중독증의 발병 기전과도 무관하다. 또한 조산 과거력 없이 자궁 경부 길이가 짧아진 경우에도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

-자궁경부봉합수술이 무분별하게 시행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수술을 오남용해선 안 된다. 산모는 물론, 태아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불필요한 자궁경부봉합수술 후 양수가 터져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도 있었다. 이미 염증으로 인해 심한 자궁 내 감염이 발생한 상태였다. 결국 산모와 아기 모두 패혈증으로 인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고, 아기는 치료 중 사망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병원에서 정확한 국제 지침에 따라 적응증에 해당되는 환자에게만 수술을 실시해야 한다. 산모 역시 정확한 사실을 알아두고,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에 올라와 있는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국내 조산아 수(천명), 조산율(%) / 오수영 교수 제공
-조산 후 산모와 아기에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나?
임신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아기의 경우 장기가 미성숙한 채 태어나면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폐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하며, 만성 폐질환이나 장 천공, 신생아 괴사성 장염,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 패혈증 등이 생길 위험도 있다. 이른 주차에 태어난 아기일수록 이 같은 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고 생존률은 낮아진다. 조산아 비중은 34~37주가 가장 많지만, 더 위험한 건 28주 미만 조산아, 1.0kg 미만 조산아다. 예후가 더 안 좋기 때문이다. 고비들을 넘긴 후 뇌성 마비, 발달 지연이 발생하기도 한다. 산모는 패혈증을 제외하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경우는 없다.

-조산이 예상되면 부모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실제로 조산이 예상되면 부모들에게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일어난 일이다. 너무 걱정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서 자궁 수축이 심해질 수 있다. 출산 시기를 지연시키는 치료를 잘 받고, 힘들어도 편안한 마음을 갖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조산을 안 하는 게 좋지만, 조산했다고 해서 무조건 아기가 안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조산했지만 건강히 자라서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아인슈타인도 조산아다.

-산모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첫 번째는 쌍둥이 임신을 피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아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비만도다. 비만하면 고혈압이나 조산 위험이 높아진다.

-임신을 계획 중인 부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산모의 나이는 매우 중요하다. 3년만 빨리 아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확한 의학 정보도 숙지했으면 한다. 환자들을 만나보면 사전 지식이 없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 / 삼성서울병원 제공
오수영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쳤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장을 맡고 있으며, 대한주산의학회 학술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진료 분야는 조산, 고위험임신, 자궁내발육지연, 자궁경부무력증 등이다. 오 교수는 환자 진료와 연구뿐 아니라, 임신·출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전파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다양한 임신·출산 관련 정보와 실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며 겪었던 이야기들을 엮어서 책으로 내는가 하면, 인터넷상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잡기 위해 직접 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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